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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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어제의 역적이 오늘은 영웅이 되다

기사입력 2008.10.20 11:26 / 기사수정 2008.10.20 11:26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준플레오프에서 10타수 1안타(1할),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도 8타수 2안타(2할5푼)에 불과했던 삼성의 5번타자 최형우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것도 2대1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던 승부처에서 나온 귀중한 한방이었다. 이 한방의 홈런으로 삼성은 승기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고 두산의 추격의지는 약해 수밖에 없었다.

최형우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자 팀 내 홈런 1위(19개), 타점 1위(71점)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예상을 깨고 롯데에 12-3의 대승을 거두었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형우는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19안타가 터졌고 선발로 출전했던 8명의 타자는 모두 안타를 쳐냈지만 유독 최형우만 안타가 없었던 것이다. 2차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였고 9번 타자로 내려갔던 3차전에서야 비로소 포스트시즌에서 첫 안타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더구나 플레이오프 1차전이 펼쳐졌던 10월 16일은 최형우에게 치욕적인 날이었다. 3타수 무안타로 여전히 물방망이를 선보였던 타격도 그렇지만 선발로 출장했던 좌익수에서의 수비는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수비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6회말에는 이대수의 타구를 더듬었고 그로 인해 타자주자를 3루까지 보내 실점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게다가 4대4로 접전이 이어지던 7회말에는 김동주의 얕은 뜬공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3루주자 이종욱에게 결승점을 헌납하기까지 했다. 짧은 타구였기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무리였지만 최형우는 홈으로 제대로 송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승부가 기울어졌던 것이다. 최형우는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팀을 위해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최형우가 서서히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던 것은 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서였다.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이날 최형우는 7회초 3대3의 동점상황에서 우중간 2루타를 날리며 전세를 뒤집어 놓았다. "큰 경기가 처음이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돈 주고도 못 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던 선동열 감독의 배려에 보은하듯 서서히 감각이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밤 최형우는 중요한 시점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던 삼성에게는 또 하나의 역적이 있었다. 명품수비의 대명사일 뿐만 아니라 유격수라면 국내 1인자인 박진만이 1차전 7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고영민의 평범한 타구를 손에서 떨어냈고 더불어 망연자실 하는 사이 2루 주자 김현수에게 득점까지 허용했다. 박진만 본인도 자신의 실수가 믿기지 않았겠지만 그 경기를 지켜 던 많은 팬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3차전에서 박진만은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명품수비를 보여주었다. 3회초 2사 만루의 위기에서 김현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침착하게 땅볼로 처리했고 8회초 2사 만루에서도 김현수의 타구를 껑충 뛰면서 잡아냈다. 두 개의 타구 모두 안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박진만의 명품수비로 실점을 막아낼 수 있었고 더불어 팀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지난밤 펼쳐진 플레이오프 3차전은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선발투수였던 두산의 이혜천이나 삼성의 윤성환이 모두 5이닝씩을 감당하며 선발로서의 책임을 다해주었고 선취득점했던 팀이 패했던 앞선 경기와 달리 3회말에 2점을 먼저 얻었던 삼성이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대구에서는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치러진다. 1차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던 두산이 오히려 1승2패로 불리해진 가운데 1차전 선발이었던 김선우가 출격을 준비중이고 뜻밖의 2승을 따낸 삼성에서는 올 시즌 개인통산 100승에 올라선 이상목이 예정되어 있다.

두산의 김선우는 조기에 강판당했던 1차전의 부진을 떨치고 삼성타자들에게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삼성의 젊은 사자들은 또 다시 밤하늘을 향해 포효할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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