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부암동 복수자들'이 콘텐츠의 힘으로 채널의 힘을 눌렀다.
16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비슷한 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9일 방송된 10회는 6.126%(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로 집계됐는데, 같은 날 방송된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9.6%, KBS 2TV '매드독'이 6.8%(이상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지상파 채널 자체가 가지는 힘을 고려한다면 이들과 비슷하거나 능가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힘이 클 것이다. 같은 이름의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에 기대도 컸지만 우려도 있었다. 웹툰(만화) 원작 드라마가 원작의 매력을 해치거나, 플랫폼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각색 등으로 시청자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원작 팬들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처음 접하는 팬들까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캐스팅과 각색, 연출로 환영받았다.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원작 팬들이 드라마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또한 배우의 힘이다. 웹툰에서 그림, 이미지로만 보던 캐릭터들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이 호흡하면서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부암동 복수자들'을 보는 커다란 재미 중 하나였다.
특히 '부암동 복수자들'이 여성 중심의 서사를 끝까지 여성의 이야기로 밀고 나가며 마무리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수겸이라는 캐릭터가 복자클럽에 들어오면서 그 균형이 무너질 뻔한 적도 몇 번 있었으나, 결국 중요한 복수의 분수령에서는 김정혜, 홍도희, 이미숙의 결심과 변화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대를 통해 세 여자는 변화와 성장을 겪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교훈을 보여준다. 누구의 딸,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김정혜, 홍도희, 이미숙으로서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결말은 12회 동안 보여준 어떤 복수보다 청량감을 선사했다.
남녀의 로맨스도 없고 화려한 액션신도 없는 '부암동 복수자들'의 성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JTBC '품위있는 그녀'에 이어 '부암동 복수자들'까지 여성만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연이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앞으로 안방극장 속 여성 캐릭터의 주도적인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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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