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입소문의 힘을 보여준 드라마다. 6.6%(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아름다운 상승 곡선을 그리며 14.3%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것.
많은 배우들이 '시청률은 별로 신경 안 써요'라고 말하지만, 역시 좋은 시청률에 기분 나빠할 배우는 없다. '마녀의 법정'에서 남자 주인공 여진욱을 연기한 윤현민 역시 "시청률을 볼 때마다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며 좋은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려원 누나랑 촬영 중에 시청률을 확인하면 소리지르면서 좋아했다. '터널' 이후에 바로 드라마를 하게됐는데, 두 작품이 동시에 터지는 게 쉽지 않다. 야구 선수 때도 홈런은 쳐도 연타석 홈런은 쳐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 뿐이다."
윤현민은 '마녀의 법정'으로 연기 인생 첫 미니시리즈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이번 작품이 그의 스타성과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터. 그렇기에 윤현민이 가진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은 다른 배우들보다 더 컸을 것이다. 그는 애초에 시청률은 기대조차 못했다고 고백했다.
"감히 기대할 수가 없었다. 전에 했던 작품들도 다 좋은 작품들이었지만, 시청률적인 면에서는 크게 높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또 우리 드라마와 동시기에 다른 방송사에서는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방송되는 상황이었다. '마녀의 법정'은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성범죄를 중심 소재로 다뤘고, 이게 워낙 어둡고 민감한 소재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분편해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님, 제작진, KBS 방송국까지 그랬다. 일상에 지치신 분들이 이 불편한 이야기를 찾아보실까라는 걱정이 컸다. 그래도 다행히 많이 봐 주시고, 같이 분노해주셔서 감사했다."
성범죄 사건은 일상 생활에서도 가장 피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녀의 법정' 속 사건들도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 아닌 이미 비일비재하게 접해온 사건들이기도 했다. 윤현민이 시청자가 이 소재를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처럼, 연기를 하는 그에게도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그 사건들 중에서도 아동 성범죄를 다룬 5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진욱이가 검사에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사건이기도 한 5회가 가장 힘들었다.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이 안좋았다. 사실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성범죄 관련 뉴스, 특히 아동 섬범죄 뉴스는 제목만 봐도 힘들고 어른으로서 미안해서 잘 안봤었다. 대본을 보면서도 화도 나고, 혹시 내가 하는 연기가 비슷한 사건을 겪은 분들에게 그때 일을 상기시키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감독님도 비슷한 부담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그 대본과 내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감독님도 왈칵 눈물을 흘리셨다. 그래도 그때 나눈 대화를 통해 드라마와 여진욱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진정성을 담아 성범죄 사건에 분노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함께 마음 아파하고, 개선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는 게 나와 우리 드라마의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난 10월 30일, 드라마가 한창 촬영 중이던 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윤현민은 5회를 찍을 당시 자신의 감정을 회상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끝나고나서는 (눈물을 흘린 게) 많이 부끄러웠다. 그때는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 평소에도 드라마 이야기에 집중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이번 작품이 더 특별한 건, 예전에는 그냥 마음 아파하고 지나갔을 성범죄 사건을 이제는 좀 더 들여다 보고 그 사건으로 가해자가 받는 형량과 결과에 내 생각을 좀 더 가미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인간 윤현민으로서도 한 단계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다."
'터널', '마녀의 법정' 연타석 홈런 이전의 윤현민에게는 "브레드 이즈 더 베스트"라는 명장면을 남긴 예능 '나혼자 산다'가 있었다. 예능으로도 사랑받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예능 이미지가 배우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도 될 법 했다. 특히 '터널'의 김선재나 '마녀의 법정'의 여진욱은 모두 예능에서 보여준 허당 이미지와 반대되는 엘리트 캐릭터로, 그 갭이 더욱 컸다.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허당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드라마의 내 모습을 어색해하시는 건 아닐까 1분 정도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방송을 하는 동안에는 윤현민이 아닌 작품 속의 인물로 봐주시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됐다. 어쩌다보니 계속 엘리트 전문직으 연기하는데, 정말 힘들다. 특히 법률 용어는 평소에 내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이 없는 용어다 보니 이를 자연스럽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마녀의 법정'도 마쳤고, 긴 파업 끝에 '나 혼자 산다'도 정상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윤현민의 '나 혼자 산다' 출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고 선언했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지금은 뭔가 할 수 있는 몸 상태, 정신 상태가 아닌 것 같다. 병원도 다니고 쉬면서 12월을 보내고 싶다. 여행도 가고 싶은데 길게 여행을 갈 수 있는 스케줄은 안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선언이 예능을 안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예능 출연을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집에서 예능 보는 걸 좋아한다. '알쓸신잡'이나 '코미디 빅리그'를 특히 좋아한다. 좋아하다보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예능을 '안 할거야'는 아니고, 당분간은 '쉬고싶다'는 말이 맞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나 혼자 산다'부터 '마녀의 법정', 그리고 일본 팬미팅과 이어지는 아시아권의 러브콜까지. 2017년은 윤현민에게 좋은 일만 가득했던 한 해다. 하는 것마다 잘되는 이 상황은 그에게 흥행보증수표라는 수식어도 안겨줬다. 그는 "흥행보증수표는 아니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와 함께 시청률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도 이야기했다.
"시청률은 하늘의 영역인 것 같다. 시청률만으로 작품의 성패가 나뉘는 것은 아쉽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도 알 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일례로 지난 해 참여했던 '뷰티풀 마인드'라는 작품은 좋은 작품임에도 시청률 면에서는 큰 호응을 못 얻었다.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은 그 말을 해주신 분한테 내가 수표를 꺼내 줘야하나 싶은 심정이다. 아직은 그런 말이 과분하다. 그래도 운이 좋은 배우인 것 같긴 하다. 내년에 차기작에도 이 좋은 기운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고, 그 운을 담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배우가 되고 싶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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