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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②] '언니는' 손여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시한부 연기 더 와닿아"

기사입력 2017.10.17 14:45 / 기사수정 2017.10.17 16:02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언니는 살아있다'. 그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손여은이라고 답할 것이다. 

손여은은 '언니는 살아있다'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악역 구세경을 맡아 인생연기를 선보이며 데뷔 이후 최고의 관심을 받았다. 안하무인 재벌집 딸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개과천선하기까지, 남다른 구세경의 삶은 손여은에게도 특별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다른 김순옥 표 드라마와 달리 악녀 세 명이 얽히고 설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온갖 악행들을 저지르며 피해를 끼치고 다니는 악녀지만 구세경에게는 유독 동정표도 많았다.

양달희(다솜 분), 이계화(양정아)에 비해 악행의 수위가 낮기도 했을 뿐더라, 처음부터 김은향(오윤아)에게 당하는 장면도 많아서였다. 또 손여은의 명품 연기력이 구세경을 설득력있게 그려냈기 때문도 있었을 것.

"세경이가 저지른 악행들이 다 나쁘지만, 나는 모든 연기를 할 때 그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했다. 이유가 없는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악행을 해도 그만한 이유가 있고 표면적으로 안보여도 어떻게든 찾아들어가서 연구하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세경이도 그걸 찾을 수 있었다. 파고 들어갈 수록 세경이도 많이 외롭고 불쌍한 아이더라. 세경이를 불쌍해하는 반응을 보며 내가 만든 감정선을 따라와주시는 것 같아서 보람있었다."

그러나 구세경을 연기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 화를 잘 안내는 차분한 성격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게 제일 어려웠다고. 주변에서는 '언니는 살아있다'를 본 뒤, 손여은에게 "정말 괜찮아?"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남편이랑 만나기만하면 싸우고, 회사에서는 맨날 화내고 명령하고, 그리고 항상 마음은 나를 압박해오는 것 같아서 불안해하고. 그렇게 몰입해서 하다보니 마음 상태가 계속 좋지 않은 상태여야해서 힘들었다. 화가 나야하는데 화가 안나서 힘들었다. 그래도 화를 낼 이유를 찾으면서 노력하다 보니, 나중에는 '득음했다' 이런 소리도 들었다."

구세경 캐릭터가 특별한 이유는 드라마 속에서 가장 성장한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천하의 나쁜 사람이었지만, 유방암 판정을 계기로 나중에는 드라마 속에서 가장 사이다를 주는 인물이 되기도 했다. 

"착하고 나쁜 여자라고 '착쁜년'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시더라. 그냥 '못됐어'라고 욕할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 나중에 개과천선했다고 해서 세경이의 죄가 씻어지진 않겠지만, 은향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아름이의 납골당을 꾸며준다거나, 죽기 전에 아름 유치원을 준비해주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까지 세경이가 노력했다는 걸 드라마 안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악녀 세경이가 암 판정을 계기로 갑자기 착해지는 모습이 개연성이 없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 질문을 들은 손여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아버지께서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이 대본이 쉽게 봐지는 대본은 아니었다. 물론 아버지가 악하던 분이 아니라서, 악하던 사람이 바뀌고 그런 걸 곁에서 본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음 앞에서 바뀌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빴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반전이 더 크게 거려진 것 같다."

이어 그는 시한부 구세경을 연기하며 깨달은 것들에 대해 고백했다. "마지막에 민들레(장서희)를 엄마라고 생각하고 손잡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아빠 마음이 이랬겠구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나한테 '언니는 살아있다'가 더 값진 작품이 된 것 같다."

손여은이 언급한 장면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엄마, 나 그동안 진짜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있었으면 나 어리광도 받아주고 아빠 야단도 막아주고 좋았을 텐데. 엄마, 나 아프니까 엄마 생각 되게 많이 났다? 엄마도 떠날 때 이렇게 힘들었어? 난 내가 그때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엄마가 훨씬 더 슬펐겠더라. 사랑하는 사람 두고 떠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제이와이드 컴퍼니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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