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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아기와나' 이이경 "영화 위해 삭발…'태후' 촬영땐 가발 맞춰"

기사입력 2017.11.24 14:00 / 기사수정 2017.11.24 13:44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긴 머리 찰랑거리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고백부부'의 고독재 혹은 '태양의 후예'의 뺀질거리는 우르크 발전소 직원 강민재. 대중이 기억하는 이이경의 모습은 유쾌하고, 밝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이경이 머리를 모두 밀고 군에서 제대해 갓 사회에 나온 도일로 돌아왔다. 2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지만 예능드라마 '고백부부' 종영시기와 맞물려서 나와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아니 극중 도일은 이이경이 연기하는 인물이 아닌 도일 그 자체로 보인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걱정과 우려가 컸다. 워낙 큰 롤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고 소화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영화 자체에도, 감독님께도 더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배우가 필요할 거라고 의심도 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나를 캐스팅한 이유에 내 배경까지 조사하신 감독님의 말을 들으니 확신이 섰다. 이 역할을 다른 배우가 하는 걸 보기 싫었다."

영화 '아기와 나'(감독 손태겸)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순영(정연주 분)과 아기를 낳고 살아가던 도일(이이경)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여자친구를 차장 헤매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도일은 군에서 나와 사회에 갓 발을 내디딘 초년생의 모습에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 

갓 사회에 나온 도일의 혼란과 그가 하는 반항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욕도 내뱉고, 폭력적인 성향도 보인다. 엄마와 아내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영화라는 판타지로 포장할 법도 한데, 날 것 그대로 서 있는 도일은 다소 거부감도 준다. 선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보이는 이이경과는 많이 달라보 였다.

"도일과 나 사이에도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감독님이 내가 체대 나온 것을 아시고 도일을 체대 졸업생으로 설정해줬다. 또 집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때가 있었다. 누나가 결혼하고 '너 같은 애 나올까 봐 아들 낳기 두렵다'고 말할 정도. 하하. 그런거 보면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변하고, 사회적 위치가 잡히고, 이렇게 사람이 변하는 것 같다. 또 극 중 도일이를 보면 결정적 순간들에 따스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정이 많아서 자신을 떠난 아내도, 아들도 버리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모욕하는 친구를 때리지도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입이 가능했다."

아내의 가출이 도일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어 그를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정작 도일을 연기한 이이경은 "어른이 되기 싫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한 선배님으로부터 '배우는 철이 들면 연기를 못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뒤부터 어른이 되길 스스로 거부해온 것 같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서 경험을 하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배움을 얻게 되지 않나. 그렇게 무엇인가 두려워 도전을 포기하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경험은 쌓되, 늘 도전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를 찍고 세상에 개봉되기까지 2년.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전했다.

"이 작품을 찍을 때 '태양의 후예', 영화 '커튼콜', 예능 '진짜 사나이'를 동시에 촬영했다. '아기와 나' 콘셉트에 맞춰 머리를 잘랐더니 드라마 쪽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가발 회사에 가서 거액을 주고 맞춤 가발을 사비로 제작했다. 가발을 맞춰 쓰고 세팅까지 마치고 드라마 촬영현장에 갔더니 모두 놀라더라. '잘랐다고 하던데 그대로네?'라고 말했다. '아기와 나' 찍을 때는 가발을 벗었고, 중간에 '진짜 사나이'를 가서도 또 군인 머리로 있었다. 하하."

'태양의 후예'를 함께했던 그 영광의 가발은 이번 '고백부부' 당시 고독재 가발을 제작할 때 참고용으로 쓰기 위해 드라마 소품팀에서 가져갔었다고. 이이경은 자신을 가발과 가까운 배우라 말하며 가발예찬론을 펼쳤다.

다시 영화이야기로 돌아와, '아기와 나'가 이이경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가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이끌어가는 단독 주연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이경은 이번 영화로 '주연을 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에 대한 아쉬움에 방점을 뒀다.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와 달리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그러나 그 점에서 이이경의 다음 작품은 지금보다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모든 신을 이끌어가는 주연은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보니 많이 아쉽다. 지금의 나는 2년 전의 나보다도 더 성장한 것 같아서 그때의 나를 보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어떤 연기를 하건 아쉬움이 남는 건 늘 똑같은 것 같다."(인터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AFA/CGV 아트하우스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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