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그동안 볼 수 없던 배우 이종석의 새로운 얼굴이다. 이종석이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로 돌아왔다. 강렬한 악역 변신에 스스로 "80점을 주고 싶다"고 얘기한,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도전의 시간이었다.
23일 개봉한 '브이아이피'에서 이종석은 모두가 원하지만,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VIP 김광일 역을 맡았다.
극 초반부터 섬뜩한 살인마 연기로 시선을 붙드는 이종석은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팬들이 놀라지 않겠느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에 "여태까지 제가 해왔던 역할과 정말 다른 것을 한 것이니까, '팬들도 정말 많이 놀라겠다, 나이가 어린 팬들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찌됐든 저는 배우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해야 되니까, 다른 것들도 조금씩은 해 나가야 될 시기라고 생각을 해서 지금이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그래도 모험을 했죠"라고 설명했다.
남자다운 역할은 이종석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매번 꿈꾼 시간들이었다.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된 이종석은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 '내가 남자다워져 있지 않을까' 20대 초반에는 항상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서른이 가까워지고 나니까 그게 아닌거예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브이아이피' 시나리오를 봤죠. 크게 인상을 쓰면서 남자다우려고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좋았어요. 연기하는 데 진짜 새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브이아이피' 초반 시사회 이후 이종석의 섬뜩한 모습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파격적인 살인 장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저도 그 신을 찍고 진짜 힘들었어요"라고 말문을 연 이종석은 "그 장면이 제 첫 촬영이었거든요.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일단 피가 정말 많고 나체로 있잖아요. 촬영장에 들어가는 순간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어 "찍을 때는 첫 촬영이고 하니 긴장하고 있으니까 크게 생각이 없었는데, 촬영을 끝내고서는 진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어요. 속이 안 좋고 머리가 띵한 거예요. 정말 불쾌한 기분이었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서울 근교부터 촬영을 하게 돼서 남양주에서 찍었던 그 장면이 첫 촬영이 됐는데, 어려운 장면을 해치우고 나니까 그 다음 장면은 비교적 수월하게 찍을 수 있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자신의 연기에는 '8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제가 제 작품을 보고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이는 없거든요"라고 말한 이종석은 "악역이라는 게 굉장히 신기하죠. 8년 정도 연기를 해오면서 그런 순간이 정말 드물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래도 정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사실 선한 역할들을 주로 해오다 보니까 연기를 해오면서도 그런 척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더 나쁘게 해야 하는 건데 그것을 본능적으로 순화하려고 하는 그런 것들이요. 잘 맞는 옷은 아닌 것 같지만, '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 감독님이 잡아주셔서 잘 맞출 수 있었어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악역, 또 사이코패스 연기라고 하면 흔히 그려지는 연기들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박훈정 감독과 어느 때보다 많이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인상을 쓰고 악을 쓰고 뭔가 폭발시키고, 저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런 것들이 자동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감독님도 그걸 배제하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고, 저도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미소를 짓거나 살인을 할 때도 뭔가 희열을 느끼는 느낌의 미소가 아니라, 정말 말도 안 되게끔 해맑은 느낌이면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초반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김광일은 한참이 지나서야 말문을 연다. 이종석은 "대사가 없지만 선배님들(장동건, 김명민, 박희순)에게 눌리면 안 되는 모습이잖아요. 감독님이 앵글로 잘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앵글도 더 타이트하게 들어갔던 것 같고요. 그렇게 만들어주셨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광일 역할은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역할이지 않을까요"라고 웃으며 '브이아이피'에 대한 의미를 함께 부여했다.
이종석은 "제가 못 가진 것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영화나 마초적인 그런 남성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브이아이피'를 통해 비주얼은 물론, 캐릭터로도 입체적인 변화를 보여준 박재혁 역의 장동건을 예로 들며 "장동건 선배님을 보면서도 정말 부러운 것들이 많았었고, '남자라면 정말 저래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라고 밝혔다.
2010년 데뷔 이후 어느덧 연기 생활 8년차에 접어든 이종석은 "그간 작품을 쉬어본 적이 없다가 중국 드라마를 찍으면서 얼른 다시 한국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이 들 때쯤 '브이아이피'를 만났고, 도전하게 됐어요"라고 떠올렸다.
목표는 언제나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정이다. 이종석은 "'브이아이피'의 흥행도 당연히 잘 됐으면 좋겠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래도 이종석이 연기를 좀 하는 아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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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