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선우 기자] 이쯤 되면, '택시운전사' 최고의 신스틸러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택시운전사'는 개봉 11일째인 12일, 누적관객수 700만을 돌파하면서 올해 첫 천만영화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뒀다.
여기에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명품 배우들의 열연은 자연스레 감동과 눈물을 안긴다. 사실 '택시운전사'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배역들의 소위 발연기 하나 없는 열연에 몰입도를 높인다. 그 중에서도 단 한 장면만으로도 짙은 여운을 남긴 엄태구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극중 엄태구는 군인 박중사로 나온다. 박중사는 외국인을 태운 택시는 무조건 잡아야하는 명령을 받는다. 이후 만섭과 피터를 만나게 된다. 이들의 택시를 세운 엄태구의 등장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특히 엄태구는 앞서 '밀정' 등에서 지독한 악역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긴장감은 배가 된다. 엄태구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내려"라고 말하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나 만섭과 피터를 만난 엄태구의 결정은 결코 관중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송강호 역시 이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특히 이 장면이 실화임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감동을 안긴다.
아직까지도 '밀정' 속 일본 경찰 하시모토로 기억될 정도로 엄태구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런 그에게 '택시운전사'는 엄태구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엄태구는 '택시운전사'로 단번에 악역 일본 형사에서 영웅이 됐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엄태구의 여운은 계속 된다. 단 한 신이지만 열 신 남부럽지 않은 강렬함이다. 엄태구는 송강호 등 쟁쟁한 배우들 앞에서도 해당 장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명품 신스틸러' 수식어에 대한 제 몫을 해냈다.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온 이들은 흔히 엄태구에게 '덕통사고'(교통사고처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분야의 팬이나 마니아가 됨을 이르는 말)를 당했다고 말한다. '택시운전사' 속 박중사로 변신한 엄태구는 여느 역할의 배우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밀정'에 이은 새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sunwoo617@xportsnews.com / 사진 = (주)쇼박스
김선우 기자 sunwoo61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