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를 통해 비운의 왕비 단경왕후를 연기한 박민영이, 이번 작품을 "행복했던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극 중 단경왕후 신채경(박민영 분)은 매일 울고 또 울었다. 사랑때문에 겪는 시련도 남달랐다. 성문 밖에 인질로 내걸리기도 하고, 부모님을 잃기도 했다. 살해 위협은 부지기수였으며 처형대에까지 선 인물이다. 그러나 박민영을 포함한 배우들의 고생에 비하면 시청률도 높지는 않았다.
"처음 등장해서 2회 분 빼고는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난이 빨리 시작될 지 몰랐다. 촬영 초반에 감독님에게 '다음주까지는 웃죠?'라고 물었더니, '아니 다음주부터 울어'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 그때부터 끝날때까지 매일 울었다. 끝나고 나서야 감독님이 '웃는 걸 한 주만 더 갈걸 그랬어'라고 하시고, 작가님도 '채경이가 이렇게 많이 운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
더운 여름 겹겹이 겹쳐 입어야하는 한복을 입고 매일 울기까지 했다. 땀에 눈물에 모든 수분을 쏟아내는 통에 물을 마셔도 화장실조차 잘 안가게 됐다고. '7일의 왕비' 마지막회때보다 더 살이 빠진 것 같은 그의 모습은 단경왕후 이전에 배우 박민영의 고생을 짐작케했다.
"후반부에 더위를 먹어서 온 몸에 땀띠가 나고, 속이 안 좋아져서 밥도 잘 못먹었다. 게다가 눈물 신을 찍으면 에너지가 많이 소진돼, 더 지치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연기를 하고 나서 내가 해냈다고 느낄 때 쾌감이 커서 다음 신에서 또 울고, 또 울 수 있겠더라. 촬영장에서는 나에게 '눈에 (물이 나오는) 호스 꼽았니'라고 물을 정도였다. 또 채경이의 상황 자체가 비극이다 보니, 역할에 몰입하니 자연스레 연기가 나왔다. 그래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럴 만도 하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는 '7일의 왕비' 기사에는 배우들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채경이 흘리는 눈물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기를 잘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한 커트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정신줄을 놓치 않고 끝까지 임했다. 끝나고 나서 모니터링을 할 때 '내가 저 때 왜 저렇게 연기했지?'라는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을 모니터링 할 때는 '내가 정말 열심히는 했구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7일의 왕비'는 배우들이 보여준 호연에 비해 다소 지지부진한 이야기, 특히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아닌 결말에 의견이 분분히 나뉜 작품이다. 박민영은 이 엔딩에 대해 "처음부터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 신 자체는 마음에 든다. 노인 채경이 가마를 타고 들어가서, 임종 직전 역이와 그리움을 나누는데 그 둘이 가진 애틋함을 적당히 몽환적으로 풀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 가장 마음의 드는 장면으로는 채경의 등에 새겨진 밀지를 인두로 지지고, 역이에게 이를 고백하는 씬을 꼽았다.
"채경의 등에 새겨진 밀지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그 때문에 만약 순수하고 철없던 채경이 어둡게 변해갔다. 결국 그 밀지를 인두로 지지고는 역이에게 '너의 거짓말이 신물이 난다. 나는 더이상 못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게 아마 채경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역이도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서로 상처를 보게되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또 장마 기간이라 방음이 안되서 이 신을 이틀에 나눠서 찍었는데, 감정이 튈까봐 걱정을 하면서 찍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7일의 왕비'는 분명 배우 박민영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그에게 또 한 번의 성장할 기회를 선물해준 작품이다. 그러나 4%대까지 내려간 시청률은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시청률을 보고 충격을 받기는 했다. 우리 작품이 동시간대 경쟁작들보다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라서 기대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기대치보다도 낮은 시청률이 나왔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극복하니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더 올라가더라. 그리고 나중에는 탄력을 받아 시청률이 올라가기도 했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너무너무 좋지만, 너무 연연하지는 않으려 한다."
박민영에게 '7일의 왕비'는 시청률이 준 충격보다 현장에서의 행복함이 더 크게 남은 작품이었다. 많이 울고, 체력적으로 힘들고, 더워서 땀띠까지 났다고 하면서도 그는 결국 이 작품을 "행복한 프로덕션"으로 기억했다.
"이렇게 잡음이 한 번도 안 나고 끝난 드라마는 처음 봤다. 선배님들도 대기 시간이 10시간 가까이 될 때도 있었는데, 다들 '너희가 더 힘들지'라고 격려해주시고, 주인공들도 잠을 하루 한 시간도 못잘 때가 있었는데, '잠은 역시 한 시간이지'라며 서로 싫은 내색 없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잘 맞으니, 끝까지 서로 배려하며 힘든 스케줄도 잘 끝낸 것 같다. 정말 행복한 프로덕션이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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