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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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범, 부활의 축포를 쏘아 올리다.

기사입력 2005.05.23 13:18 / 기사수정 2005.05.23 13:18

안희조 기자
 


 두 살배기 호랑이 김형범의 한 골이 양 팀의 명암을 갈랐다. 전북은 정규리그 3연패의 늪에 빠졌고 울산은 홈 4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과 전북의 K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은 후반 10분에 터진 김형범의 결승골로 전북을 1-0으로 제압했다. 

 12위라는 컵대회에서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전북, 정규리그를 맞이하며 주장 최진철을 필두로 머리를 짧게 깎으며 분전을 다짐했지만 역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성남과 포항에 잇따라 패배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것. 이 날 울산과의 경기마저 그르친다면 팀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흐트러질 듯 했고 조윤환 감독은 팀의 최고 전력을 가동하며 더 이상의 추락을 막으려 했다. 

 그리고 울산 역시 상황은 절박했다. 개막전에서 FC서울을 1-0으로 제압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치열한 혈투의 결과로 2라운드 인천과의 경기에서 카르로스, 현영민이 자리를 비워야 했고 결국0-1이라는 쓰라린 첫 패배를 맛봐야 했다. 그리고 다시 맞이한 홈경기, 난조를 겪고 있는 전북을 맞이했지만 카르로스, 유경렬의 공백과 용병수급을 위해 브라질로 자리를 떠난 김정남 감독의 빈자리는 일말의 불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전반 초반 양 팀은 김정우와 윤정환이 각각 위협적인 슈팅을 주고받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 빠른 경기템포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전반 20분이 지나면서 미드필더 진의 패스전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양 팀의 문제는 비슷했다. 미드필더 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부정확 했고 전체적인 팀의 움직임이 조직적이지 못했다. 특히 공격 1선과 미드필더 진의 거리가 너무 멀어 원활한 공격 전개를 펼치지 못했다. 공격진으로 전개되는 패스는 수비진에 자주 차단당했고 공격진으로 이어진다 해도 받아줄 선수 없이 고립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전북은 보띠, 네또, 윤정환을 공격에 포진 시켰지만 전반 초반 수비 실수를 틈타 맞이한 찬스 이외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르로스의 빈자리에 프로 2년차 김형범을 투입한 울산 역시 김진용-김형범-이종민의 낮선 공격라인이 호흡불일치를 일으키며 분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후반 40분이 지나면서 흐름은 울산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계속된 부조화를 보이던 공격 라인이 서서히 응집력을 가지기 시작한 것. 이종민과 김형범이 빠른 발과 개인기로 상대수비를 흔들었고 좋은 프리킥과 중거리 슛 기회를 맞이하며 분위기를 살렸다. 


 울산은 전반 막판의 상승세를 후반전에도 이어 나갔고 후반 10분, 김형범의 득점으로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이종민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 이어진 조세권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아쉽게 흘러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아크 오른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형범이 다시 슛을 날렸고 전북의 수비를 맞고 굴절된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급해진 전북은 후반 17분 네또와 권집을 빼고 손정탁과 왕정현을 투입하며 포스트 플레이를 이용한 공격을 택했다. 울산 역시 이종민 대신 노정윤을 교체 투입하며 추가득점을 노렸다. 양 팀은 전반과는 달리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후반 20분이 지나자 이 긴장의 끈은 전북 쪽으로 넘어갔다. 손정탁의 포스트 플레이는 위력을 발휘해 여러 차례의 좋은 슈팅 기회와 세트 플레이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마무리가 부족했다. 서동명의 잇단 선방과 골대를 살짝 살짝 빗나가는 슈팅들은 전북의 동점골을 외면했다. 

 결국 좋은 흐름을 살리지 못한 전북은 후반 30분 이후 김진용과 김형범을 빼며 수비에 치중하기 시작한 울산의 방어에 막혀 더 이상의 득점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고 울산 역시 좋은 역습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울산은 이 날 경기의 승리로 승점 6점을 기록<2승1패>하며 인천, 포항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고 전북은 3연패를 기록 최하위의 수모를 안았다. 

