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정선아는 안나 그 자체로 무대에 서고 있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사교계의 꽃이자 정치가 카레닌의 아내인 안나는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파국을 맞는다. 정선아는 그런 안나의 사랑과 행복, 좌절을 열정적으로, 그리고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타이틀롤을 맡은 정선아는 “책임감이 강해졌다”고 털어놓았다.
“‘나폴레옹’에서 나폴레옹이 아니었고 ‘아이다’에서도 암네리스였는데 이번에는 타이틀롤을 맡게 됐어요. 나이가 들면서 책임감이 엄청 강해졌어요. 주인공이고 러시아 뮤지컬은 처음이고, 옥주현 언니와 더블도 하게 돼 감회가 새로워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더 열심히 해서 관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어요. 특별히 러시아 뮤지컬이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도 기쁘고요. 연습 때는 힘들었지만 안나라는 역할을 하게 돼 행운이에요. 무대 위에서 즐겁게 임하고 있죠.”
1월 10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세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 중인 러시아 작품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으로 꼽히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영화로도 유명하다.
정선아는 지난 11월 러시아에서 공연 중인 '안나 카레니나'의 원작 무대를 찾았다. 짧은 일정에도 원작 무대를 2회 관람할 만큼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안나 역의 배우가 상당히 섹시했어요. 러시아 스타일을 알 수 있었죠. 저는 또랑또랑하고 명랑한 느낌이라면 러시아 스타일은 그로테스크하고 섹시하고 강렬하더라고요. 저 역시 연습할 때도 좀 더 묵직한, 저음을 살리려 했고, 대사 역시 깊이 있는 소리를 찾으려고 했어요.”
문학과 예술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정서가 깃든 뮤지컬이다. 관객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한국적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단다.
"관객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느낌의 정서를 봐줬으면 해요. 영국, 미국 정서보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나라나 세월을 초월해 인간의 사랑, 불행, 행복, 죽음에 대한 것들은 다 똑같죠. 상당히 직접적이고 선이 굵은 뮤지컬이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에 열차에 몸을 던지는 신도 상당히 충격적이고요. 지금까지 많은 뮤지컬을 했지만 또 다른 세계를 만난 느낌이에요. 이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모스크바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 행복해요.”
‘안나 카레니나’는 가족과 사랑 등 시대를 관통하는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내려 했다. 사실 남편과 아들이 있는 여자가 매력적인 젊은 장교와 사랑하는 모습이 용납되지 않은 사랑으로 비칠 수 있다.
“텍스트에 충실히 하고 있어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센세이셔널한 작품으로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내려왔어요.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끼고 불행을 경험하고 죽음까지 다다를 때 배우로서 여러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상당히 만족하면서 공연하고 있어요.
정선아가 아닌 안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죠.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이 여자의 일생에서는 사랑과 죽음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사랑을 좇아 달려왔는데 사랑이 사라졌으니 사랑만큼 중요하게 여긴 죽음을 택했어요. 사랑만큼 숭고한 죽음이고요. 마지막에 열차에 뛰어들 때도 기쁨이나 슬픔 같은 1차원적인 감정이 아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감정이에요. 사랑할 때처럼 직선적으로 뛰어들어 뜨겁게 죽음을 맞아요.”
브론스키는 가정이 있는 안나와 사랑에 빠졌고, 이후에는 혼란스러워하는 안나의 마음을 끝까지 잡아주지 못했다. 나쁜 남자일 법하지만 뮤지컬 속 브론스키는 영화보다 더 감성적으로 등장한다. 상대 배우와 호흡하며 정선아만의 안나의 그리고 있다.
“브론스키가 사랑에 빠져 주체 못하는 감성적인 남자로 나와요.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분들과 함께 하니 저도 연기가 절로 나오네요. (웃음) 이지훈의 브론스키는 연륜있고 스윗해요. 작품을 같이 많이 했고 복잡하고 세밀한 브론스키를 보여줘요. 민우혁 배우는 어깨가 보여주듯 (웃음) 남성미 넘치고 저돌적이고 젊은 혈기가 왕성한 브론스키로 다가와요. 안나로서 매회 다른 더블의 묘미를 느끼고 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서예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