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박현정에게 KBS 2TV TV소설 ‘꽃피어라 달순아’는 터닝포인트가 돼 준 작품이다.
3년 만의 안방 복귀작에서 달순(홍아름 분)의 친모이자 한태성(임호)의 아내인 송인제화의 디자인 실장 송연화 캐릭터를 애달픈 감정으로 소화해냈다. 그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라고 제의해줬고 출연하게 됐어요. 부족한 저를 믿어주고 다시 연기자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감사해요. 송연화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과 얘기했어요. 연기적인 부분이 부족해 고민했는데 사촌오빠로 나오는 김진서 선배도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많이 도와줬고요. 매주 대본이 나올 때마다 제 연기도 같이 분석해준 스승님이에요.”
특유의 강단과 모성애를 지닌 연화는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한태성의 음모로 사랑하는 연인 재하(최철호)를 잃고, 딸과도 평생 헤어져 지냈다. 감옥에도 가고 태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신을 놓은 척 연기하기도 했다. 말미에는 태성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입원했다. 유독 눈물이 많았던 연화였다.
박현정에게도 실제 딸이 있기 때문에 연화의 감정이 와 닿았단다.
“딸이 둘인데 그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떨까 생각하니 너무 슬프더라고요. 자식을 잃어버리고는 못살 것 같아요. 최대한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힘들고 괴로운 감정을 생각했고 감정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감정이 확 잡힐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아무리 애써도 안 잡힐 때가 있어요. 배우는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감정을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니 딱딱 할 수가 없더라고요. 감정이 안 잡힐 때는 정말 힘든데 다른 배우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 친딸은 달순인데, 홍주 역을 맡은 윤다영과 더 많은 신을 함께 촬영했다. 홍주는 연화의 양딸이다. 윤다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달순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악녀 홍주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윤다영과 친해졌어요. 홍주가 집에 들어온 딸이어서 함께 하는 신이 많았거든요. 오히려 달순과는 붙는 신이 없었고 세트 녹화날도 달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홍주와 더 친해졌는데 역할은 못됐지만 실제로는 착하고 성실해요. 욕을 먹는다는 건 그 역할을 잘하는 거잖아요. 다영이가 악플이 많아서 힘들어했는데 ‘그만큼 네가 홍주를 잘 표현해서 그런 거다. 홍주라는 역할을 욕하는 거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요. 악역이라서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정말 반대인 친구예요.”
3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박현정은 7개월여 동안 송연화에 몰입했다. “이 드라마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모든 배우가 그럴 것 같아요. 일이 있을 때는 배우지만 없을 때는 실업자거든요.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고 마냥 기다려요.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잖아요.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선택을 받아야 해 늘 두려움이 있어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때가 되면 알맞은 데로 가게 될 거라고 믿어요. 이 작품도 그래서 하게 됐고요. 연줄도 없고 소속사도 없었고 백도, 돈도 없는데 7년간 기도한 대로 이뤄졌어요.”
1995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벌써 24년차가 됐다. 그동안 육아 등으로 활동 공백기를 보낸 바 있다.
“벌써 23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KBS 별관에 가면 아직도 23살 봄에 빨갛게 핀 영산홍이 생각나요. 부푼 꿈을 안고 방송국에 간 기억이 나죠. 벌써 시간이 20년 넘게 지났네요.”
세월이 흘렀고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는 천상 배우다. “연기할 때가 제일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시대극이나 TV소설, 사극 등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등이 필요 없는 드라마에 출연하길 바랐어요. 적은 출연료를 받아서 여기에 다 쓰면 남는 게 없으니까요. 두 딸도 케어해야 하고요. 울면서 기도했는데 정말 그대로 됐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직전에 소속사가 생겼고 주인공도 됐고요. ‘꽃피어라 달순아’ 팀에게 너무 감사하고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서예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