 울산의 이상철 코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반전 중앙 침투패스를 주문했었는데 전북이 미드필더 진을 투텁게 놓는 바람에 고전했다. 후반전에는 측면을 위주로 플레이 했는데 주요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는데 감독님이 없는 가운데서도 승리를 거두어 기쁘다.’고 평가했다. 


김형범 인터뷰


 지난 시즌 데뷔하여 꾸준한 출장을 하며 1골 3도움을 기록, 김진용과 함께 앞으로 울산의 공격을 이끌 아기호랑이로 주목받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형범이다. 빠른 발과 강력한 중거리 슛을 주무기로 조커로서 맹활약하던 김형범은, 그러나 올 시즌 들어서 슬럼프에 빠지며 이종민, 노정윤 등에게 자리를 내 주는 듯 했다

 지난 3월 20일 전남과의 컵대회에서 교체 출장해 프리킥 골로 팀에 승리를 선사했지만 그 효과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컵대회 4경기 교체출전이 고작이었고 그나마 정규리그에서는 예비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진의 공백이 우려되었던 이 날 경기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려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김형범은 득점 이외에도 빠른 돌파와 개인기를 선보이며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았음을 증명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페널티에어리어 밖으로 나온 공을 순간적으로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약간 빗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수비 발 맞고 운 좋게 들어갔다.’며 득점 순간을 회상한 뒤 ‘홈 팬들의 성원 속에 좋은 경기 펼치는데 올해는 상위권의 울산이 아닌 우승하는 울산이 되도록 팀에 공헌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경기 이모저모

-울산 용병선수 엔트리에 한 명도 없어

이 날 경기는 준비하는 울산의 엔트리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있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 11명 스타팅은 물론이고 교체선수 명단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주전 카르로스는 지난 서울과의 경기에서 징계를 받아 4게임 출전 정지를 당한 상황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 울산으로서는 국내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에 웃어야할지, 용병 농사 흉년에 울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이상철 코치는 ‘용병이란 뭔가 우리나라 선수보다 특출 나야지 쓰는데 비슷하다면 돈을 주고 쓸 이유가 없다. 카르로스는 징계 중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적응하는데 실패한 듯하다. 다음 경기에서도 용병 선수들을 사용할 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한편 용병선수들의 공백이 국내 선수들의 단합에는 힘이 된 듯하다. 이 날 결승골을 기록한 김형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용병이 없어서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하자. 용병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선수들끼리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유상철, 부상 치료 후 첫 출전

지난 4월 24일 부산과의 컵대회 경기도중 대퇴부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을 해 오던 유상철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후반 29분 김진용과 교체되어 경기장에 나선 유상철은 남은 시간 동안 최전방에 나서 울산의 역습을 이끌었다.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으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한 유상철은, 그러나 볼 트래핑과 패스 등의 부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아직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이상철 코치는 유상철의 기용에 대해 ‘유상철에게 있어 지금은 부상회복이 급선무이고 그것은 우리 팀에게 있어서나 대표팀에게 있어서나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직 운동량이 부족하지만 경기감각을 찾으려는 본인의 의지가 있었고 벤치 역시 지고 있던 상황이라도 투입을 했을 것이다.’ 라며 꾸준한 경기출전을 통해 유상철의 몸 컨디션을 끌어 올릴 것을 짐작케 했다.



박진섭 울산 고별전 치러…….

 지난 18일 언론 보도를 통해 시즌 중 성남일화로 이적이 발표되었던 박진섭이 울산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 날 역시 붙박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90분 동안 풀타임 활약한 박진섭은 경기 후 써포터의 송별식에 참가해 유니폼을 선물하는 등 팬들과 작별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박진섭은 ‘그동안 성원해 주신 울산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앞으로 울산은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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