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국민을 적으로 돌린 대통령, 이것이 정말 요즘 말로 '실화냐'고 말하고 싶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이명박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자리에서 심경을 밝혔다.
김미화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출석, 참고인 신분으로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나섰다.
하루 전인 18일 배우 문성근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피해자로 첫 검찰 조사에 나선 데 이어 김미화는 두 번째로 조사를 받게 됐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조사에 앞서 9시 52분께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미화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김미화는 김제동, 김구라 등과 함께 방송인 쪽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이날 김미화는 "2010년 KBS에서 블랙리스트 건으로 조사를 받고 7년 만에 다시 또 출두했는데, 심경이 정말 좋지 않다"며 "여하튼 성실하게, 이 사건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가 9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김미화는 18일 자신의 SNS에 "왜 하필 나냐고 한탄 중입니다.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이라는 글과 함께 19일 참고인 조사로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 링크를 함께 덧붙이며 심경을 토로했던 것과 관련해 "왜 하필 저냐고, 집에서 한탄하면서 생각을 좀 해 봤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저희 문화·예술인 동료 여러분들뿐만이 아니고 문화·예술을 하려고 하는 많은 후배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선배로 이 자리에 기꺼이 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열심히 조사에 임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2010년 당시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발언 이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사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에 다시 선다는 게 저로서는 몹시 괴롭고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난 9년 동안 그런 일들이 정말 전방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이 됐다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든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오늘 조사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냈다.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말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이 현실이 정말 어이 상실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미화는 "국정원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하달하면 국정원에서 그것을 실행했고, 그리고 방송국에 있는 많은 간부 이하 또 사장님 이런 분들이 그것을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그것을 다시 청와대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를 했다는 것이 이번 국정원 사건의 진술 또는 서류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실행하게 시킨 대통령이 정말 요즘 젊은 사람들 말대로 '실화냐?'라고 말하고 싶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사찰을 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이 나라를 믿고 이야기를 하며 활동을 하겠습니까?'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고 덧붙인 김미화는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의 하차 이외의 피해 상황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피해가 있지만 오늘 검찰 조사에서 제가 성실하게 이야기를 다 할 것이다"라고 4분여의 질의응답을 마친 후 청사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김미화는 "(고소의) 범위를 변호사님과 상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밑 어느 범위까지 갈지를 지금 고민하는 단계이고, 개인적으로도 민, 형사 고소를 할 생각이다"라고 현재의 진행 상황을 덧붙였다.
김미화는 이날 조사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신이 받은 불이익 등과 관련한 피해 정황에 대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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