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이윤택 극단 연희단거리패 전 감독을 둘러싼 성추행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연출가가 이윤택 전 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이 전 감독이 여성 단원들에게 수년간 '성기 안마'를 시킨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불렀다.
이에 이윤택은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며 사죄했다.
그러나 "배우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을 한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 내가 몰랐다.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사죄하겠다", "그 글들 중 내 판단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성관계를 할 때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다"는 변명을 더했다.
이윤택은 이번 논란으로 연희단거리패와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의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에도 이윤택 전 감독의 성폭행을 고발하는 추가 폭로글이 이어지며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배우 겸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는 엑스포츠뉴스에 "이윤택 연출가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한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해명이다. 성폭행 당한 친구가 직접 SNS에 글을 써서 올린 것이다. 실제로 당한 친구들이 이를 알리는 걸 무서워했다.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고 말했다.
앞서 페이스북에 "연극 '떼도적'에 주인공을 맡았을 때, 이윤택이 발성연습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후 연습에서 이윤택이 내 온 몸을 만지고, 심지어 사타구니까지 손이 들어와 몸을 밀치고 나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전 연희단거리패 배우 김지현도 가세했다. 이윤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과 낙태까지 했다며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장에 갔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서 갔던 것 같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전혀 변함이 없었다. 특히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씀에 저는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지현은 “저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을 했다. 많은 분들이 증언해 주신 것처럼 황토방이란 곳에서 여자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혼자 안마를 할때 전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2005년 전 임신을 했다.제일 친한 선배에게 말씀을 드렸고 조용히 낙태를 했다”고 적었다.
이어 “낙태 사실을 안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 원인가를 건네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갈 때 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절 성폭행 하시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전 자신의 사람이란 말씀을 하면서다”라며 폭로했다.
또 “이윤택 선생님과의 일 말고는 연희단거리패에서의 생활이 선배들과 후배들과의 관계가 그리고 그곳에서의 공연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곳을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다. 무대위에서 관객앞에 떳떳하게 서있을 수가 없었다. 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집에 돌아왔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 했고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며 현재 상태를 전했다.
배우 진서연 역시 인스타그램에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 16년 전 피해자가 겪은 글이 올라와 있다. 참조하길"이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이윤택. 길에서 만나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차오른다. 제2의 이윤택도 예외는 아닐 터"라는 글이 담겨 있다.
연극계가 성범죄 논란으로 파문이 인 가운데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는 최근 16살 소녀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8일 새벽 서울예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는 10년 전 김해 지역 극단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관련 글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어렵게 과거 사실을 꺼낸 글쓴이는 자신이 당시 16살이었으며 지역에서 '연극계의 왕'으로 군림하던 극단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온라인을 통해 퍼진 16세 단원 성폭행과 관련된 인물은 극단 번작이 대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는 19일 오후 공식 SNS를 통해 "본 지회의 회원단체는 아니지만 관내 소재에서 불거진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사태에 이어 경남 김해 지역의 극단 번작이 대표의 성폭행 사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극단 번작이 대표의 영구제명 사실을 알리며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피해사실을 알리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과 함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지회는 다함께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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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