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김미지 기자] 작곡가 윤일상은 가요 30년 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김건모, 이승철, DJ DOC, 젝스키스, 영턱스클럽, 유승준, 박지윤, 쿨, 터보, 김범수, 구피, 이은미, 이정현 그리고 '아모르 파티'의 김연자까지. 90년대 이후 가요계를 대표하는 이들 가수들의 히트곡들이 바로 윤일상의 작업실을 통해 나왔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가수들의 히트곡들이 그의 프로듀싱을 통해 탄생한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윤일상과 그의 곡들이 2018년 지금의 가요계에서도 평가받는 건 과거 영광에만 기대지 않고 계속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는 작업 영역을 넓혀, 드라마는 물론이고 뮤지컬과 영화음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디밴드를 결성해 공연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중이다.
윤일상은 이제 그저 히트곡을 많이 쓰는 유명 작곡가를 넘어 중견으로 가요계 다양한 발전과 올바른 문화를 정착하는 데도 힘들 쏟고 있다. 특히 그는 제대로 구축되어있지 않은 한국 가요史 정리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케이팝이 전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아가는 이때,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 가요사를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할 시점이라고 윤일상은 강조한다.
엑스포츠뉴스는 2018년 무술년 신년을 맞아 작곡가 윤일상을 만났다.
- 2017년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일을 한 가지 꼽아본다면.
▲ 2010년도부터 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뮤지컬 '서편제'가 올해 드디어 흑자를 기록했다. 작품 제목에서 오는 중압감이 쎄다 보니까 대중 접근성이 어려웠는데, '살다 보면', '한이 쌓일 시간' 등의 넘버들이 히트 하면서 오히려 뮤지컬이 히트해 뿌듯했다.
-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다시 한번 출연했다. 그만큼 히트곡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러 가수들이 재해석해서 불러주는 자신의 히트곡을 보는 심정은 어땠나?
▲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맙고 뿌듯한 감정이 듦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간의 히트곡들이 '지나간 기록'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기록'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그 영광은 좀 잊고 새롭게 많은 곡들이 사랑 받을 수 있게 노력하자는 마음이었다. 지나간 기록만 바라보고 있다보면 생각도 고일 수 있다. 그때 추억은 그대로 묻어두고, 2018년을 살아가는 음악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 데뷔 이후 약 30년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런 작곡가 윤일상의 마음 가짐은 어떤지.
▲ 음악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원래 가요는 웬만하면 잘 듣질 않는데, 대신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탐구하는 것이 내 본연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특히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은데 새로운 것이 많으면 먼저 다 해본다. 거기에서 오는 자극보다는 본질적인 것을 찾아가는 탐구를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 어떤 환경에 익숙하고 나태해지지 않고 늘 새롭고, 자신을 긴장시키는 편이다.
- 저작권료가 가장 높은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가장 많았던 때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
▲ 가장 많이 불리고, 들린 데이터로 보자면 1990년대가 가장 높았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저작권료 개념이 정착이 안 됐을 때라 실제로 수입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지금 환경이었다면, 아마 그 당시 건물 열 채 정도는 사지 않았을까 싶다. 저작권료는 매년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매해 갱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느 해에 도드라지기 보다는 어떤 시기의 기준에서도 항상 10위권 안에는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노래들이 갑자기 히트한 곡들이 아니라 스테디셀러로 좋아해주시는 것들이 많아서 노래방에서 많이 찾아주시고, 여름에는 쿨과 UN 노래가 겨울에는 DJ DOC와 터보 노래가 여전히 많이 들리는 것처럼 계절을 타기도 하는 것 같다.
- 오랫동안 독신주의였는데, 결혼과 아이가 태어난 후 작업 방향과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굼하다.
▲ 변화가 아주 크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아티스트라는 직업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완벽함을 꿈꾸는 직업이다. 그런 부분에서 안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 직접적인 예를 들어준다면?
▲ 큰 예를 들어본다면, 결혼 전에는 '보고싶다'를 썼다면 결혼 후에는 '아모르 파티'를 썼다. (결혼 후에는) 가사가 좀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내 가사에 공감이 덜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상상을 하면서 쓸 때가 종종 생긴다. 예전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사를 선호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가사적인 부분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충격이 가시질 않고 내 삶과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 올해 '아모르파티'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가수 김연자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 김연자 씨가 일본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항상 볼 때마다 정형화된 분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본에 가셔서 고생하면서 성공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셔도 흡수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김연자 씨가 발표하는 곡들마다 오래 가셨기 때문에, 이번에도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줄은 몰랐다. 아이돌 팬 여러분들이 많이 기여해주셨다고 들었다.
