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선발투수들의 단골 멘트인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분명 팀 성적을 먼저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발투수의 가치를 재단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승수, 더 구체적으로는 '10승'이다. 9승에 오래 머무르면 '아홉수'라며 걱정하고, 'n년 연속 10승'은 그 투수의 꾸준함을 표현할 때 통용되는 표현이다.
선발이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의 득점 지원, 튼튼한 야수진의 수비 없이는 승리를 쌓을 수 없다. 투수를 나타내는 지표 중 '승수'가 투수 자체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완벽하지 않은 조건인 이유다. 그렇지만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면 분명 아쉬움은 남는다. 다득점을 원하지 않는 팀이 어딨겠냐마는, 타선이 약한 팀의 에이스, 선발진에게 짠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선발진을 가장 '강하게 키우는' 구단은 단연 kt wiz다. kt의 타격은 리그 최하위권이다. 타율 2할7푼2리로 9위, OPS 0.738로 10위, 총 560득점으로 10위다. 3년 연속 10위가 유력한 kt의 가장 큰 약점은 타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덕분에 kt 선발진이 받는 득점지원도 리그 최하위다. 정규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낮은 득점 지원인 3.00점을 받는 투수는 돈 로치다. 이번 시즌 3승 14패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하고 있는 로치는 7일 무려 140일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냈다. 하마터면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15연패 위기에 놓였으나 19전 20기 끝에 연패를 마감하고 승수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로치와 함께 kt 선발진의 중심을 맡고 있는 라이언 피어밴드, 고영표 역시 미흡한 득점지원이 아쉽긴 마찬가지. 피어밴드는 올 시즌 8승 10패 평균자책점 3.14로, 현재 리그 방어율 순위에서 2위, 외국인 투수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득점지원은 3.79로, 로치 바로 뒤에 위치했다. kt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 역시 10회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해냈으나 현재까지 12패를 떠안았다. 득점지원은 4.56으로 피어밴드 다음이다.
kt만큼 득점 지원에 냉정한(?) 구단은 LG 트윈스다. LG(선발 ERA 4.06, 리그 1위)는 kt(선발 ERA 5.78, 9위)보다 선발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이 훨씬 낮기 때문에 적은 득점지원이 더욱 부각된다. LG의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리그 7위지만, OPS 0.749로 9위다. 이번 시즌 홈런 91개로, 유일하게 100홈런을 넘지 못한 팀이다. 장타가 적으니 득점이 어려워 595득점으로 리그 9위다.
이번 시즌 FA로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은 현재까지 8승 4패 평균자책점 3.44로 방어율 5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득점지원은 4.75로 하위에서 4번째다. 꾸준함의 상징인 헨리 소사 역시 평균자책점 3.84로 준수하지만 9승 9패로 아직 10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득점지원은 4.93으로 차우찬의 뒤를 이었다.
정규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LG의 1선발 데이비드 허프 역시 타선의 침묵이 아쉽다. 4승 3패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고 있는 허프는 올해 득점지원 3.96으로 4점이 채 안된다. 7일 넥센전 선발로 등판해 7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으나, 9회 1-1 동점이 되며 어렵사리 패전만 지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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