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6:30
스포츠

야구계에 불어닥친 또 하나의 태풍, 억대 도박사건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08.12.05 05:35 / 기사수정 2008.12.05 05:3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선수로 유명한 피트 로즈(Pete Rose, 前 신시네티 레즈)는 두 번의 눈물을 머금었다고 전해진다.

한 번은 타이 콥(Ty Cobb, 前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했을 때 흘린 기쁨의 눈물이 그것이고, 또 한 번은 신시내티 감독 시절 도박 혐의로 야구계에서 영구추방을 당한 후 흘렸던 비극적인 눈물이 그것이다.

특히, 로즈의 눈물이 감옥에 가는 그 순간까지 멈춰지지 않았던 것은 당시 다섯 살밖에 안 되었던 그의 아들이 "친구들이 아빠를 죄인이라고 놀린다."라는 말을 듣고는 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덕행은 아이의 으뜸가는 유산'이라는 말도 있다. 바로 로즈를 두고 한 말이다.

야구계에서 영구추방을 당한 로즈는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 1위를 기록하고도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포함하여 '캐네디언 명예의 전당'조차 그의 입성을 거부했다. 감독이라는 사람이 소속팀을 미끼로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영원히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가차없는 철퇴

이렇듯 메이저리그는 비도덕적인 선수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철퇴를 때린다. 로즈 외에도 승부조작 혐의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블랙삭스 스캔들'의 당사자들도 모조리 야구계에서 영구추방 되었던 전례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등 약물사건으로 인하여 큰 오점을 남긴 선수들 또한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스테로이드 사용 의심을 받고 있는 마크 맥과이어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벌써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으며, 약물 사용과 관련하여 위증 혐의를 받은 베리 본즈 역시 명예로운 은퇴식을 하지 못했다.

야구선진국에서 이렇게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를 제대로 쓰려는 의도와 맞물린다. 앞에서 예로 든 피트 로즈의 경우처럼, 야구를 배우려는 후손들에게 선구자들이 '도박꾼'이었는지,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했던 영웅'이었는지를 가르쳐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부도덕함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 추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또한, 선수로써 큰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모두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과 지역사회 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들의 연봉도 구단이 아닌 팬들이 주는 셈이다. 부도덕한 선수에게 가차없이 철퇴를 가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어린 야구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도박판 사건

국내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선수로써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 선수를 팬들이 보러 오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단에서 주는 연봉 역시 팬들이 주는 것과 다름없다. 야구를 보러 오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없으면 야구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선수들이 연봉을 받아먹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야구팬들이 야구 잘하라고 쥐어진 돈으로 일부 선수들이 도박을 했다고 한다. 물론 도박을 할 수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성적이 생각처럼 오르지 않는 선수들에게 충격요법으로 도박이나 술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도를 넘지 않은 수준에서 허용하는 것일 뿐이다. 억대로 도박을 했다는 것은 결국 소속팀을 볼모로 돈내기를 했던 피트 로즈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선수들의 봉급은 구단이 주는 것이다. 그 봉급을 가지고 선수가 부도덕한 일을 행했다면 당연히 구단 차원에서 제재가 가해져야 맞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단이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 아닌가.

대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억대 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이는 더 이상 야구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미 야구판은 병역 비리로 인하여 심한 홍역을 치루였던 전례가 있다. 벌써 그것을 잊었다면 그야말로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전인(全人)교육부터 다시 시켜야 한다

프로스포츠 출범 전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 안 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학원스포츠의 폐해로 이어져 '공부하는 선수'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현재와 같이 일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로 연결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매우 부질없지만, 이제라도 아마야구를 비롯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인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아마야구 때 배우지 못했다면 구단 차원에서라도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도적인 교육을 해줘야 마땅하다. 이미 프로야구 선구자들이 이러한 시행착오를 경험해 봤기에 더 잘 알 것이다.

이제 KBO와 각 구단, 그리고 선수협의회는 '제2의 피트 로즈' 사건을 앞에 두고 신중해져야 한다. 무조건 덮어 둘 것이 아니라, 철퇴를 들어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철퇴를 들어야 한다. 예전처럼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야구계의 스타급 선수가 빠져나갈 경우 관중이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부도덕한 야구선수가 그라운드에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야구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치부가 드러났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을 쓴 약으로 삼아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다.

모쪼록 야구계에 불어닥친 수많은 악재가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특히, 비도덕적인 문제는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유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