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01:43
스포츠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 D-10

기사입력 2008.10.13 03:42 / 기사수정 2008.10.13 03:4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한국 스포츠의 겨울시즌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그리고 각종 실내 스포츠와 해외 축구 등이 각광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란 피겨선수가 등장하면서 피겨스케이팅 시즌도 겨울철 스포츠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시즌 동안 각종 다른 행사로 분주한 날을 보냈던 김연아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 초여름부터 전지훈련장인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구슬땀을 흘려왔습니다.

피겨선수들은 잠시만 쉬어도 감각을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비록, 모든 기술들을 완성한 상태인 김연아는 오래 동안 휴식기를 취해도 금세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시즌 기에도 꾸준하게 운동과 부상치료를 위한 스트레칭을 받아온 김연아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스케이트 끈을 바짝 조여매고 올 초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새로운 시즌에 선보일 새 프로그램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김연아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부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대회는 이번 달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워싱턴 주 에버렛에서 벌어지는 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Skate America'입니다.

그랑프리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1차 대회에서 새롭게 선보일 쇼트와 롱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에 연기했던 김연아의 프로그램에 비해 혁신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의례 시즌을 앞두고서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자국의 선수들이 특정한 기술을 익히고 프로그램의 난도를 한층 높여서 출전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매년마다 의례 들려오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의 구성을 완성시키려면 그것을 지탱해 줄 ‘바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기술 요소와 표현력 등이 종합돼 점수가 매겨집니다. 고난도의 기술과 한층 높은 구성력을 가져간다면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높은 배점 점수로 짜인 프로그램을 구성해도 그 연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원했던 점수가 충분히 나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피겨의 특성 중 하나는 '뜻하지 않은 실수'로 명암이 교차하는 종목입니다. 거의 비슷하거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 실수의 유무로 인해 순위의 향방이 가려집니다.

아슬아슬한 곡예 같고 종합 예술이 가미된 피겨의 기술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피겨 선수인 미셀 콴도 올림픽에서 뜻하지 않은 실수로 금메달을 계속 놓쳤습니다 또한, 기술과 표현력에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는 선수들조차 예상치 못한 실수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피겨스케이팅은 매우 어렵고 성공률을 확신할 수 없는 종목입니다. 연습 때 뛰던 점프가 70~80% 이상의 성공률을 보여도 막상 실전에 들어서면 성공률이 떨어지는 게 피겨라고 답하는 현장의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술과 표현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습보다는 실전에 강한 선수들은 운이 좋게 기술들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몸에 배일 정도로 충분히 익힌 점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연아가 연습보다 실전에 강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빙판에 들어설 때, 절대로 기죽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을 다스리면서 들어가는 놀라운 '집중력'이 있어서입니다. 또한,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기술들을 몸으로 습득해내 실전에서도 성공률이 높도록 업그레이드 시켰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든 피겨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이벤트성 멘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연아는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온전하게 완성시킨다'라는 일관적인 답변만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물론, 김연아가 점프를 비롯한 모든 기술과 연기 표현력에 있어서 세계 최고 클래스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수를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선수들이 고난도의 점프를 성공시킨다고 해도 이러한 기술들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연아가 그동안 그랑프리 시리즈는 물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연패를 할 수 있었던 원인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수를 줄이고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빠짐없이 제대로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가 가장 유의할 부분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 그리고 더블 악셀에 이어지는 트리플 토룹 같은 '포인트 획득' 점프들을 실수 없이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고난도의 점프 기술에 성공을 하더라도 이러한 점프의 콤비네이션과 다른 기술들을 온전하게 가져간다면 김연아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트리플 악셀'같은 고난도의 점프도 성공 확률이 극히 희박하지만 김연아가 구사하는 회전수가 꽉 차고 높이도 매우 높은 점프 역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Skate of America'에는 김연아를 비롯해 2007 세계선수권우승자인 안도 미키(일본)와 한동안 미국여자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이었던 키미 마이스너, 그리고 나카노 유카리(일본)와 미국의 기대주인 미라이 나가수 등이 참여합니다.



안도 미키는 부상을 털고 일어나 부활을 노리고 있습니다. 항상 피겨에 진지하게 도전하려는 자세를 가진 안도 미키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세대 미국 피겨스케이팅을 이끌고 갈 젊은 유망주들인 미라이 나가수와 레이첼 플렛의 성장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김연아 역시 아무리 지난 시즌과 큰 차이점이 없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하게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온 부분을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도 공격적이고 한층 발전된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 것이 확실합니다.

피겨선수들은 대회가 임박해 오면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고 음악에 보다 자연스럽게 맞추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리고 긴장감이 몰려오는 심리적인 부분도 스스로 컨트롤해내며 대회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합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은 모두 중요하지만 열흘부터 대회 당일까지는 더욱 특별합니다. 김연아가 그동안 갈고 닦은 연습을 잘 마무리해 '뜻 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그랑프리 대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 = 김연아, 안도 미키 (C) 장준영 기자]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