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1 17:22 / 기사수정 2009.02.11 17:2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9 정규리그를 앞두고 MLB는 거대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만약 평범한 선수가 약물 복용 사실을 토로했다면 이렇게 이슈화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역 최고의 야구 선수가 팬들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점이죠.
MLB 약물 복용 리스트에 알렉스 로드리게스(33, 뉴욕 양키스)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 오래전 부터였습니다. 호세 칸세코(전 오클랜드 어슬렉티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탬파베이 레이스)는 A-로드도 약물 복용을 한 선수임을 자주 언급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기록 중, 가장 영광스런 기록인 역대 최다 홈런에 도전하는 선수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게 됐습니다. 아직도 33세에 불과한 A-로드는 배리 본즈가 세운 통산 최다 홈런을 깰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가 때린 홈런 중 일부가 약물의 힘을 빌렸다면 A-로드는 물론, MLB 전체의 명예에 큰 흠집이 남게 됩니다.
A-로드의 약물 복용에 대해서 정확한 근거들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현재이슈화가 된 보도는 SI(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보도와 A-로드가 직접 밝힌 ESPN 인터뷰입니다. 그러나 파급 효과가 큰 것은 A-로드 스스로 약물 복용을 직접 시인했다는 점이죠. 자신이 스테로이드 복용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로저 클레멘스(전 뉴욕 양키스)와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비해 A-로드는 곧바로 시인했습니다.
A-로드가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리던 시절인 텍사스 레인저스(2001~2003)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테스토스테론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SI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A-로드는 정확하게 자신이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약물 복용을 시인하지 않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A-로드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성토했습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물론, 미국인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버럭 오바마 현 대통령까지 실망감을 표명했죠. 이것을 보더라도 많은 미국인이 A-로드에게 받은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A-로드의 도덕성 결함과 잘못된 처사를 논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언급되어야 할 문제는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MLB에서 횡행한 약물 사용입니다. 이 시기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기억될만한 기록들이 즐비했습니다. 마크 맥과이어(전 세인트루이스)와 새미 소사(전 시카고 컵스)의 홈런 경쟁과 배리 본즈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여기에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의 연이은 사이영상 수상 등입니다.
그러나 이들 선수 중,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선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98년, 미국 전역의 '영웅'이었던 마크 맥과이어는 약물 복용의 의혹을 사면서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30%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메이저리그팀이 한 시즌 동안 치러야 할 경기는 무려 162경기입니다. 경기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홈런의 수도 비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9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타자들은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자연스럽게 홈런이 증가했지만 야구의 특성상 홈런은 자주 나오기 힘듭니다.
배리 본즈 자신도 밝혔지만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코스는 한정돼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LA 에인절스)처럼 낮은 볼을 올려쳐 담장을 넘길 수도 있지만 투수가 공략한 절묘한 코스에 볼이 떨어지면 배팅 기술만 가지고 볼을 담장 밖으로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는 '홈런의 시대'였습니다. 이 시기에 주목받던 선수 중 하나가 A-로드였습니다. 야구장 밖에서 여러 가지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야구에 대한 재능과 열정은 이 선수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해 꾸준하게 홈런을 쳐온 A-로드는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순탄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러한 선수가 매 시즌 홈런을 꾸준하게 쳐왔으니 통산 최다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로 손꼽혔지요.
그러나 약물 복용 스캔들을 스스로 시인하면서 위대한 기록에 목말라 있던 팬들은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 그리고 배리 본즈에 이어서 A-로드까지 깨끗하지 못했으니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습니다.
야구를 비롯한 모든 팬들이 선수에게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선수가 지닌 '실력'에 가장 관심을 보입니다. 그 실력이 순수한 본인의 것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여기에 대한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A-로드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약물을 복용한 몇 시즌을 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은 의지도 표명했지요. 그러나 이러한 A-로드의 의지와는 달리 그가 남긴 실책은 쉽게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금지약물에 대한 파동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이 문제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못박아야했습니다. 선수의 순수한 실력에 열광하는 것을 등한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안일한 방침이 이러한 사건을 계속 터트리고 있습니다.
약물 규정이 강화된 2007년 이후로 홈런은 예전에 비해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리고 있는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프린스 필더(밀워키 브루워스), 그리고 애덤 던(신시내티 레즈)등의 홈런이 더욱 가치를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약물 의혹으로 점칠 된 시대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공교롭게도 A-로드입니다. 로드리게스는 이 기간 동안 무려 459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최고 시즌을 2007 시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약물 금지 규정이 강화된 2007년도에 A-로드가 때린 홈런은 무려 54개입니다. 그리고 타점도 156점에 타율도 0.314리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로드리게스가 매 시즌 이러한 활약을 펼친다면 팬들은 또 다시 로드리게스의 활약에 환호를 보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약물 복용에 대한 사실을 털어놓은 만큼, 지금으로선 진실 규명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사진 = 알렉스 로드리게스 (C) 뉴욕 양키스 홈페이지 제공]
[조영준의 Around MLB]야구공과 배트, 그리고 글러브가 빚어내는 조합은 여러 가지 사연을 만들어 냅니다. 야구의 메카인 MLB를 통해 야구의 프리즘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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