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탄생기①에 이어) '고백부부'는 처음부터 부부의 이야기였다. 권태기를 겪는 38세 부부 마진주(장나라)-최반도(손호준)가 20대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부부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큰 축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서 바로 모든 걸 깨닫게 된다면 12부나 되는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없다.
이에 마진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인물이 필요했으니, 바로 마진주가 아닌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둔 남길 선배(장기용)다. 훈훈한 외모에 진주만 바라봐주는 다정함까지 장착한 남길 선배는 과거로 돌아간 '고백부부'의 설렘을 담당했다.
- 하 : "남길이는 우리 드라마 초반을 담당하는 캐릭터였다. 초반의 콘셉트는 '설렘'이었다. 남길은 설렘에 시장을 뛰게하는 주범이다. 우리 드라마 시청자의 대부분이 여성 시청자들이라, 남길을 보고 심장이 안 뛰면 납득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남길 역의 배우를 캐스팅 하기 위해 많이 찾아봤다."
"대한민국 배우들 모두 찾아보고, 리스트 작업도 하다가 아이유의 '분홍신'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거기에 웬 미소년이 있길래, 이 사람 지금 뭐하고 있나 검색해봤더니 남자가 되어 있더라. 다행히 반도를 맡기로 한 손호준 씨랑 같은 회사라서 바로 연락을 해 미팅을 잡았다. 만나기로 한 날 우연히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키도 크고 너무 멋있더라. 나도 설렐 정도였다. 대화를 하는 순간 순수해지는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남길이로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했고, 이후에 자주 봤다. 본인도 캐릭터에 욕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줬다. 나중에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 권 : "남길이라는 캐릭터는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친 캐릭터다. 로맨스드라마를 많이 참고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로맨스를 넣으려고 노력했다. 기용씨가 캐스팅되고, 처음으로 연기를 보는 거라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방송을 보니 너무 멋있게 나와서 만족했다. 배우도 열심히 하고, 연출도 잘 하셔서 잘 나온 것 같다."
'고백부부'가 호평을 받은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은숙(김미경)-마진주의 모녀이야기다. 현재에 자신의 자식을 두고 온 진주는 과거에 살아있는 엄마 은숙때문에 쉽게 현재로 돌아갈 결심을 못내렸고, 이는 많은 시청자로 하여금 '모성애'를 둔 토론이 이뤄지게 했다.
- 권 : "드라마 전에 원래 썼던 영화에서 모녀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모녀 관계에 대한 감상이 충만한 상태였다. '고백부부'에서도 내가 만약 아이를 두고 온 진주라면 아무 망설임 없이 바로 현재로 돌아가려 했을 것 같다. 그런 진주를 과거에 잡아 둘 장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있는 과거를 만들게 됐다.
과거에 살아있는 엄마와 현재에 두고 온 아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일이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드라마를 지켜봤다. 어떤 것이든 진주의 선택이 납득이 갈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결혼 여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기도 했다. 미혼인 권혜주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 세계관에서, 드라마의 결말처럼 '현재'를 선택했다.
- 권 : "나는 자식을 선택할 것 같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아서 잘 모르는 감정이긴 하지만, 주변에 아이가 있는 언니들을 보면 '자식때문에 산다'는 말을 흔하게 하더라. 그리고 그게 맞는 것도 같다. 엄마도 물론 그립겠지만 진주는 처음부터 현재로 갈 생각이었다. 현재에서 엄마와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이 '아버지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임종을 못봐서 모른다'는 말을 남긴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나도 만약 엄마의 마지막 말을 기억 못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게 됐고, 엄마와 충분이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했다."
이밖에도 살아 숨쉬는 것 같은 1998년 대학 캠퍼스의 싱그러운 청춘이 '고백부부'의 매력 포인트였다. 마진주-최반도라는 주인공 외에도 윤보름, 천설, 고독재, 안재우 등 그들을 둘러싼 친구들의 우정은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주제를 전달했다. 특히 "도전이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호전적인 걸크러시 캐릭터 윤보름은 시대에 앞서가는 여성상으로 사랑받았다.
- 권 : "친구들 캐릭터에 색을 주고 싶었다. 진주가 과거에서 멋있는 여성상을 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걸크러시 느낌의 캐릭터를 잡았다. 당시가 90년대라 적극적이고 멋있는 신여성들이 막 등장하는 과도기였던 것 같다. 활동적인 청바지가 여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손윗 남자에게 '형'이라고 호칭하는 등 남성성을 많이 띈 시기였고, 그 시기의 느낌을 반영하고 싶었다."
또 예능드라마 '고백부부'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개그 캐릭터가 있으니, 이이경이 연기한 고독재 되시겠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 고독재만이 반도-진주가 돌아온 현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려지지 않아 애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 권 : "사실 미안한건 독재에게도 원래 줬던 신이 있었는데 시간 때문에 잘렸다. 사실 독재는 과거나 현재나 크게 변한 친구도 아니고, 독특한 캐릭터성이 강한 친구였다.그래서 진주와 반도가 과거에 다녀오기 전이나 후나 별로 변함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예측가능한 결말이 나올 친구였고, 그래서 시간상 분량을 뺐다. 아마 독재는 바뀐 미래에서도 짧은 머리로 긴 머리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이야기를 이리저리 늘어놓던 두 사람은 문득 배우들 이야기를 많이 안 한 것 같다고 걱정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배우들에게도 고맙단다. 이 고마움을 직접 전하는 것도 좋지만, 연기대상에서 큰 상을 받으면 모두에게 좋은 보상이 아닐까. 하병훈 PD 역시 연기대상을 향한 작은 욕심을 솔직하게 말했다.
- 하 : "상을 주면 감사히 받겠지만, 내가 꼭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욕심은 전혀 없다. 배우분들이 상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 고생하면서 연기 열심히 한 배우들이 자기가 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고백부부' 탄생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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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