- 2017년도에도 많은 발전을 이룬 가요계인데, 혹시 현 가요계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 공연만으로 살 수 있는 가수들이 많이 없다. 이은미 씨 같은 분들이 공연 위주로 하시는 분들인데 롤 모델이 거의 없다. 공연만 하는 인디 레이블을 만들어도 봤는데 잘 안 되더라.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세대는 공연에 대해 잘 모르는기 때문에. 그래서 국회에 공연 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제의했었다. 서울 가까운 곳에, 집 앞에 공연장이 많이 생긴다면, 당연히 갈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데 홍대만 하더라도 현재 많이 없어졌다. 중소 업체나 단체들이 활성화되는 방안을 빨리 만들어야 가요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음원차트에 있는 '실시간 차트' 문제다. 이것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실시간 차트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지금 차트로는 알 길이 없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좋은 노래를 찾아들을 수 있는 기회조차 많이 못 얻는다. 늘 실시간 차트 TOP100만 듣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좋은 노래들을 찾아 듣는 것이 실시간 차트 때문에 많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다보면 결국 아티스트가 회사보다 힘이 적어지는 상황이 많아진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되는 거다. 많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실시간 차트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 2017년을 되돌아 보고 올해 가요계를 전망한다면?
▲ 바이럴 마케팅에 지나치게 지배를 받은 한해였던 것 같다. 본질을 놓치지 않고 가야하는데 바이럴에 지나치게 의존을 하게 됐다. 2018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공연이 활성화되는 수 밖에 없다. 인디 쪽 친구들은 바이럴도 못 하는데, 그런 숨은 보석들을 가져다가 밖으로 끌어내리면 좀 더 공평한 가요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럴도 마케팅의 일종이니까 존재는 해야겠지만 너무 의존적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 작년 가요계에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프로듀스 101'이나 '더유닛' '믹스나인' 등 음악 프로그램의 범람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그램이 생기는 것은 좋다. 비슷한 포맷을 변형해서 만드는 것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사항이다. 영국 '브리티시 갓 탤런트'처럼 한국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어두웠던 시기를 거친 MBC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바람이다.
- 방탄소년단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케이팝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방탄소년단은 특정 곡이 히트했다기보다는 그들의 이미지나 케이팝에 대한 제작사의 열정이 지속적으로 녹아들어 가면서 '실력'으로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줬다. 얼마만큼 유지되는지는 이후 행보가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애플뮤직을 보면 케이팝 차트가 따로 있는데, 이게 정말 큰 현상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음악이 한 장르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케이팝을 인식하는 것보다,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음악적 위치가 높다. 가장 문제는 케이팝이 아이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가 다 조명받아야 한다고 본다. 인디밴드 잠비나이 같은 친구들도 해외 무대만 다닌다. 그 친구들도 조명이 돼야한다. 지속적으로 공연을 계속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음악을 알리고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다는 것도 2018년에는 더욱 알려야한다.
- 직접 제작에 대한 욕심은 없는 것인가.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 제작은 11년 동안 했었는데 더 이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내 영혼을 뒤흔드는 목소리를 가진 친구와 운명적으로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작사를 차리고 누군가를 찾아다니려는 생각이 없다. 1년 반 정도 'the 142'라는 밴드를 하고 있는데, 현재는 홍대 공연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싱글이 나왔고, 2018년도 상반기쯤에 EP가 발매될 예정이다. 1990년대 '눈물'이라는 곡으로 유명했던 가수 리아가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원래 남자 보컬을 구하려고 했는데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 함께 합주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올해에는 록페스티벌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 가수 못지 않게 작곡가(프로듀서)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조언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되, 기본기에 가장 충실했으면 좋겠다. 좋은 곡이 안 나와도 되니까 지속적으로 도전해서 주변 사람들이 음악을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요즘은 컴퓨터, 모바일로도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도 기본기가 준비되지 않으면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작곡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 돈 보다는 가치로 생각하고, 더 좋은 음악을 위해서는 본질적인 것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내가 소름 끼치거나 눈물이라도 흘려야 대중에게 감정이 조금이라도 가게 된다. 내가 소름 끼치지 않는 음악을 발표하면 안 된다.
- 올해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예정돼 있는 기획들도 있나.
▲ 2018년도엔 여러모로 바쁜 프로젝트가 많이 계획돼 있다.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한편 들어갈 것 같고, 영화 음악과 드라마도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여러 가수들의 작업도 여러팀과 예정돼 있다. 또 내 이름을 건 공연도 시작될 것 같다. 일본 쪽과도 협의해 여러 나라 투어를 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작곡 외에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활발히 기획하고 있는 분야가 있나.
▲ 환경 운동을 하는 W재단과 함께 2018년 2월에 중국 아티스트와 함께 '후시(숨)'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할리우드 아티스트와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분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또 '세로토닌 드럼클럽'이라고 오지의 학생들을 도와주는 단체활동도 하고 있다. 월드비전 학교폭력 방지 활동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 앞으로도 바쁘게 살 것 같다. 가요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곡가로서 이루고 싶은 업적이 있다면?
▲ 피카소처럼 죽기 전까지 일하다 가는 것이 꿈이다. 사실 지금도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다. 앞으로도 열심히 한 눈 팔지 않고 음악에 열중하는 것이 목표다. 2018년도에는 여러 프로젝트로 굉장히 바쁠 것 같은데, 언젠가는 가요박물관을 만들어서 그동안의 역사를 조명하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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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