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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대장 김창수' 이원태 감독 "왜곡 논란? 사건의 본질 봐야"

기사입력 2017.10.29 14:45 / 기사수정 2017.10.29 14:3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소문난 이야기꾼 이원태 감독이 영화 '대장 김창수'를 통해 감독으로의 첫 발걸음을 뗐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아름다운 TV 얼굴' 등의 프로그램 연출에 이어 '가비'(2012), '파파'(2012) 기획, '오싹한 연애'(2012) 제작, '조선 마술사'(2015)의 원작 집필에 이은 이원태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다.

19일 개봉한 '대장 김창수'는 치기 어렸던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고통 받는 조선인들 사이에서 모두의 대장이 돼가는 이야기로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그린 감동 실화. 역사 속 한 인물의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대장 김창수'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장 김창수'는 이원태 감독이 4년 여간 힘을 쏟아 부었던 프로젝트다. "인터뷰를 하면서 속이 후련해지고 있습니다"라며 웃어 보인 이원태 감독은 "그동안 혼자서 글을 쓰고, 캐스팅을 하고 연출할 때는 부담이 너무 심했거든요. 단순한 그냥 역사가 아니고 위대한 사람,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까요. 조진웅 씨에게 처음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못 하겠다'고 말했던 마음도 이해가 갔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오히려 좋네요"라고 덧붙였다.

글 쓰는 것과 책 읽는 것, 역사 공부와 역사책은 특히 더 좋아했다. "국내 유명 서점의 회원 등급에서도 최상급"이라며 이 같은 것들은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해 오고 있는 일들이라고 얘기했다.

이원태 감독이 김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몇 년 전 아이와 함께 상해 임시정부에 다녀왔던 것이 계기였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초라했던 모습에 절로 눈물이 나왔고 또 역사 속의 인물들이 위인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암흑의 시간, 고통의 시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역사의 매력이, 우리가 지금 현재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던 상황들이 많아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지?' 이런 게 역사에 있거든요. 지금 우리가 정말 상상 불가능한 정도의 일들이 중국과 고대 로마, 우리나라 역사에도 있었고요. 김구 선생님의 역사를 몰랐으면 이 지점을 영화로 못 만들었겠죠. 그 전에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지점을 선택했고요. 사실 정말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하실 때의 뒷부분은 제가 감히 못 만들 것 같더라고요. 두 시간 안에 담아낼 자신도 없었고요. 30년을 목숨 내놓고 사셨던 그 과정, 사람에게 죽다 살아난 것 이상의 터닝 포인트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 지점을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여기에 구한말이라는 힘든 시기의 역사 속 인천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그려내고 싶었다. 이원태 감독은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한 공간이 인천 개항 시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봉건국가인데, 갑자기 서양과 근대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들어온 것이 그 시기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이 영화 안에 담을 수 있었던, 부조화와 충돌이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죠"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송승헌(강형식 역) 씨의 외모를 신사처럼 말끔하게 그려내고 있죠. 그렇지만 죄수들은 당시의 조선 모습 그대로, 가난하고 못 배우고 남루하게 등장해요. 감옥의 구성도 한 쪽에만 서양 2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그런 비주얼적인 콘셉트도 이런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이고요. 영화적으로 이렇게 새로 만들긴 했지만, 결국은 그 시대의 정신을 넣고 싶었던 것이에요. 2층 양옥과 다 쓰러져 가는 판자 집은 서로 안어울리잖아요. 영화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그냥 넣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현실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기 위해서 더욱 신경 썼죠."

이원태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장면을 먹는 장면을 비롯해, 가장 신경 썼던 철도에 대한 이야기에도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김구가 인천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의 경인선인 첫 철도 부설공사가 시작됐고, 실제 김구가 두 번째로 감옥에 갔을 당시 노역을 했던 사건을 녹여냈다. "김구의 실제 경험과, 당시 시기의 실제 있던 일을 철도 에피소드에 넣었다"는 것이 이원태 감독의 말이었다.


"그 때 그 시기의 수탈의 상징, 식민지화 돼가는 상징을 꼭 넣고 싶었죠"라고 말한 이원태 감독은 "그렇게 영화 안에서 이런저런 의도들을 갖고 재구성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명분들을 제 스스로 쌓기 위해서 계속 부담이 있었기도 했고요"라고 토로했다.

중간의 고민 과정도 있었다. "영화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재밌게 써야 되잖아요. 그런데 재밌게 쓰는 것보다 뭔가 하나라도 의미를 담고 재구성을 하더라도 명분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라고 다시 말을 꺼냈다.

"계속 그 작업을 하던 도중, 시나리오 각색 기간에 나라에 힘든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 예를 들면 초고를 쓸 때는 세월호 사건이 없었는데, 각색을 하면서 그런 엄청난 사건이 생기다 보니 그런 감성들이 제게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글이 자꾸 바뀌고, 없던 대사도 넣게 되고요.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는 것이 이 나라다'라는 대사가 있죠. 그게 현재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명성황후도, 한 나라의 왕비면서 역사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명백히 잘못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렇지만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창기에 초고를 썼을 때는 지금보다 장르성이 훨씬 더 많았거든요. 실존 인물이 아닌 사람도 많았고, 이상한 죄수도 많았고요.(웃음) 그런데 각색을 하다 보니 여러 사고 발생 속에 그걸 점점 깎아내고, 역사적 의미와 우리 시대의 의미를 자꾸 넣게 된 거에요."

앞서 이원태 감독은 '대장 김창수' 제작보고회 당시 김창수가 실제로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건지, 아니면 상인을 죽인 것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치하포 사건') 속에 이것이 논란이 될 우려에 대해 "어떤 논란이든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그 논란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김창수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명성황후를 죽인 살인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논란들이 영화에 다 녹아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원태 감독은 이에 대해 "김창수는 그렇게 믿고 계속 얘길 하죠. 그리고 증거가 없는 것으로 끝나고, 사형을 선고받잖아요. 죗값을 받는 것이죠. 그리고 본인도 말을 하죠. '내 죗값을 내 죽음으로 갚겠다'면서, '그런데 나보다 더 추악한 짓을 저지른 너희들은 이것을 왜 은폐하냐'고 말해요"라고 되짚었다.

"그런데 사건의 요지, 핵심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 나라의 왕비를 잔인하게 시해했다는 것이잖아요. 당시 우리나라 전국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성토가 들끊고, 일본인들에 대한 테러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김창수가 죽인 사람이 자객이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라 그 엄청난 잔인한 짓을 저지른 그 때, 우리 백성의 당시 민심이 그랬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나서 우리나라 친일파 정권이 3일 뒤에 바로 단발령을 시행해요. 유교 사상에 젖어있는 나라에서 상투를 다 자르고 머리카락을 다 짧게 하라니까 나라가 난리가 났었던 것이죠.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고 있는 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고요.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 참혹한 짓을 저지르고 아무 사과를 안 하고 그대로 넘어가 있는데 거기에 분노해야지, '김창수가 죽인 사람이 자객이 맞아?' 그게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사건, 이 이야기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원태 감독은 "김구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다 보면 정말 드라마틱한 삶 속에서 자신을 던지고 살았던 그런 것을 느끼게 돼요. 정말 똑똑하시죠"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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