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동성인 동료 영화감독을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성감독 A는 이현주 감독이었다.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실명을 직접 공개하며, "억울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피해 감독 측은 "반성이 없다"며 이현주 감독의 주장에 다시 반박할 뜻을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1일, 피해 감독 B씨가 SNS를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린 후 6일 만에 실명 공개와 함께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며 입장 표명에 나섰다.
"여성 영화감독 이현주입니다"라는 실명 공개, "저는 동성애자입니다"라는 고백,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습니다"라는 주장이 요지다.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나 그의 남자친구가 인터뷰를 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린 이유는, 저 역시도 이 사건으로 인해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그러한 저의 속사정을 말로 꺼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부모님께서 받으실 충격, 영화시장에서 저를 바라볼 곱지않은 시선,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 등을 생각하면 당당히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었고, 다만 저의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영화에 담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며 피해자 B씨와는 친밀한 관계로 지냈고, B가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알고 있는 친분이 깊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B와 모텔에 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울며 고민을 토로한 B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 양심에 거리낌없이 떳떳하게 행동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며 "하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제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SNS를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전한 B의 이야기와는 다른 부분이다. B는 "동료이자 동기인 A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전하며 "재판 기간 동안에도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라며 "가해자의 행보는 내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라고 말했다.
또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으로 연관시키고 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 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고 덧붙여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현주 감독의 입장이 전해진 후 B측은 "반성이 없다"며 추후 입장을 다시 한 번 발표하겠다고 전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며 이현주 감독은 5일 지난 해 수상했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을 박탈당했다. 또 영화감독조합에서도 제명됐다.
앞서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의 준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