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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뷰] 잊혀진 사나이, '30살' 설기현이 가야할 길

기사입력 2009.01.07 14:25 / 기사수정 2009.01.07 14:25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이젠 떠나야 할 때가 됐다. 헐 시티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멋진 헤딩 선제골을 터트리며 부활의 기치를 올렸으나 이후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풀럼에서 잊혀 진 사나이가 됐다. 로이 호지슨 감독의 '존슨-자모라' 편식 때문이든, 설기현의 극심한 부진 때문이든 간에 더 이상 풀럼에서 설기현의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설기현을 뺏기 때문이야" 라는 불만 섞인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설기현 없이도 올 시즌 풀럼이 너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7위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간신히 강등을 모면했던 풀럼은 2008/09시즌 웬만해선 지지 않는 축구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6승 8무 5패(승점 27점)로 무승부가 많을 뿐, 전반기 내내 5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설기현은 그라운드 밖에서 풀럼의 선전을 지켜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지난 해 10월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전이니, 3개월 가까이 1군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설기현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풀럼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한 국내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풀럼에서 뛸 기회가 없어진 설기현이 이적할 팀을 찾고 있으며, 3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해 매우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K-리그 신생팀 강원 FC로의 이적은 이적료와 연봉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국내 복귀 보다는 유럽 무대에서의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2000년 벨기에 앤트워프를 통해 유럽 무대에 발을 내딛은 설기현은, 이후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울버햄튼 원더러스, 레딩을 거쳐 지금의 풀럼에 입단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 축구의 젊은 대들보였던 설기현은 30살이 됐고 이제는 어쩌면 자신의 축구인생에 있어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1월 겨울 이적시장, 설기현이 가야할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잉글랜드 잔류이며 둘째는 타 리그로의 이적이다. 잉글랜드 잔류를 선택할 경우, 설기현은 실리와 명분을 두고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풀럼이 아닌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해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으며, 자존심을 꺾고 챔피언십으로 내려가 상위권 팀에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릴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선택의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시즌 중 설기현에게 관심을 드러낸 팀은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헐 시티뿐이었다. 그 외 팀을 찾는다 해도 눈에 띄는 건 강등권을 헤매고 있는 스토크 시티와 웨스트 브롬이다. 더구나 전반기 내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보여준 것이 없는 설기현이다. 경기력이 떨어진 그를 시즌 중에 영입하려는 팀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선은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향한다. 공교롭게도 현재 챔피언십 1,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모두 설기현과 인연이 있는 팀들이다. 1위는 2003/04시즌 이후 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는 울버햄튼이고, 2위는 2006/07시즌 설기현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레딩이다. 두 팀 모두 기분 좋게 작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회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밖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버밍엄 시티, 카디프 시티, 번리 등도 설기현이 이적을 고려해 볼만한 팀들이다.

두 번째 선택인 타 리그로의 이적은, 설기현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다지 추천할만한 선택이 되지 못한다.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초롱이' 이영표(32)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영표의 경우 자신을 필요로 하며,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설기현 자신이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팀을 원하고 있어 오랫동안 활약 해 온 잉글랜드 무대를 떠나 낯선 리그를 선택할 가능성도 낮다. 벨기에 리그로의 복귀도 예상해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지도자 수업을 받기에는 잉글랜드의 여건이 더 좋은 편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어느덧 30살이다.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설기현이다. 

[안경남의 풋볼뷰] 축구공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풋볼뷰(Football-view)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 해 드리겠습니다.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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