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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서울 바라보는 아픈 마음 담았다"

기사입력 2017.10.20 06:40 / 기사수정 2017.10.19 21:4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곽경택 감독이 영화 '희생부활자'로 돌아왔다.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2001), '똥개'(2003), '태풍'(2005), '사랑'(2007), '통증'(2011), '극비수사'(2015) 등으로 관객과 함께 했던 곽경택 감독의 수많은 대표작들과는 또 다른 결이다.

12일 개봉한 '희생부활자'는 소재부터 독특하게 다가간다.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사례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희생부활자'의 원작은 박하익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다. 곽경택 감독은 "원안의 초반부 흡입력이 정말 좋아서 빠져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할 때도 쉽지는 않았죠"라고 '희생부활자'를 만나고, 또 함께 했던 시간을 되짚었다.

곽경택 감독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던 대로 하면 편안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나이 먹기 전에 이런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곽경택 감독은 "영화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고통스럽더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라며 원안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희생부활자'의 성격을 언급했다.

작업 과정 속에서 후회와 고민의 시간도 당연히 존재했다. 처음 '극비수사'를 편집하고 있을 때 편집실에서 원작을 읽으며 느꼈던 초반의 흡입력을 되새기며 그 몰입감을 스크린 속에도 옮길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특히 곽경택 감독이 집중했던 부분은 엄마와 아들의 관계였다. 신선한 소재를 모자(母子)의 관계로 정리하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는 시선들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희생부활자'에서는 김해숙과 김래원이 이 역할을 맡았다. 김해숙은 강도에게 살해당한 후 7년 만에 살아 돌아온 엄마 명숙 역을, 김래원은 희생부활자(RV)인 엄마의 공격을 받고 엄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쫓는 검사 진홍 역으로 열연했다.

곽경택 감독은 "엄마 역할은 김해숙 선생님이 제일 잘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연세가 드신 연기자 분들은 본인의 어떤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에 부담이 덜하시잖아요. 그런 것에 자유로운 분이 누굴까 생각해보니 김해숙 선생님이 떠오르더라고요. 워낙 스스럼없이 다니시니까요.(웃음) 어머니에 대한 여러 모습도 보여줘야 했고, 정말 자기 자식 밖에 모르는, 그런 느낌도 나오면서 복수의 처단자 같은 얼굴과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정서까지, 그런 것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분이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죠"라며 김해숙 캐스팅의 과정을 전했다.


"역시 판단을 잘 했구나 싶어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인 곽경택 감독은 "김래원 씨와는 세 번째 모자 호흡이잖아요. 처음에는 '이게 맞을까?' 부담도 됐죠. 그런데 김해숙 선생님도 정말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의식이 발생하셨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희생부활자'를 만들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흐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끝이거든요. 이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게끔 여러 장치를 해 놓아야 해요. 연기자에게 의존하는 부분도 있었고 비, 체내발화라는 설정도 그렇죠. 그것들을 통해 묵직함도 유지가 되면서 미스터리한 것도 풀어졌다고 생각해요. CG에도 더 공을 많이 들인 이유가 그래서였죠."

곽경택 감독은 '희생부활자'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등 여러 공식 행사를 통해 '서울의 무거움'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제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무거운 도시에요. 단순히 이 이야기를 재미 위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서울에 대해 갖고 있는 아픈 마음을 넣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분명 보시면 공감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운을 뗐다.

"자살사이트라는 것이 있고, 안타까운 생명들이 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지, 또 왜 이런 모습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 너무나 답답하죠. 어릴 때 선생님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자살률이 더 높다고 했는데, 그 때는 '못 살아도 행복하네'란 생각이 있었지만 어느새 우리나라가 더 심해졌잖아요. 물질적인 풍요가 분명 있는데 그걸 채워줄만한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못 따라가니까 다들 포기하고, 뺏으려고 하고 나누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아닌 게 돼버렸잖아요. 그러다보니 거기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이런 것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저도 글을 쓰면서도 그런 세상에 살아야 되고, 범죄나 용서, 이런 것에 대한 가치를 머리  속에서 어느 것이 더 맞다 틀리다를 고민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쉽죠"라고 말한 곽경택 감독은 ''희생부활자'를 잘 살펴보면 행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곽경택 감독은 "저는 특히 서울에서 한강이 그런 공간이에요. 한강을 볼 때 굉장히 좀 슬픈 감정이 있더라고요. 경찰 분과 만나서 얘기하다 들어보니, 자신이 경찰서에 근무할 때 1년에 한강에서 건져내는 시체수가 250구였다고 하네요. 경제발전의 숨겨진 그림자가 이렇게 보이는 것인데, 우리는 거기서 유람선도 타고 그런 것을 보면 참 이상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희생부활자'에서도, 한강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영화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후 '일종의 해방감'도 맛볼 수 있었다. 곽경택 감독은 "무언가 결과를 떠나서 짐 하나를 내린 기분이 들었어요. '아, 이게 나를 굉장히 짓누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완전한 해방감은 아니었지만요"라고 말하면서 "시사회 이후 지인들에게 응원도 받고 하다 보니 누구의 말처럼 '노처녀 시집보낸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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