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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시라노' 주종혁 "평범한 악역 아냐…나만의 색깔 입혔죠"

기사입력 2017.09.06 14:47 / 기사수정 2017.09.06 14: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시라노’는 뛰어난 검객이자 로맨티시스트지만, 크고 못생긴 코가 콤플렉스인 시라노를 다룬 작품이다. 시라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인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드기슈의 감정도 엿볼 수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시라노'에서 드기슈 역을 맡은 배우 주종혁은 평범한 악역으로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악역을 해본 적 없었거든요. 많은 기대를 안고 연습했어요. 원작에서는 유부남인데다 덩치도 크고 비주얼적으로도 좋지 않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건 멋있는 캐릭터인데 애매하게 포장되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아 걱정 반 의심 반이었죠. 하지만 막상 공연에 들어가고 나서는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저 플랫한 악역이면 저 스스로 매너리즘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안에서 변화되는 캐릭터거든요.” 

드기슈는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견제하면서 록산의 사랑을 얻으려는 백작이다. 허세와 자만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로, 드기슈 때문에 크리스티앙과 시라노가 전쟁터에 끌려간다. 악역이긴 하나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만큼 그도 록산을 사랑했다. 

주종혁은 드기슈를 다양한 감정을 디테일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났다. 

“원작에서는 드기슈가 변화하지 않는데 뮤지컬에서는 2막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계기가 뭘까 생각했는데 사랑으로 잡았어요. 한 방향에서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개과천선해요. 그런 부분이 재밌어요. 최대한 디테일을 통해 드기슈의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등퇴장이 한정되고 주연이 아니라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있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많은 걸 시도하고 있죠." 

구스타보 자작 연출과 끊임없이 상의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단다.

“연출님도 너무 조연처럼 연기하지 말라고 조언해줬어요. 악역이지만 굳이 못되게 굴거나 그럴 필요 없다고요. 저만의 색깔을 갖고 가자고 해서 감사했어요. 록산을 전리품처럼, 취하고 싶은 콜렉션처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로 연기했다고 해도 극의 진행에는 전혀 문제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캐릭터가 재미없었겠죠. 

저는 작품할 때 뒤로 가면 갈수록 시도가 많아져요. 연출님과 대화를 많이 하려 하고 있죠. 제가 말이 많아서 귀찮았을 텐데 예뻐해 줬어요. (웃음) ”. 

한국 초연 중인 ‘시라노’는 '지킬앤하이드'의 콤비 프랭크 와일드혼과 레슬리 브리커스의 2009년 작품이다.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을 원작으로 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화제가 됐다.

‘시라노’에 출연한 이유를 물으니 망설임 없이 “(류)정한이 형 때문”이라고 답했다.

“류정한 선배님이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는 워낙 레전드에요. 앙상블 배우들까지 모든 배우의 첫 번째 출연 계기는 류정한 선배님이었어요. 정한이 형을 중심으로 컴퍼니에서 식구처럼 잘 챙겨줘서 감사해요. 두 번째는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는지 궁금증이 컸어요. 학교 선배님이지만 공연을 같이해본 적 없는 홍광호 선배와 가수인 (김)동완 형님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떤 배역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연습실에서는 물론 무대에서도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시라노’를 통해 사람을 얻었어요. ”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화제작이라는 부담보다는 즐기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했어요. 부담을 갖고 하면 역효과가 많더라고요. 책임감이 없어 무대에 떨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있어 부담을 안 가지려고 했죠. 정한 선배도 부담 갖지 말고 하자고, 우리가 하는 게 정답이니 믿고 가자고 했어요. 저 역시 의구심이 전혀 없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프로스랩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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