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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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양날의 검'으로 다가오는 월드컵 개최

기사입력 2009.02.04 13:26 / 기사수정 2009.02.04 13:26

유진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2018/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날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대한축구협회가 이렇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축구팬들은 한편으로는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대한축구협회였기에 이렇게 빠른 의사결정에 많은 이들이 당황해 하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히려 월드컵 준비를 기폭제로 삼아서 불황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더구나 2002년 월드컵 당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한 마음으로 조국을 응원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중 영국 언론은 열정적인 응원 이후 스스로 뒷정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붉은악마를 향하여 ‘긍정적인 훌리건’이라고 하며 극찬을 아까지 않은 바 있다.

월드컵 개최를 위한 전제조건 : 대표팀에 대한 현실 직시

그러나 열정만 갖고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보다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는데, 바로 국가대표팀에 대한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하면, 우리나라는 FIFA랭킹 42위에 불과한 ‘축구 변방국’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이는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기 전과 상황이 똑같다. 당시에도 ‘잔치만 우리가 벌여 놓고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는데, 그 때와 비교하여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다행히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축구 변방이 아니다’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오만쇼크’ 등 약체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2002년 4강 신화를 지나간 행사로 치부해 버리기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거스 히딩크’ 감독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지도자를 모셔오지 못한다면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 탈락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정 선수 플레이에 의존하는 ‘허(정)무식 축구’는 세계 축구무대의 흐름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 국가는 2010년 월드컵이 종료되는 시점에 발표된다(12월 발표). 우리나라는 중동국가에 연패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면 본선 진출조차 좌절된다. 제 아무리 다른 조건들이 밑바탕 된다 해도 대표팀이 실력에서 다른 나라에 뒤진다면 월드컵 개최는 그야말로 ‘공수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재는 많고, 기회도 있어

따라서 대한축구협회가 진심으로 월드컵을 다시 개최하기 바란다면 위에서 제시한 문제들을 모두 안고 가야 한다. 그리고 2010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그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또 다시 월드컵에 임박하여 지도자를 재추대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2월 4일 현재까지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에 2018/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국가는 총 14국이다(공동 개최 희망국 별도 분리).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포함하여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이상 유럽), 이집트(아프리카), 카타르, 한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이상 아시아), 미국, 맥시코(이상 아메리카)등이 신청서를 낸 가운데, 두 대회가 대체로 아시아권과 유럽권에서 한 국가씩 뽑힐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2006년에는 독일(유럽), 2010년 남아프리가 공화국(아프리카), 2014년은 브라질(아메리카)이 월드컵을 개최하기 때문에, 이후 두 개 대회는 아무래도 아메리카/아프리카 대륙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두 개 대회 연속으로 같은 대륙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에 설령 2018년 대회가 유럽대륙 개최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그만큼 2022년 대회는 우리나라가 유치를 시도해 볼 만 하다. 더구나 아시아 연맹에서 출전 의사를 표한 호주와 카타르,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 ‘경험적’인 측면에서 한 걸음 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였던 중국이 스스로 개최 포기를 선언하자 정몽준 부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에서 서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연맹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크게 두 국가로 압축될 수 있는데, 일본이 우리나라에 앞서 월드컵 개최 신청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이에 앞서 2016년 올림픽 개최 의사도 표한 바 있다. 만약에 2016년 올림픽이 일본에서 개최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만큼 월드컵 개최 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에 기회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2002년 월드컵을 ‘공동개최’로 가져가는 데에 큰 공을 세웠던 정몽준 FIFA 부회장이 건제하다. 축구행정가 정몽준의 존재는 분명 우리나라에 큰 호재인 셈이다. 그의 행정력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지 오래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을 모토로 건립하였던 축구 전용 구장이 전국 각지에서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서울,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전주, 광주, 제주). FIFA가 2018~2022년 월드컵 유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축구 전용구장 12개’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이미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본이 인프라 측면에서는 가장 나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축구 전용구장을 두 개 더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결코 승산없는 게임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나머지 13개 국가에는 없는 최고의 무기가 있다. 바로 ‘붉은악마’의 존재다. 붉은악마는 FIFA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축구 선진국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우리나라를 부러워했던 존재다. 인프라나 행정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국가의 국민들이 얼마나 개최를 염원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 있어서 2002년 월드컵때 보여 준 붉은악마의 단결력은 단연 세계랭킹 1위다. 붉은악마를 안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가 일단 출발선상에서 한 걸음 앞서 있다는 사실은 꽤나 고무적이다.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삼국지연의에 ‘토끼도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잡으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월드컵 개최 가능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이러한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병법이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를 희망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재선임이다. 세계적인 대회를 주최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세계적인 감독이 필요하다. 2002년 당시에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측면 때문에 축구장 건립을 선결조건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추후에 논의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인프라’라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만큼, 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다시금 물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FIFA랭킹 40위권의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비아냥을 듣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월드컵 전용 경기장의 추가 건립이다. 기존의 열 곳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을 어느 도시에 건립해야 할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몽준 FIFA 부회장의 역할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에 큰 공을 세운 정몽준 부회장이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대한축구협회를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걸맞는 TFT를 구성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해야 한다.

분명히 2018~2022 월드컵 개최는 ‘승산 있는 게임’이다. 모쪼록 준비기간 동안 선결되어야 할 과제에 대한 해결을 기원하며, 앞으로 ‘승산 있는 게임’의 승률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기를 바란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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