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는 김구 역할을 맡은 조진웅을 비롯해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 신정근, 유승목, 정규수, 이서원, 곽동연 등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각자의 몫을 다 해냈다.
이원태 감독은 김구 역을 연기하며 캐스팅부터 촬영까지 마음속의 부담감과 책임감, 어려움을 토로해왔던 조진웅과 인천 감옥소 소장 역으로 쉽지 않은 악역 도전에 나섰던 송승헌 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이원태 감독은 "조진웅 씨를 처음 만난 날, 진웅 씨가 '백범일지'를 읽어야겠죠?'라고 묻더라고요. 그 때 제가 '하지 말아야 할 것' 1번으로 '백범일지'를 읽지 않는 것을 얘기했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실존 인물에 갇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김창수로 연기를 해달라고 얘기했어요. 실제 '백범일지'를 읽으면 힘들어서 연기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 글을 이만큼까지 쓰는 과정의 것은 나 혼자 감당했으니, 너는 하지 마라'라는 게 제 생각이었죠. 배우는 창작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인데, 아우라에 갇힐까 걱정도 됐었고요. '영화 작업이 다 끝나고 읽고 싶으면 읽어라'고 했었어요"라며 웃었다.
대신 이원태 감독은 조진웅에게 '죽음의 수용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몇 권의 책을 건넸다. "정말 좋은 책이고, 우리 누구 모두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악의 절망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인데 그 책을 읽고 나면 힘든 일도 웬만하면 견딜만해지더라고요"라며 함께 책을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송승헌에게는 "이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에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친일파의 그런 이분법적이 감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전형적인 친일파는 정말 그리기 싫었거든요"라며 "망해가는 나라의 지식인, 이 나라를 잘 살게 만들고 싶은 엘리트들의 눈에 죄수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겠어요. 강형식은 그런 비애가 담긴 인물이었거든요. 점점 자기 맘대로 안 되는 현실에 사람이 포악해져 가는 그런 인물이요. 그래서 (송)승헌 씨와 서로 얘기를 많이 하면서 대사도 많이 바꾸었었고요"라고 말했다.
"그냥 들어간 대사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이딴 것들 사람 대접해주니까 나라가 이 모양 아니냐', '이 나라가 원래 그래. 그런다고 안 바뀌어.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타고난 대로 살다 죽어', '두고 보시오. 이 나라는 곧 없어질 거요. 이따위 것들 아무도 기억 못 할 거다'라고 말하는 이 모습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의 모습이거든요. 역사에 대한 정리가 안돼서 여기까지 오다 보니까 나라가 정리가 안 돼 있는, 그런 상태요.
그것에 대한 강형식의 예지 같은 느낌으로 대사를 썼죠. 고맙게도 승헌 씨가 제가 담으려 했던 대사의 의미를 다 받아들이고 공감을 많이 해주면서 연기했어요. 실제로도 김창수와 부딪히는 신에서는 좀 슬퍼 보이는 모습까지 있었거든요. 그 의미를 포착 못한 사람은 '악역인데 연기가 왜 저래'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많이 배운 입장에서 나라는 이렇게 돌아가고, 죄수들까지 자신에게 대들고 이런 비애와 분노가 있는 인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창수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고진사 역의 정진영, 소작농의 딸을 구하려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된 남자 마상구 역의 정만식, 감옥소의 터줏대감, 양원종 역의 정규수, 약삭빠른 감옥소의 정보통 조덕팔 역의 신정근 등 베테랑 연기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덧붙였다.
"정진영 선배님과는 대사에 대해 얘길 했었는데, 촬영에 들어가서 카메라 앵글에 잡혀 있는 선배님 얼굴을 보니까, 말보다 얼굴이 보여주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사를 빼고 가자고 했고, 많은 대사가 아니어도 표현할 수 있는 법을 알게 됐죠.
또 신정근 선배와 했던 얘기가 기억나네요. 선배의 방에 놀러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선배가 제게 했던 말이 '감독님, 저는 이 작품에서의 목표가 안 보이는 것, 안 튀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대장 김창수'라는 영화고, 본인은 이 영화의 조연인데 내가 분량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수위 조절이 어렵다'면서, 극을 재미있게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욕 한마디를 대사로 해도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귀여운 욕을 해야 될 것 같다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고마웠었어요. 이 배우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고, (본인이 돋보이기 위해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스스로 이렇게 자제하려고 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죠."
이원태 감독은 "감옥이라는 공간을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공간으로 생각했었다"면서 영화 속에서는 최고참 정규수부터 막내 이서원까지, 나이차이가 최대40살 가까이 나는 이들이 함께 모여 만들 수 있었던 멋진 조화를 만들어 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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