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는 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MBC아트지부의 김종찬 지부장, 사건 목격자인 MBC아트 직원,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가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1시경 경기도 안성에 있는 '화유기' 세트장에서는 MBC아트 소속 소도구 담당 직원이 조명을 다는 작업을 수행하다 천장이 무너져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직원은 척추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현재 피해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비롯한 목격자와 다른 직원들은 퇴근을 준비 중이었다. 그때 피해자가 샹들리에 조명을 가져오며 '미술감독이 조명을 달라고 했다'고 말해 작업을 하게 됐다. 조명을 달기 위해서는 한 명은 천장에 올라가야했기 때문에 그 역할을 피해자가 맡았고, 다른 사람은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했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면서 피해자가 추락했다. 작업을 지시한 미술감독은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고지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 중이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안전 사고다.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스태프가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많은 대중이 '화유기'라는 드라마의 제작 중단 여부에만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화유기' 제작 중단을 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개선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기자회견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또 "만일 시청자들이 TV 화면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고 심지어는 다치기까지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런 상황을 감내하면서까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려하고 정제된 TV 이면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 조사 △드라마 제작 환경의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CJ E&M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 △추가 조사 및 안전대책 △드라마 제작 관행 및 시스템 개선 △정부, CJ E&M, JS픽쳐스, MBC아트 등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 여섯가지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혼술남녀'에 조연출로 일하다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과 드라마 제작 환경의 비인권적 행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가 자리했다. 이 씨는 "우리가 CJ에 요구한 것은 처벌보다 방송사가 책임을 지고 이한빛 PD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유기' 기사를 봤을 때 소름이 돋았다"며 "제작기간을 여유있게 잡는 것, 제작비를 투여해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 등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하지 않았다. 약속한 것에 책임을 지고 구체적으로 시행안을 마련해서 하루빨리 문화와 시스템이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질의응답에서는 '화유기'의 현장이 다른 드라마 제작 환경에 비해 유난히 노동의 강도가 세거나 안전에 둔한 것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언제 어디서나 '화유기'와 비슷한 안전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측은 "제작 종사자들의 안전, 적정한 근로 조건 마련 등을 위해 제작비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업계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는 이날 제작사 JS픽쳐스와 라온, MBC아트 등의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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