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4.10 03:25 / 기사수정 2005.04.10 03:25
3연승의 기아와 중심타선이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며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산이 맞붙었다. 선발투수는 두산은 이혜천을, 기아는 리오스를 내세웠다. 리오스는 지난해 다승 1위에 3년 동안 평균 200이닝을 소화해 내는 대표적인 이닝 이터( Inning eater)인 반면 이혜천은 올시즌 풀타임 선발이 처음인 투수였기 때문에 마운드의 높이는 기아 쪽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두산이 기아에 1-0으로 승리했다.
운명을 가른 1회
이종범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무사 1루, 타석에는 상대 선발이 좌완이 까닭에 이용규가 아닌 손지환이 서 있었다. 이종범은 상대 투수가 좌완임에도 불구하고 투구폼을 절묘하게 빼앗으며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유남호 감독은 팀의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였기 때문에 선취점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번트 작전을 썼으나 이혜천이 제구가 되지 않으며 볼카운트 1-3로 몰리게 되었다. 여기서 이종범은 3루 도루를 감행했는데 왼손 투수에 우타자라면 3루 도루의 최적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종범이 간과한 것은 볼카운트였다. 이혜천이 제구가 안 되는 상태에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없었기에 직구 승부가 예측되었는데 아무리 이종범이라고 해도 145-6km의 스피드에 3루 도루는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후 3번 장성호의 좌전안타가 터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위기를 넘긴 두산은 선두타자 전상열과 2번 장원진이 아웃으로 물러난 이후 3번 최경환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김동주, 홍성흔이 연속 좌전안타를 기록하며 손쉽게 선취점을 뽑아냈다. 최근 들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두산의 중심 타선이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또 한 건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스트라이크 번트의 책임은?
두산은 2회에도 이승준이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한 무사 1루에 김창희가 3루수 뒷쪽으로 친 높은 플라이를 기아 유격수와 3루수가 낙구지점을 파악하지 못하며 안타를 만들어주며 무사 1,2루의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9번 손시헌의 타석에서 두산 벤치는 초구부터 적극적인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무사 1,2루에서의 번트는 스퀴즈보다도 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2루 주자가 발이 느리고 상대 1루수가 왼손잡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손시헌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 보내며 이승준이 런다운 플레이에 걸리게 되었는데 일차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놓친 손시헌에게 잘못이 있다. 그러나 더 어이없는 플레이는 이승준이 런다운에 걸릴 때 여유있게 2루에 들어가야할 김창희가 너무 여유를 부린 탓인지 서서 들어가다 2루에서 태그아웃된 것이다. 물론 런다운을 3루쪽으로 끌고 가지 못한 이승준도 잘못이 있지만 상대 유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아웃당한 김창희의 잘못은 잘못 이전에 프로답지 못한 태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2루에 송구해 더블아웃을 이끌어낸 홍세완의 플레이는 너무나 돋보이는 수비였다.
팽팽한 투수전 속의 긴장감
이후 양팀 투수는 선두타자와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두 명 이상의 주자를 모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최근 몇 년간 타고투저 현상으로 제대로 된 투수전을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모처럼만에 제대로 된 투수전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혜천은 상대 에이스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위축되는 빛이 없었으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제구력도 문제가 없는 모습이었다. 6이닝동안 4사구가 두 개에 불과할 정도로 깔끔한 내용이었다. 리오스는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한국야구의 바톨로 콜론'다운 모습으로 일단 던지기 시작하면 많이 던지는 투수인데 어제도 8이닝 완투를 펼치며 연일 연투하고 있는 중간 계투 투수들에게 1일 휴식을 주는 에이스다운 역할을 다했다.
마무리 정재훈
서동환이 2군으로 내려가며 김경문 감독은 정재훈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정재훈은 SK의 카브레라나 지난 시즌 두산의 마무리였던 구자운 같은 파이어볼러 스타일은 아니지만 칼날같은 제구력을 갖고 있어 올시즌 셋업맨으로 충실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수지만 갑작스럽게 마무리를 맡게 되었다. 한 경기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합격점을 줄 만 하다. 9회말에 선두 타자 홍세완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이후 폭투까지 범하며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세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올시즌 두산의 두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는 투수가 되었다.
올시즌 5선발로 낙점받으며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맞이하게 된 이혜천의 깜짝 호투는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반면 기아는 7일 SK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마해영의 만루홈런을 제외하고는 집중력 있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 경기에서도 에이스를 내세웠음에도 무기력하게 패해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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