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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삼성화재가 극복해야 할 '안젤코 딜레마'

기사입력 2008.12.03 23:57 / 기사수정 2008.12.03 23: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경기인 대전 삼성화재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는 '득점의 분포도'에서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대한항공이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김학민(25, 라이트)과 칼라(24, 레프트) 때문만이 아닙니다. 전 포지션에 걸쳐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이 고공비행을 하는데 숨겨진 공신은 한선수(23, 세터)와 진상헌(23, 센터)입니다. 두 선수 모두 신인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일취월장해진 기량이 팀 성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신인이었던 2007~2008시즌에 비해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구사하게 된 한선수는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올해 대한항공에 부임하고 나서 진 감독이 가장 크게 강조한 포지션은 세터였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좋은 활약을 펼쳤던 한선수는 상대에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토스가 이번시즌에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풍부한 선수층이 한선수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로데뷔 2년차 선수치고 볼 배분이 좋은 한선수의 공로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항공의 양쪽날개 공격수인 김학민과 칼라의 득점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센터들의 기량이 향상된 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센터들의 공격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때, 그 팀은 비로소 다양한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진상헌은 한선수와 호흡을 맞추며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3일 벌어진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진상헌은 기습적인 속공으로 삼성화재의 블로킹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진상헌이 성공시킨 블로킹은 1개에 그쳤지만 유효블로킹을 7개나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이 경기에서 진상헌의 공격성공률은 무려 72.73%에 이르렀습니다. 또 한 명의 센터인 김형우(27, 센터)와 함께 중앙을 장악한 대한항공은 안젤코에 의존한 삼성화재를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1라운드에서 대한항공을 맞아 가장 선전한 팀은 삼성화재였습니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대한항공에게 삼성화재가 이 정도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브리시브'에 있었습니다.

대한항공과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LIG 손해보험은 김학민과 칼라, 그리고 한선수 등이 구사하는 강서브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을 헌납한 LIG 손해보험은 허약한 서브리시브를 극복하지 못했었습니다.

현대캐피탈 역시, 대한항공의 강서브에 흔들리면서 팀의 전매특허인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서브리시브와 수비력이 가장 좋은 팀인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을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국내 최고의 리베로인 여오현과 '돌도사' 석진욱, 그리고 '마지막 고려증권 선수'인 손재홍은 대한항공의 강서브에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과제였습니다. 득점을 낼 수 있는 공격수가 있어야 하는데 대한항공의 장신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격수는 안젤코 밖에 없었습니다.

석진욱과 손재홍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C퀵과 시간차 공격을 시도해봤지만 성공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안젤코를 제외한 다른 공격루트를 철저하게 막고자하는 진준택 감독의 의도는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결국, 대한항공의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프로배구구단 중, 가장 좋은 기본기를 갖춘 삼성화재지만 안젤코의 공격만으로는 대한항공을 이길 수 없다는 해답이 이 경기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안젤코의 활약이 살아나려면 센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항공이 김학민 20득점, 칼라 19득점, 진상헌 10득점, 김형우 9득점으로 고른 점수분포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최다득점 선수인 안젤코가 33점을 기록했고 그 다음으로 많은 포인트를 추가한 선수가 9득점의 신선호였습니다.

삼성화재는 분명히 국내프로구단 중, 가장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팀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극단적인 공격분포도가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세트에서 안젤코의 공격성공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삼성화재는 국내선수들을 활용하는 경기를 펼쳐보였습니다.

그 결과, 석진욱과 신선호만이 4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보였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20~30%에 불과한 저조한 공격 성공률이 나타났습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도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로 작용할 것입니다.

삼성화재의 가장 큰 과제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안젤코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격점유율을 극복해나가는 점입니다. 우선적으로 센터들의 공격지원이 가장 필요합니다. 또한, 석진욱과 손재홍, 그리고 이형두 등이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려주는 일도 절실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배구가 무엇인지를 대한항공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 내 최고 득점 선수가 20득점에 이르고 나머지 선수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리는 모습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진 = 안젤코 (C)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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