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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과 아르체, 양날의 검이 아닌 약점으로 변하다

기사입력 2008.10.27 16:45 / 기사수정 2008.10.27 16:45

이상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엽 기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가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고독하게 있던 40대 남자와 20대 여자가 서로 교감을 하면서 외로움이라는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성남일화와 FC서울과의 실망스러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이동국과 아르체를 비롯한 성남의 선수들의 잦은 호흡 미스들을 보면서 기자가 떠올렸던 영화였다. 원제는 'Lost in translation' 직역하자면, '소통에 길을 잃다.' 정도가 된다.

성남은 이상하게 후반기 들어서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와 경기력을 양산하고 있다. 전반기와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선수들의 영입밖에 없다. 성남 구단은 후반기 이적 기간 동안, 이천수와 함께 이적 시장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선수로 분류되던 이동국을 영입했고, 근 2년간 쫓아다니던 아르체를 기어이 영입하며 신바람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리그에서 성남이 기록한 결과는 4승 1무 3패. 경기력은 모두들 입을 모아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FC서울과의 경기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아르체는 영입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를 더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듯해 보였다. 현재 성남의 공격 전술은 모따와 나머지 2명의 공격수가 자유로이 자리를 바꾸며 상대의 수비를 혼란케 하는 것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순간적인 가담으로 이루어지는 잔패스를 통한 중앙 공격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반면에 아르체는 주로 상대 지역 사이드 라인에서 자신의 드리블을 통하여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르체의 모습에 다른 선수들은 템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상대방 페널티 박스 안에서 특별한 움직임 없이 공을 기다리기만 한다.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탄탄한 K-리그에서 이러한 단순한 움직임은 골을 넣을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FC서울전과 같이 아르체가 피치 중앙지역에서 드리블을 하다 공을 빼앗기는 상황은 몇 명의 선수들로만 상대의 역습을 막아내게 하는데, 아무리 성남의 수비가 탄탄하다 한들 뒷걸음질치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게 되는 상황은 상대팀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김철호와 손대호를 비롯한 성남의 포백은 모두 순발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빠르고 민첩한 선수들의 반격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는 한다. 빠르고 기술이 좋은 아르체이지만, 공격루트는 단순하고, 주위의 동료를 활용하는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아르체가 나왔던 경기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동국이다.

이동국이 선발로 뛴 경기에서 성남은 3승 3패라는 성적을 올렸다.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3승은 23라운드가 끝난 현재 7위를 달리는 경남FC, 12위의 대전 시티즌, 13위의 부산 아이파크에게 올린 것이고, 3패는 1위 FC서울, 4위 울산 현대 호랑이, 그리고 5위 포항 스틸러스에게 당한 것이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평소 성남이 강세를 보이던 팀들에게는 승리하였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 사실상 확정된 팀들에게는 모조리 패배하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 4시즌 동안 패배한 적이 없던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성남은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동안 이동국의 득점은 경남FC전에서의 페널티 킥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터트린 필드 골뿐이다. 다시 말하면 그가 터트려 준 필드골은 프로가 아닌 군 팀인 최하위 광주상무를 제외했을 때, 리그에서 꼴찌를 기록하게 되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뿐이다.

이동국이 영입되면서 변화될 성남의 공격 전술에 대하여 여러 기사는 모두 핑크빛 전망만을 내놓았었다. 그리고 이동국의 영입 이후 성남은 미들을 거치지 않는 롱 패스의 빈도가 증가했다. 짧은 패스 위주의 성남으로서는 나름의 공격옵션 추가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26일 경기에서 이동국은 김치곤에게 대부분의 공중볼을 빼앗기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황재원을 제압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울산과의 경기에서는 자신보다 단신인 유경렬, 박동혁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패배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전체 슈팅의 순도 면에서 보았을 때도 이동국은 서브로 출전하는 김동현에 비하여 별다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9경기를 출장(교체 출전 15회)한 김동현이 0.64의 전체 슈팅당 유효슈팅의 비율로 경기당 0.11의 득점률을 보이고 있고, 8경기를 출장(교체 출전 2회)한 이동국이 0.42의 비율로 경기당 0.18의 득점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 출장 횟수가 김동현을 넘어섰고, 모따를 제외한 그 어떤 공격수보다 경기장에서 출장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 이동국은 그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소통'이었다. 주위, 혹은 환경과 소통하게 되었을 때 보이는 새로운 면들이 주인공들의 고독을 조금씩 치유하게 해 주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간의 더 활발한 소통으로 골이라는 치료약을 팬들과 선수 스스로 나눠주게 될 성남의 남은 경기들을 기대해 본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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