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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 적극적으로 느껴준 관객들 감사해"

기사입력 2018.03.12 18:40 / 기사수정 2018.03.12 20:3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기 빵집 밑에 참새들이 있는 게, 뭐가 떨어지는 것이 있는지 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빵이 아니라 종이를 물고 가는 것 같은데…(웃음)"

임순례 감독과의 대화는 인터뷰가 진행되던 삼청동 카페 건너편에 자리한 빵집 아래에 모여든 참새들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어린이를 위한 동물보호책 '임순례 감독의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발간하기도 했을 만큼, 남다른 동물 사랑을 자랑하는 임 감독은 따뜻하고 포근한, 자신과 꼭 닮아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역시 저런 작은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는 말에 임 감독은 "참새가 열심히 잘 살고 있네요"라고 웃으며 "그래도 이 도시에서 여기는 새가 살기엔 괜찮은 것 같아요. 다른 곳보다는 지붕도 있고 나무도 많잖아요"라면서 주위를 바라봤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리틀 포레스트'를 작업했던 당시로 이어졌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등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 분)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지난 해 1월 21일 크랭크인해 10월 24일 크랭크업까지, 실제 사계절 동안 촬영을 이어가며 47회차의 여정을 이어왔다. '리틀 포레스트'는 개봉 7일째였던 지난 7일 손익분기점인 80만 명을 넘어 11일까지 11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히 흥행 중이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제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다. 투자자와 제작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면 1차 목표는 만족이다'라고 말했던 임 감독의 바람도 이뤄졌다.

여기에 '리틀 포레스트'를 내놓는 마음은 조금 더 특별했다. 임 감독은 "매 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죠. 그리고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 이상으로 조금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한국 영화 전반에서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은 기획이잖아요. 이 영화가 잘 된다면, 그런 새로운 기획들이 조금은 더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요"라고 얘기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평이 '리틀 포레스트'에게는 든든한 힘이 돼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은 물론, 다양한 음식들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냈다. 여기에 혜원과 재하, 은숙의 우정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 웃음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임 감독은 "혜원이 말하는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건 관객들이 어느 정도는 좋아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반응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또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관객들이 웃어주신 부분도 몇 군데 있었죠. 상황에서 오는 재미난 대사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혜원의 내레이션이 대사와의 균형을 잘 맞춰줬다고 생각해요. 내레이션이 갖는 의미와 깊이를 주면서 차분하게 이끌어가고, 또 대사가 재미를 주는 그런 모습이요. 그걸 관객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죠"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들이 잘 표현을 해줘도 관객들이 그것을 캐치를 못하면 안 되는데,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해석해주시고 느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느껴져서, 정말 감사하죠"라고 웃어보였다.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서로 신뢰를 쌓아오면서,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라고 떠올린 임 감독은 "정말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죠. 스태프들로 치면, 두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번 촬영 장소 같은 경우에는 진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3개월 동안 전국에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였거든요. '결국 공터에 세트를 지어야 되는 상황이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저희 이준상 제작실장이, 그 집을 발견한 것이죠. '리틀 포레스트'에서 많은 친구들이 애를 썼지만, 그 친구가 가장 많이 애쓴 것 같아요. 사계절 동안 농작물 관리 같은 것들을 현지 마을 주민 분들과 계속 소통해줬거든요. 서울에서 그 촬영지까지 거의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그 곳을 그렇게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일들을 다 해냈어요. 제작팀과 연출팀이 고생을 엄청 많이 했죠."

영화는 눈 내리는 겨울, 고향을 찾는 혜원으로 시작해 봄과 여름, 가을과 다시 겨울이 오기까지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는 흐름을 걱정했다는 임 감독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라는 그 부분이 사실은 뻔할 수 있으니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관객들이 또 잘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라면서 "사계절의 시작들이 구분 없이 쭉 흘러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이렇게 뚜렷하게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어요"라고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리틀 포레스트'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임 감독은 "저희가 웬만한 요리는 (작품에) 다 썼는데, 안 쓴 요리가 두 가지가 있다"면서 산수유잼과, 제작기 영상에 등장했던 된장찌개를 언급했다.

"가을에 혜원이 산수유를 따 집에 가서 잼을 만드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을 장면에서 밤 졸임이나, 곶감을 만드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잼이다 보니,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러닝타임 같은 여러 가지가 고려돼야 하더라고요. 만드는 과정은 정말 예뻤지만요.(웃음) 그래서 빼게 됐어요. 된장찌개는, 혜원이 나만의 숲을 찾겠다면서 엄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하고, 떠나기 전에 자신을 위한 밥상을 정갈하게 차려서 밥을 먹는 장면이 나와요. 혜원이가 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를 끓여서 상을 차리고, 고향에서의 체류를 마감하고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있었어요. 이것도 역시 시간관계상 뺐죠."

임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따스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혜원은 행복해졌을까"라는 물음에도 "그랬을 것 같아요"라고 웃으면서 "엄마가 원했던 대로, 결코 쓰러지지 않는 어떤 외적인 힘을 1년 동안 고향에서 살면서 발견했기 때문에, 어디서 살든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을 이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남다른 소통의 힘을 가진 임 감독의 새 작품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임 감독은 "'제보자' 이후 다시 만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는 말에 "차기작은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아요. 2019년엔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메가박스㈜플러스엠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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