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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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미지의 영역, 수비

기사입력 2008.10.08 05:56 / 기사수정 2008.10.08 05:56

김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환] SK가 시즌을 83승 43패로 마침으로써 2위 두산과 13경기 차라는 압도적 승차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역대 126경기를 치렀던 시즌 중에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팀이 됐다. 그와 동시에 SK는 103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팀이 됐다.

올해 가장 실책이 적었던 한화는 5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후반기 8승 16패의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을 때도 한화의 수비수들은 11개의 실책만을 기록,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한 팀이었다.

다른 시즌을 비교해도 실책과 팀 성적의 연관성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2007년의 정규리그 챔피언 SK의 실책은 88개로 3번째로 많았으며, 2006년 전통적으로 많은 실책을 기록하는 팀 현대 역시 90개로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랐으나 팀 성적은 2위에 랭크되었다. 올 시즌 3위를 차지한 롯데 역시 실책 개수는 3번째로 많은 92개였다.

수비를 가늠할 수 있는 항목 중에는 자살, 보살, 실책, 수비율, 수비범위 등이 있다. 자살은 야수가 공을 잡았을 때 아웃이 선언되는 경우를 말한다. 뜬공을 외야수가 처리하거나 내야땅볼 때 내야수의 송구를 1루수가 잡아 아웃이 되는 순간, 외야수와 1루수는 자살을 하나씩 기록하게 된다.

이때 1루수에게 공을 던진 내야수는 보살을 기록한다. 1루수의 자살 개수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팀 내 모든 외야수의 자살 개수를 합해도 1루수의 자살 개수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1루수 수비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1루수 수비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비교적 쉬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따라서 팀에서 공격적으로 가장 생산적인 선수가 주로 맡는 포지션이 1루다.

보살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 역시 내야수비 곧 키스톤 콤비이다. 올해 외야수 중 가장 많은 보살을 기록한 선수는 롯데의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우익수 쪽 안타 때 종종 1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기록한 올 시즌 19개의 보살로는 채 1경기도 마무리 짓지 못한다.

 자살과 보살은 내야와 외야에 같은 잣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개념이며, 게다가 공을 던지고 받는 행위는 야구의 아주 기본이 되는 행위이다. 때문에 야수들의 평균 수비율은 .980이 넘는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자살과 보살을 할 수 있는 기회에서 실책을 범하지 않고 자살과 보살을 해낼 확률이 98%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의외성에 스포츠의 재미가 있다면 니시오카의 말대로 야구는 재미없는 종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살과 보살은 야구의 기본이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전제가 잘못되었다. 자살이나 보살 기회에 몇 개의 실수를 한다고 해도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외야수의 경우 지키는 베이스가 없으므로, 외야수의 자살은 거의 모두가 뜬공을 잡아내서 아웃을 시키는 경우이다.

2008시즌, 외야수 자살은 모두 6577개가 나왔다. 126경기에 8개의 팀이 나눠 가진 숫자이므로 한 경기에 한 팀이 평균적으로 처리한 외야수 자살 개수는 6.5개. 3명의 선수가 외야를 지키고 있으니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평균적으로 처리하는 외야플라이 숫자는 2개 내외이다. 이 중 하나를 떨어뜨린다고 해서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실책이 곧 득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비범위 역시 애매한 개념이다. 이것은 자살과 보살을 수비이닝으로 나눈 것으로 단지 해당 포지션에 공이 많이 가는 횟수의 개념을 의미한다. 모든 내야땅볼은 1루수에게 도착해야지 아웃이 되므로 1루수의 수비범위가 단연 돋보이며 포수의 수비범위 역시 높은 수준이다. 포수의 경우 삼진이 자살에 포함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수비관련 스탯들은 수비수를 평가하는 정확한 척도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어떤 외야수가 타구에 더욱 빠르게 반응하는지 어떤 내야수가 투수의 공 배합을 이해하고 예상 타구 지점을 예측하는지를 평가하는 척도는 없는 셈이다.

현대야구로 갈수록 수비는 더 이상 수비수만의 몫이 아니게 되었다. 각 팀의 전력 분석원들은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하고 예측해낸다. 수비코치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한다. 그러나 그 위치에 공이 가지 않는다면? 이때부터 공을 잡아내는 것은 모두 야수의 몫이다. 야구장의 외야는 세 명의 선수가 지키기에는 너무 넓다. 타구가 높은 궤적을 그린다면 문제없지만 낮은 탄도를 그린다면 체공시간이 짧아져 쉽게 공을 잡아내기가 힘들다.

이 경우라면 선수 간의 비교가 가능해진다. 즉, 어쩌다 포구에 실패한 0.02개의 공에 관심을 갖느니 포구에 성공한 0.98개의 공을 분석하여 보다 승리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찾아내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예로 Zone Rating이란 방법은 야구장을 일정하게 구역을 나누고 공의 궤적 계산 및 공이 떨어진 위치와 수비수의 거리를 고려해 야수의 수비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야구에서 수비 스탯에 관한 연구는 타격이나 투구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일례로 Zone Rating으로는 수비수의 어깨나 더블 플레이를 시킬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알 수 없다.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수비력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잡을 수 있는 공을 쉽게 처리하는 것과, 잡을 수 없는 공이라 해도보다 적극적으로 잡으려 시도하고 주자에게 한 베이스라도 허락하지 않으려 하는 일. 이것이 승리에 도움이 되는 수비수의 자세가 될 것이다.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비, 그것이야말로 관중을 열광시키는 일이다.

실책은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사진=올 시즌 SK의 3루수로 출전한 최정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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