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동성인 동료 영화감독을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성감독 A의 사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B감독의 생각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B는 SNS로 소식을 전해 이 내용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했다. 이는 최근 성폭력, 성추행 사실 등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의 하나다.
B는 "동료이자 동기인 A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전하며 "재판 기간 동안에도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라며 "가해자의 행보는 내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라고 말했다.
또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으로 연관시키고 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 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고 덧붙여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의 준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는 사건이 공론화 된 후 SNS를 통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 이유를 전했다. B는 "기사 댓글을 보는데 '유죄 판결이 난 마당에 미투 캠페인을 왜 하냐,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싶은 거냐'라는 글을 보고 속상한 마음에 글을 남긴다"며 "가해자를 매장시키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 사건을 터뜨릴 더 좋은 시기는 얼마든지 있었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해당사자(교수,배급사)들의 침묵과 은폐 속에 범죄 사실이 쉬쉬되어지는 동안 가해자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공식석상에 불과 며칠 전까지 보란듯이 활보했다. 특히 여성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힌 자가 여성단체로부터 상까지 받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가해자에게 상을 주고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첫 번째 이유를 전했다.
이어 "그는 갑질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영화감독이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이 사실은 반드시 알려져야 하고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난 후 주요 언론에 제보를 했지만, 결국 다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2년 넘게 아무도 다루지 않은 사건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나의 폭로뿐이었다"고 전한 B는 "너무 늦게 알려져 충격을 받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미안해진다. 영화 팬들과 영화 관계자들을 기만하고 속인 가해자의 범죄 사실이 이제라도 알려져서 더 이상 피해 받고 손해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지난 5일 여성영화인모임 측이 A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을 박탈하고 영화감독조합에서도 A에 대한 영구 제명 조치를 결정한 것에 이어, 6일 영화진흥위원회도 사건에 대한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진위 측은 "관련자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조처, 재발 방지 대책 등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엄정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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