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유아인이 다시 장문의 글을 썼다. 예의 바른 문체지만 상대를 향한 질책이 섞여있다.
발단은 지난 1일 SBS 김성준 앵커가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려원의 수상소감에 대한 트위터를 남긴 것이다.
그는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2년전 유아인의 느끼하면서도 소름돋는 수상속마은 없었네. 정려원한테 기대를 걸었는데 생각보다 아니었다. 왜 수많은 훌륭한 연기자들이 연말 시상식 무대에만 올라서면 연기를 못하는걸까?"라는 글과 함께 2년 전 유아인의 수상 장면을 캡처해 게재했다.
이날 정려원은 시상식에서 "'마녀의 법정'이라는 드라마가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사실 감기처럼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범죄지만 그 가해자들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배우와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성범죄, 성폭력에 대한 법이 강화되어 가해자들이 처벌을 제대로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분들 중에서 성폭력 피해자 분들이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들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드라마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여성아동성범죄전담부에서 성장해나가는 마이듬 검사를 연기한 정려원이기에, 시상식에서도 마이듬을 연기한 배우로서의 솔직한 심경을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성준 앵커는 정려원의 소감을 비판한 것에 대해 지적하는 네티즌에게 "정려원씨 수상소감 가운데 성폭력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 잘했다. 많은 이들이 용기를 얻었을 거다. 그걸 탓하자는 게 아니다"며 "다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유명한 정려원 씨가 하는 말 치고는 어색했다는 취지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정려원은 1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상소감으로 못 다 전한 진심을 장문의 글로 표현했다. '연기대상'에서 직접 말한 수상소감과 내용은 같지만, 문장만 조금 다듬은 글이다.
김성준 앵커가 곧 글을 삭제하며 이 논란이 가라앉는 듯 했지만, 유아인이 김성준 앵커의 글에서 자신이 사례로 언급된 걸 알게되며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는 정려원의 수상소감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의 소감을 예로 사용한 김성준에게 "몇 말씀"을 남겼다.
페이스북을 통해 '인생이라는 무대, 삶이라는 연극, 사람이거나 배역이거나'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한 그는 "'시상식 방송'에는 큐시트와 대본이 있지만, 수상소감은 연극이 아니다. 시청자와 창작자가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는 소중한 순간"이라며 수상소감에서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정려원을 비판한 김성준에게 일침을 가했다.
또 "시상식 무대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소중한 무대다. 어쩌면 다들 형식적인 연극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답안지에 정답을 쓰듯이"라며 "김성준님 당신의 소명을 잘 성찰해보시기를 바란다. SBS 보도국 부장, 보도국 앵커, 청와대 출입기자인 당신은 연기자인지 직업인인지. 앵무새인지 사람인지/ 그 직업이 어떠한 직업인지"라고 타인의 일에 점수를 매기듯, 자신의 일을 돌아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극 무대에 올라간 배우의 잘하는 연기를 보고 싶으시면 시상식 말고 공연장 찾으시기를 추천합니다. sbs 뉴스 시청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덧붙여 마무리했다.
김성준 앵커는 "정려원의 수상소감 내용엔 공감한다"고 답변을 남긴 것 외에 다른 피드백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상식은 경쟁의 장이지만 수상소감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잘 짜여진 대사같은 소감보다, 말을 잘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소감이 더 박수받는 걸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다.
savannah14@xportsnew.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SBS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