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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K-리그] 2009 K-리그에 '조커'가 뜬다!

기사입력 2009.03.04 00:17 / 기사수정 2009.03.04 00:17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지난해 개봉한 영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도, 그의 아리따운 여자친구 레이첼 도슨(매기 질렌할 분)도 아닌 배트맨의 최대의 적수 '조커(히스 레저 분)'였다. 조커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도대체 왜 악당 짓을 하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고담시를 발칵 뒤엎어놓는다.

흔히  '조커(joker)'는 카드게임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서는 벤치 멤버로 경기에 나서 교체 투입 후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선사하는 닉네임이다. 최근에는 '슈퍼서브'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올 시즌 K-리그에서 '다크나이트'의 '조커'처럼 예쁜(?) 화장은 하지 않지만, 경기에 투입되면서 그 경기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라 본다.

포항스틸러스 노병준

2007시즌 포항이 후반기에 뒷심을 발휘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슈퍼서브' 이광재가 있었다. 이광재는 24경기(교체 16경기)에 출전해 7득점 1도움을 기록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의 골망을 흔들며 우승에 일조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노병준이 있었다. 오스트리아리그에서 뛰다 K-리그로 유턴한 지난해 21경기(교체 13경기)에 나서 5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9월 27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교체투입되어 2대1 역전승의 발판을 다진 동점골을 터뜨렸고, 4일 뒤 하우젠 컵 성남과의 리턴매치에서 헤딩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이끈 것은 노병준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일찍이 고배를 마신 포항에 올 시즌 그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병준이 있음으로 인해 데닐손과 스테보 등 주전 공격수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고, 발과 머리를 이용해 다양한 장면에서 골을 만드는 그의 움직임은 전술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수원 블루윙즈 최성현

지난해 13골 중 무려 8골을 교체투입 후 터뜨린 서동현을 과감히 배제하고 최성현을 택했다. 2005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K-리거로서 순탄치 않은 생활을 했다. 광주상무 입대까지 3년 동안 뛴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2008년 수원의 중원을 책임지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관우, 김대의, 백지훈 등 주전들의 부상과 노쇠화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차범근 감독은 최성현을 중용했고, 그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수구성시 무리수를 두지 않는 차 감독의 특성상 최성현의 중용은 그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시즌 컵대회 포함 8경기(교체 1경기)에 나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해였다. 수원은 이관우, 송종국, 홍순학, 안영학 등 매우 두터운 미들진을 자랑한다. 따라서 아직 꽃피우지 못한 최성현의 자리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빠른 주력과 정확한 킥력을 구사하는 최성현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투입되어 팀의 활력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FC서울 이승렬, 이상협

이승렬은 2008 K-리그 대상에서 당당하게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08년 31경기(교체 16경기)에 출전해 5득점 1도움을 기록하면 데뷔 첫해에 서울의 새내기 킬러로 낙점을 받았다. 지난해 4월 20일 제주, 7월 2일 수원, 10월 19일 대전을 무너뜨릴 때마다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엇보다 적지에서 골을 넣으며 수원의 무패행진을 저지시킨 것이 백미 중 백미라고 하겠다.

86년생인 이상협은 주전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전력에서 대거 이탈한 2007년 한 경기씩 출전경기를 쌓으며 24경기에 출전해 6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17경기(교체 15경기)에 나서 3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그의 강력한 왼발 슈팅은 관중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하다. 현재 이들은 데얀과 정조국의 높은 벽에 가려 당장에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되어 서울의 창끝을 날카롭게 할 것이다.

성남일화 한동원

이상협과 같이 86년생인 한동원은 일찌감치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02년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를 통해 K-리그 팬들에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 후 '축구천재' 박주영의 그늘에 가려 교체를 통해 번번이 경기에 나설 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5년간의 FC서울 생활을 접고 성남으로 전격 이적했다.

2007년 14경기(교체 13경기)에 나서면서 성남 축구에 적응기를 마친 한동원은 지난해 주전으로 도약해 26경기(교체 5경기)에서 6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2007년 올림픽 대표팀에서 2경기 연속 2골을 터뜨리며 활약했지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을 그는 오히려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기회로 삼았다. 올 시즌 신태용 감독 체제로 전환한 성남에서 한동원이 어떤 임무를 부여받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주전이든 교체멤버든 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그의 발끝이 성남의 부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경남FC 김영우

지난 시즌 정규리그 8위와 FA컵 준우승 등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경남은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남은 2007시즌을 끝으로 까보레를 떠나보내면서 그에게 집중된 공격력이 분산시켜 다양한 공격옵션을 갖게 되었다. 이 와중에 맹활약을 펼친 '젊은 피' 김동찬과 김영우의 발견은 경남으로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올해 K-리그 3년차에 접어든 김영우는 지난해 26경기(교체 22경기)에 출전해 3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공격포인트 모두를 교체 투입된 경기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4경기에서 경남은 승리를 따내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하겠다. 올 시즌에도 김영우는 인디오와 김동찬, 그리고 새로 영입된 김동현을 뒷받침할 ‘제3의 옵션’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부흥을 노리고 있는 경남으로서는 짧은 시간 동안 무서운 골 집중력을 보이며 경기 흐름을 뒤바꾸는 김영우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2009시즌, '조커'들의 활약을 지켜보라!

위의 선수들은 기량면에서 보면 주전 선수들에 비해 그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 다만, 전술상, 그리고 선수구성상 감독의 선택이 이 차이를 나타낼 뿐이다. 누군가 90분을 다 뛰지도 않는 '반쪽짜리' 선수에게 어떻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들은 90분을 다 뛰지 않아도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로축구 컵대회인 '칼링컵(Carling Cup)'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맨체스터는 빡빡한 리그일정을 고려해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1.5군에 가까운 멤버를 경기에 내보냈다. 하지만, 최정예 멤버를 내세운 토튼햄 핫스퍼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렇듯 두터운 스쿼드는 팀전력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올 시즌 K-리그는 강원FC의 창단으로 팀당 경기 수가 늘었고, AFC 챔피언스리그의 확대개편으로 상위권 팀들에게는 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감독들이 사용할 3장의 카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올 시즌 조커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2009시즌 '조커'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6인방, 윗줄 왼쪽부터 이승렬, 최성현, 한동원,아랫줄 왼쪽부터 김영우, 이상협, 노병준(C)엑스포츠뉴스 DB]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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