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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토스의 마법사' 김상기, 최고 세터로 부상

기사입력 2009.01.08 01:48 / 기사수정 2009.01.08 01: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6일, 신협상무가 삼성화재를 3-0으로 잡는 대이변은 아직도 배구 팬들에게 화자가 되고 있습니다. 7일 경기에서도 전패를 달리던 KEPCO45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죠. 신협상무와 KEPCO45가 프로 팀들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많은 배구 팬들이 흥분하고 있습니다.

신협상무와 KEPCO45는 프로 팀들에 비해 높이와 파워에서 밀리고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이겨내려면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한 세트플레이가 이루어져야합니다. 큰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격수가 없으니 나머지 포지션의 강화가 필요하겠죠. 윙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에서 약한 부분을 리베로와 세터로 대처하려는 것이 두 팀이 지향하는 점입니다.

신협상무가 삼성화재를 잡기 전, 이러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신협상무는 현대캐피탈과 LIG 손해보험, 그리고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경기 막판에 공격수들의 범실과 결정타의 부재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1라운드에서는 거의 현대캐피탈을 잡을 뻔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미 1승을 거두었었죠.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수들의 범실만 없었다면 LIG 손해보험도 한 차례 정도는 잡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협상무가 무서운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볼을 받아내는 리시브 라인과 토스를 올려주는 세터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신협상무 전력의 핵심은 리시브와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강주(26, 리베로)와 임동규(27, 레프트), 그리고 볼을 능수능란하게 배분하는 김상기(29, 세터)라인입니다. 신협상무의 최삼환 감독은 리시브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 지도자입니다. 그리고 김상기 세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상무를 거쳐 간 불세출의 세터인 신영철(전 LIG 손해보험 감독)과 이성희(현 GS 칼텍스 감독)보다 김상기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밝혔습니다.

김상기는 입대하기 전인 한국전력 시절부터 배구 팬들에게 주목을 받은 세터였습니다. 간판 공격수나 외국인 선수 없이 오직 단신의 공격수들을 가지고 최상의 플레이를 펼쳐왔습니다.

우선 김상기의 토스웍은 국내 세터들 중, 가장 낮고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속공 토스와 시간차 토스는 단연 돋보입니다. 장신 군단인 현대캐피탈과 산전수전 다 겪은 '배구 도사'들이 즐비한 삼성화재는 신협상무의 번개 같은 속공과 세트플레이를 알고도 막지 못했었습니다.

특히, 김철홍(28, 센터)과 이루어지는 속공은 매우 빠릅니다. 속공이 이루어지기 훨씬 이전에 김철홍이 뛰어오르면 김상기의 빠르고 정확한 토스가 올라갑니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이 속공은 신협상무의 장기입니다. 또한, 전광석화 같이 올라가는 C퀵 토스도 매우 일품입니다.



김상기의 가장 뛰어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경기 초반에는 상대 팀의 흐름을 읽으면서 허점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경기가 이어지면 상대방의 블로킹을 적재적소에 읽어내고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토스를 상대편 블로킹을 피해 빼돌리는 수 싸움에서도 김상기는 발군의 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상기는 볼 배분에 있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지녔습니다. 김상기의 플레이를 보면 한 번의 토스도 많은 생각을 한 후에 올린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같은 패턴의 공격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 여기에 모든 공격수들을 공평하게 믿으면서 가장 성공률이 높은 공격루트를 찾아내는 점이 신협상무의 단신 공격수들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김상기의 세터로서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강주와 임동규 등의 리시브 라인이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김상기의 약점은 178cm의 단신인 점입니다. 그리고 신장이 높은 장신 공격수들과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대 배구에선 세터도 높이를 갖추어야 한다는 지론이 있습니다. 김상기와 같이 180cm도 안 되는 단신 세터가 전위로 오게 되면 큰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일부 배구 팬들 사이에선 김상기가 국가대표 주전세터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기는 세터로서 서브도 좋은 편이죠. 국가대표 세터로 김상기를 뽑아야 한다는 섣부른 의견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시즌만 놓고 본다면 단연 돋보이는 세터는 김상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배구 관계자들은 김상기가 키만 컸어도 한국남자대표팀의 색깔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현대배구는 포지션을 막론하고 높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교하고 빠른 토스와 영리한 경기운영이겠죠.

2008~2009 시즌 초반에 김상기의 진가가 돋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시즌 막판까지 이러한 좋은 흐름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김상기란 세터가 한전과 신협상무란 팀에서 뛰면서 V-리그가 재미있어졌다는 것입니다.

신협상무는 프로 팀들에게 더 이상 1승 상대 팀이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긴장해야 될 팀이 신협상무일지도 모릅니다. 병장인 김상기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소속 팀인 한전 KEPCO45로 복귀합니다. 현재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 KEPCO45는 점점 시간이 지나면 조직력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상기마저 합세한다면 기존의 팀들을 위협하는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약팀에서 최고의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상기는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입니다. 그리고 나이어린 젊은 세터들이 발전의 롤 모델로 삼아야할 또 한 명의 세터이기도 합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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