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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①] 영원히 잠들다…'홍반장'부터 '공조'까지, 故김주혁이 그린 얼굴들

기사입력 2017.11.03 07:00 / 기사수정 2017.11.03 07:0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故 김주혁이 2일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20여년 동안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사하며 시청자, 또 관객들과 만나왔다.

어디선가 만난듯한 사람,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형이나 오빠, 동생같은 그런 친숙함으로 대중과 호흡해왔던 김주혁이기에 지난달 30일 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김주혁과 일면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까지도 깊은 슬픔과 비통함에 빠질수밖에 없었다.

배우 故 김무생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에서 오롯이 배우 김주혁으로 거듭나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담백하고 진실된 연기로 대중과 교감해왔던 김주혁이 그려낸 얼굴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데뷔 이후 김주혁은 1999년 SBS 드라마 '카이스트'를 비롯해 '프라하의 연인'(2005), 영화 첫 주연작 '세이 예스'(2001)와 올해 5월 개봉했던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10편이 넘는 드라마와 20편이 넘는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2004년 개봉해 배우 엄정화와 호흡을 맞췄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감독 강석범)은 김주혁에게 '한국의 휴 그랜트'라는 애칭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동네반장의 모습과 함께 30살의 홍두식 역을 맡은 김주혁은 특유의 친근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농익은 유머 감각을 자랑했다. 담담하게 툭 던지듯 내뱉는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밝게 다가왔던, '홍반장' 하면 김주혁이 자동반사적으로 생각날 정도로 '홍반장'은 한동안 김주혁의 고유명사처럼 함께 불린 이름이었다.

'홍반장'을 비롯해 '싱글즈'에서 김주혁과 함께 호흡했던 엄정화는 김주혁의 비보를 접한 후 "오래오래 기억할게 홍반장. 잘 가. 오늘은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두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우정을 나눴던 이들이기에 엄정화의 말 역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 '광식이 동생 광태'


배우 봉태규와의 브로맨스 조화가 돋보였던 '광식이 동생 광태'(2005, 감독 김현석)는 김주혁이 연기했기에 더 와 닿았던, 사랑에 유독 서툰 남자의 모습이 첫사랑의 아련함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만들었던 영화다.

형 광식 역으로 등장했던 김주혁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라이벌이 등장하면 평화를 위해 숨어버리는 '연애계의 평화유지군'의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냈다.

자신을 찾아 온 과거의 짝사랑 윤경 앞에서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물론, "인연으로 맺어질 사람이 있으면 절대자가 무슨 신호를 보내줬으면 좋겠어"라고 속마음을 토로하는 광식의 모습에서는 한없는 순수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했던 김주혁의 매력은 광식 캐릭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남자들의 더욱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감독 홍상수)은 지금의 연인 이유영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다. 또 '배우 김주혁'으로의 새로운 얼굴도 내보이며 생활 연기에서의 강점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줬다.

영수(김주혁 분)와 민정(이유영)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김주혁은 자신을 떠난 연인을 찾아 헤메는 감정을 일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주혁도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는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분석하고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그 순간 느끼는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감독님께 감사했고 배우 입장에서는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홍상수 감독과의 첫 작업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주혁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을 한층 더 넓혔다'는 호평을 얻었던 이 작품을 계기로 김주혁의 새로운 캐릭터를 향한 변신의 의지는 더욱 커졌다.


▲ '공조'

올해 1월 개봉한 '공조'(감독 김성훈)는 김주혁이 그토록 바랐던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증'을 완벽히 해소시켜 준 작품이다. '공조'에서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조직의 리더 차기성으로 분한 김주혁은 앞서 캐릭터와 연기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예능 '1박 2일'에서도 하차하며 변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여왔다.

악역 카리스마를 완벽히 소화해 낸 도전은 성공적이었고, 영화는 흥행과 더불어 김주혁에 대한 호평 역시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주혁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더 서울 어워즈에서 영화로는 20년 만에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공조'에서의 변신을 통해 스스로도 "연기의 재미를 더욱 느끼고 있다"고 얘기했던 김주혁은 "항상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막 살지 못해본 게 좀 많다.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연기를 하며 해소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너스레를 던지며 다음 작품을 향한 열의를 전하기도 했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공조'에 이어 김주혁의 스크린 행보는 5월 개봉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도 이어졌다. 클럽을 운영하며 엄청난 부를 모은 남도진 역으로 서늘함을 자랑하며 다시 한 번 김주혁이라는 배우가 가진 카리스마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본편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김주혁은 피아노를 즐기는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단 한 장면임에도, 직접 전자 피아노를 구해 두 달 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길지 않은 말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던 김주혁의 화법은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여지없이 발현됐다. '공조'에 이은 악역 캐릭터 도전을 묻는 이야기에 "분명히 매력이 있다"면서 "내가 언제 사람들에게 그렇게 험한 말을 해보고 살겠냐"고 툭 내던지며 "짜릿해요. 그건 해 보시면 알 거에요"라고 말하며 눈을 빛냈던 그 순간은, 진짜 연기의 재미를 느껴가는 김주혁의 하루하루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 '아르곤'

지난 9월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은 2013년 '구암 허준'이후 김주혁의 4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올해 유독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온 그였기에 드라마 복귀와 새로운 캐릭터 변신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

8회의 빠른 호흡을 가진 이 드라마에서 김주혁은 진짜 뉴스만 전하고픈 이들이 모인 탐사 보도 아르곤 팀의 수장 김백진 역을 맡아 앵커로 완벽히 분하며 카리스마를 뽐냈다. '김주혁이었기에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냉철한 판단력과 정의를 추구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그려낸 김주혁의 연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자격과 책임, 의무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만큼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여줬던 그다.

김주혁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손석희 앵커는 이날 JTBC '뉴스룸'을 통해 과거 자신이 교통사고로 숨진 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 속 주머니에 손을 넣었던 일화를 전하며 "그의 죽음을 몇 번째 순서에서, 어느정도로 보도해야할 지 고민해야 하는 착잡한 오늘이다. 굳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안주머니에 손을 넣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의 가슴이 따뜻하리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는 오늘"이라고 말하면서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각 영화·드라마 포스터·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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