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윤현민의 특별한 2017년을 완성해준 드라마 '마녀의 법정'. 이 작품은 여러모로 특이한 작품이었다. 한국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여자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갔고, 또 한국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만 한다는 편견을 깼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만을 좇던 마이듬(정려원 분)이 여성아동성범죄전담부로 좌천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었다. 실제 사회에 만연한 아동 성범죄, 몰카 범죄, 성접대 등을 다루며 본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충실했고, 또 현실과는 달리 마이듬 검사의 활약으로 주어지는 '사이다 판결'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더해 마이듬-여진욱(윤현민)의 커플 케미가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달달함을 한 스푼 더했다.
"마이듬 캐릭터가 항상 사건을 휘젓고 다니고, 폭주까지 하면 여진욱은 이를 잡아 내려줘야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집중하며 연기했다. 그렇게 상반되는 성격때문에 이듬과 진욱이의 케미가 더 좋게 보였던 것 같다."
윤현민은 이듬-진욱 커플, 나아가 여진욱이라는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정려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정려원을 자신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누나랑 정말 잘 맞았다. 감히 나한테는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다. '마녀의 법정'으로 만나기 전부터 정려원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좋아했다.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누나랑 내가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됐다. 촬영을 기다리며 둘이 만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둘의 호흡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덕분에 둘의 케미가 더 산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마이듬-여진욱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게 그려졌다. 특히 마이듬은 여진욱에게 마음을 보여줬지만, 여진욱의 마음은 가려져있었다. 그래서 마지막회에 나온 취중 키스신이 두 커플을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윤현민이 더욱 집중한 디테일은 따로 있었다.
"우리 드라마가 이듬과 진욱의 감정을 많이 안보여주다 보니 디테일한 설정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남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 중, 사귀기 전이지만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어온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가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바꾸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귀기 전이라 하트까지 붙이는 건 오버인 것 같고, 마이듬이니까 'my듬'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저장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너무 안보이더라. 나만 본 것 같다. 나만의 축제였다. 하하."
윤현민은 회심의 디테일이였던 'my듬'이 본방송 때는 묻힌 것을 아쉬워하며 기사에 꼭 캡처본을 첨부해줄 것을 당부했다. 처음 소품팀이 'my.듬'이라고 준비한 걸 "점은 뻬야 한다. 나의 듬이니까 my듬이라고 써야한다"고 까지 세세하게 부탁해 만든 디테일이다.
윤현민이 만든 여진욱의 디테일 중 혼자만의 축제로 끝나지 않고,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것도 있다. 바로 여진욱의 매너손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를 돌려 세우기 위해 확 잡아 끄는 행동은 종종 폭력적이라고 지적받아왔다. 윤현민은 배려심이 깊은 여진욱을 표현하기 위해마이듬을 돌려 세울 때 낚아채는 것보다 그 앞을 손으로 막는 디테일을 만들었다.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드라마에서 누가 누구를 확 낚아챈다던가, 벽에 확 밀쳐서 키스하고 이런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진욱이는 그런걸 안해도 되는 캐릭터였다. 이듬이의 손목을 잡지 않고 앞을 살짝 가로막는 건 진욱이라서 해 볼 수 있는 시도였다. 내가 생각한 걸 해볼 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만든 건 아니다. 다만 나중에 김여진 선배님이 세트장에서 만나서 '너 그거 잘한 것 같아'라고 알아봐주셨을 때 더 기분이 좋더라."
전작인 '터널'도 이번 '마녀의 법정'도 장르물로서 그 역할에 충실했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널'의 김선재(윤현민)-신재이(이유영)나, '마녀의 법정' 마이듬-여진욱 커플이 이어지길 바라는 여론이 높았던 건 윤현민의 '멜로 눈빛'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그렇기에 그의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다. '터널'이 끝나고도 계속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작품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녀의 법정'을 대본을 봤을 때는 '이걸 거절하면 바보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정도로 대본이 완벽했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로맨스를 아예 생각 안했다. 우리 작품에 로맨스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듬과 진욱 커플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이유는 려원 누나와 나의 호흡이 만들어 낸 케미 덕분이 아닐까."
이어 그는 '멜로 눈빛'의 비밀이 하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극중 진욱이 자신의 엄마(전미선)를 취조할 때도 멜로 눈빛때문에 화제가 됐다고 말하자 "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당시 전미선 선배의 얼굴을 보는데 울컥하더라. 눈빛이 촉촉해서 멜로눈빛이라는 소리를 듣는것 같다. 평소에는 하품을 많이 해서 눈빛이 늘 촉촉하다"며 농담스레 이야기했다.
'마녀의 법정'과 여진욱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모든 공을 정려원에게 돌리던 윤현민. 하지만 여기에 어찌 그의 매력과 노력이 1g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윤현민은 여진욱을 연기할 때서야 비로소 제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여진욱과 자신의 비슷한 점을 설명했다.
"이제까지는 아예 통통튀는 역할이나 날이 선 역할을 주로 해왔다. '마녀의 연애'나 '연애의 발견'에서 맡은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목소리를 한 톤 높여서 연기를 했고, '터널'같은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때는 억양이나 톤을 좀 더 차갑게 만드려 노력했다. 반면 진욱이는 실제 내가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톤으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조금은 수월했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 좋은 연기를 선보인만큼 다가오는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도 있을 터. 그러나 윤현민은 이 역시 자신보다는 정려원의 수상을 더욱 기대했다. 여기에는 자신에 대한 냉정하고 나름 객관적인 이유도 있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신인상은 이전에 한 번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어서 불가능하고, 우수상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려원 누나가 단상에 올라가서 큰 상을 하나 받으면 통쾌할 것 같다. 누나가 상을 받을 때 우리 여아부(여성아동전담부) 식구들이 모두 시상식에 참여해 뜨겁게 박수를 치고 싶다. 그런 모습은 기대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지 웃으며 자신이 상상하던 연기대상 풍경을 말하던 윤현민. 그는 "누나가 상을 받으면 옆에서 헤드 스핀을 할까?"라고 혼잣말로 공약 아닌 공약을 던지기도 했다.(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제이에스픽쳐스, KBS 2TV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