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아르곤' 시즌2라고 무조건할 수는 없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 김주혁의 선택은 옳았다. tvN 드라마 '아르곤'은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짧고 굵은 존재감을 남겼다. 극 중 탐사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의 책임자이자 신망받는 앵커 김백진 역을 맡은 김주혁의 역할이 주효했음은 당연한 이야기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생리에 대해 치밀하고 사실감 있게 묘사하다 보니 김백진 역할에 JTBC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 손석희를 참고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김주혁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주혁은 "내 멋대로 하는 게 최고겠다고 생각했다. 누굴 따라 하는 건 되지도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주혁은 "배우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들어가려고 하는 버릇이 있었다. 또 전문 분야의 대사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앵커 역할을 맡으며 신경 썼던 지점에 대해 얘기했다. 평소에도 뉴스를 많이 보는데, 이제는 조금 달리 보일 것 같다며 "'아르곤' 대사 중 뉴스를 믿지 말고 각자 판단해달라는 말이 와닿았다"고 한다.
김주혁이 생각하는 '아르곤'의 매력은 뭘까. '현실적이고, 영웅적인 서사가 없고, 로맨스가 없었다'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영웅적인 부분이 있었으면 싫었을 것"이라며 "또 억지로 과한 부분이 없었다. 또 과하다 싶으면 잘라냈다. PPL도 없었지 않나"라고 말했다.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있을까 봐 걱정했다"며 "제발 하지 말라고 생각했다. 너무 억지스럽지 않나. 와이프가 죽고, 애까지 있는데 신입 기자랑 로맨스라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극 중 김백진과 이연화(천우희 분)의 감정적 긴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김백진은 "약간 뭔가 있었지만, 그건 동료, 막내에 대한 애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주혁이 연기한 김백진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주혁이 생각하는 김백진의 매력은 "자기만의 선이 있고, 주장이 일관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인데 본인 역시 그런 점이 있다고 한다. 김주혁의 그런 확고한 기준은 작품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보통 드라마가 잘 돼서 시즌2를 하자는 의견이 있으면, 말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할 텐데 김주혁은 "글(대본)이 있어야 하지"라며 제작하더라도 "대본을 보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시즌2라고 무조건 하고 그럴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런 까다로움이 있기 때문에 김주혁이 출연하는 작품은 '믿고 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일 터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다. 김주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이 고된 제작 환경을 지적했다. 우스갯소리 반, 진심 반으로 '아르곤'을 선택한 이유는 8부작이었기 때문이라고 거듭 말했다. 앞으로 '구암 허준'처럼 긴 드라마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암 허준'은 정말 죽을 뻔했다. 무서웠다. 왜 무서웠냐면, 단순히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시간에 쫓겨서 할 수 있는 걸 못 하는 것. 그게 너무 싫고 짜증 난다. 내 살 깎아 먹는 느낌이 너무 싫다. 이번 작품은? 물론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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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