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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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다시 보는 '표도르 對 아를롭스키'

기사입력 2009.01.29 17:49 / 기사수정 2009.01.29 17:49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혼다 센터(18,325명 수용)에서 열린 어플릭션 2회 대회에서 프라이드 +93kg 챔피언 예멜리야넨코 표도르(29승 1패 1무효)가 전 UFC 헤비급(-120kg) 챔피언 안드레이 아를롭스키(14승 6패, 벨로루시)를 3분 14초 만에 KO로 꺾었다.

작년 7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어플릭션 1회 대회에서 역시 전 UFC 챔피언 팀 실비아(24승 5패)에게 조르기로 항복을 받아 세계종합격투기연합(WAMMA) 헤비급 왕좌에 오른 표도르는 아를롭스키와의 1차 방어전에 승리하면서 종합격투기(MMA) 헤비급 최강자의 입지를 유지했다.

1. 넘어뜨리기와 근접 힘겨루기

표도르는 1997년 러시아선수권 -100kg 우승 경력의 유도를 활용하여 상대를 넘어뜨린다. 그런데 아를롭스키가 만 19세에 청소년 세계선수권 우승, 만 20세에 성인 세계선수권 2위를 차지한 스포츠삼보는 아마추어 레슬링과 유도의 혼합이라 볼 수 있는 무술이다.

근접 힘겨루기에서 표도르와 아를롭스키는 한차례 넘어뜨리기 시도를 주고받았는데 이는 레슬링보다는 유도의 색채가 짙었다. 두 선수 모두 익숙한 것이니만큼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표도르와 아를롭스키는 유도와 친숙하며 헤비급에서 손꼽는 운동능력을 지닌 것 외에도 체격 이점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장은 아를롭스키가 10cm가량 크지만, 체중은 둘 다 110kg 이하다. 헤비급 체중제한은 120kg이다.

따라서 두 선수의 완력은 대동소이했고 이는 근접 힘겨루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상대를 구석으로 모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굳이 우열을 따진다면 표도르가 다소 우세했다.

2. 타격

표도르가 MMA로 상대한 선수 중 최강의 타격가로는 흔히 2006년 프라이드 무제한급 토너먼트 우승자 미르코 필리포비치(24승 2무 6패 1무효, 별칭 크로캅)를 꼽는다. 2005년 8월 28일 프라이드 타이틀전에서 크로캅은 1라운드 10분 동안 타격 19/42(45%)를 기록했으며 이 중 강공격은 5/19(26%)였다.

아를롭스키는 3분 14초만을 뛰고도 타격 18/33(55%), 강공격 9/21(43%)로 크로캅보다 나은 기량을 보여줬다. 세계최고의 권투지도자 프레디 로치(프로권투 39승 13패 1무효), 마이크 가르시아(프로권투 26승)의 가르침을 받은 팔공격은 12/21(57%)였으며 다리공격도 6/12(50%)였다.

기술과 정확도뿐 아니라 빠르기도 갖춘 아를롭스키의 팔공격에 헤비급 최고의 타격 속도로 정평이 난 표도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크로캅과의 1라운드에서 타격 48/87(55%), 강공격 18/51(35%)로 압도한 표도르였지만 아를롭스키전에는 타격 9/24(38%), 강공격 4/16(혹은 5/17)으로 열세였다.

표도르는 자신의 권투 역량을 혹평한 로치의 발언에 “권투가 아닌 MMA를 할 뿐이다.”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권투를 중점으로 훈련한 것이 친동생의 증언 등으로 밝혀졌다. 아를롭스키의 권투에 대한 의식은 다리공격 방어의 허술함으로 이어졌다.

3. 종합

3분 14초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두 선수의 넘어뜨리기와 근접 힘겨루기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타격은 아를롭스키의 기술우위가 확연했다. 2차전이 성사된다면 표도르는 타격전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라운드로 갈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를롭스키는 그라운드로 굳이 갈 이유가 없었음에도 넘어뜨리기와 근접 힘겨루기 공방에서 적절한 반격도 한 것이 결과적으로 방어에 더 효과적이었다. 권투만 고집하지 않고 다리 공격을 병행하면서 표도르의 전진을 차단한 것도 좋았다. 이는 장기전이라면 표도르 하체의 충격 누적으로 운동능력과 지구력 저하도 기대할 수 있던 부분이다.

근접 힘겨루기는 근소한 우세였으나 타격은 열세였던 표도르는 상대 앞차기에 구석으로 밀렸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후속 공격을 맞받아치는 과감함으로 승리를 얻었다. 반면 아를롭스키는 기술과 통계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지만, 너무 이른 시점의 승기 확신으로 방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동작이 큰 공격을 시도했다가 KO 당하는 우를 범했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C) 어플릭션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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