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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감독 "최대치의 기술력 확인…중요한 자산"

기사입력 2017.08.07 07:55 / 기사수정 2017.08.07 07:4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뜨거운 여름이다.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로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개봉 전부터 숱한 이슈의 중심에 섰던 '군함도'는 7월 26일 공개 후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진심 어린 호평과 함께 6일까지 607만 관객을 모으며 꾸준하게 달리고 있다.

'군함도' 개봉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류승완 감독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는 홍보 일정에 "너무 야윈 것 아니냐"는 인사를 건네자 "몸 컨디션은 아주 좋다"며 웃음을 보였다. "보는 사람마다 야위었다고 하더라고요. 체지방 조절 중이에요. 어깨, 허리, 무릎까지 몸이 여기저기 다쳐서 근육으로 균형을 잘 맞춰줘야 되는 상태거든요. 순수하게 건강을 위해서요. 옆구리 살은 안 빠지고 얼굴 살이 먼저 빠져서 그렇게 보이나 봐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피부가 정말 좋다"는 칭찬에는 "선크림의 효과?"라는 너스레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개봉 후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났다.

"홀가분하죠.(웃음) 2013년부터 작업을 시작했었어요. 우리 안에서도 섬을 구현하는 문제부터 배우들 캐스팅까지 '과연 이것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일본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할 때는 대본조차 전달이 안됐었으니까요. 그리고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내가 과연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몹신(mob-scene) 연출을 흔들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을까'까지,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저와 제작진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관철돼서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기술시사를 할 때 '아, 드디어 다했구나. 몇 군데만 더 수정하면 되겠다' 했었고요.(웃음) 사운드와 CG까지 손보고 나니 일단 홀가분했죠. 포격 장면을 길게 묘사하는 것이라든지 후반부 탈출 장면처럼 도저히 안 될 것 같았지만 해낸 샷들도 있었고요. 스태프들과 서로 봤을 때 '우리가 다 해낸 것 같아' 생각했었죠. 제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군함도' 개봉 후 경쟁작들도 연이어 공개됐다. 흥행에 대한 예상은.

"저는 숫자에 대해서 밝은 사람이 아니에요. 영화를 만들 때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온전히 집중한 것은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었냐'거든요. 그 다음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마음을 쓰는 것은 제 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고요.(웃음) 지켜보는 거죠."

-개봉 후 스크린 독과점부터 역사와 관련한 내용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이견들은 있죠. 이를테면 데뷔작을 만들었을 때 부딪혔다거나, 두 세 작품을 만들었는데 부딪혔다고 하면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 한편의 영화에 '국뽕'과 '친일'이 같이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이성적이지 않나요. 그런 것들은 사실 제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독과점은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제 영향력이 미치는 지점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이것 때문에 영화 자체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다른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부분은 안타깝죠. 그 지점(스크린 독과점)은 관객 분들이 충분히 분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저조차도 이것에 대해서 화가 나니까요. '베테랑'(2015) 경우에는 957개 스크린에서 시작했단 말이죠. 분명 개봉하기 전에 '베테랑 때처럼 박수를 받으면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독과점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부에서 분명히 밝혔고요. 하지만 제가 상영·배급 쪽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이 부분은 제도적으로 스크린 리미트(Limit)를 정해서, 제발 이 논란은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어요."

-많은 이야기들 중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제가 수긍하지 못하는 하나는, 역사왜곡을 했다는 지점이죠. 왜곡이라는 것은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잖아요. 이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도 그런 부분은 없거든요.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라는 걸 밝히고 있고, 저희가 창작한 인물과 상황, 사건조차도 이 시대적인 배경이 없었으면 나올 수 없던 인물들이에요. 디테일 묘사에 있어서도 신경을 썼고요. 탈출 장면조차도 군함도 전문가, 역사 전문가, 군사 전문가에게까지 자문을 구했어요. 또 이 때 당시 OSS가 침투했을 때 작전 루트를 펼칠 수 있고, 다다미로 방패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경비 병력이나 무기상태 같은 것들도 그 때 당시 조선인들이 싸웠던 방식의 기록이 있거든요. 한 예로 영화 속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묘사한 것처럼 그 때 당시에 먹을 것이 없으니까, 글리세린의 단 맛이라도 느끼려고 다이너마이트를 빼돌리고 했다는 증언과 기록들이 있어요."

-친일파 묘사에 대한 부분도 있다.

"그 당시에 친일파가 없었을까요. 군함도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조선인 노무계로 일했던 사람들의 기록이 있었죠. 여기서 볼 수 있는 일본 식민 통치 방식이 야비한 것은, 일본인들은 조선인에게 화를 안 내거든요. 싸움은 일본인들이 붙이고 구경만 하죠. '군함도'에서도 연병장에서 사람들이 다 발가벗고 있을 때 낄낄거리고 있고, 어린 학생들은 옆에서 교련 훈련을 하고 있잖아요. 마지막에 조선인들의 시체를 모아 태워버릴 때는 그 불로 담뱃불을 붙이고 희희덕거리죠. '조선인들은 열등한 민족이다, 사람이 아닌 거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식민 통치 방식이, 자신들이 그 전체 인구를 다 관리 못하니까 부역자들을 뽑아서 그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잖아요. 저희가 취재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하나하나 노력했죠. 얼마 전에 일본 관방장관이 영화를 보고 왜곡이라고 했었죠.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저의 인터뷰 앞부분을 잘라서 '창작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왜곡이기 때문에 사실 그 말은 화가 많이 났었죠. 제가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군함도라는, 아주 상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만 가지고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써봤었는데, 실제로 군함도 전문가들을 만나 보니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일단 달라지더라고요.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실제 연구단체들이 기록한 징용자, 생존자들의 증언집을 취재하면서 우리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런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만큼 군함도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던 거예요. 저조차도 나이 40이 넘은, 2013년 봄에 처음 알게 된 것이잖아요. 굉장히 부끄러웠죠. 우리 대중문화에서 군함도를 제대로 다룬 건 한수산 작가의 '까마귀' 정도일 거예요. 군함도에 대한 연구 자료가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관객 분들이 '군함도'를 보시면서 다른 기대치들이 있으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자문을 얻었던 사학자분들은 저희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예전부터 알고 계셨었거든요. 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그 분들이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우리가 완전히 잘못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군함도' 속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있다. 그 중 주요 인물인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 경성 최고 주먹 최칠성(소지섭), 광복군 OSS 요원 박무영(송중기) 등의 탄생 배경은.

"일단 이 시대의 군함도를 다루는 저의 태도부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한국 영화에서 강제 징용에 대해서는 처음 다루는 것이어서, 군함도는 제게 일제 강제 징용 역사의 상징이었죠. 그때 끌려갔던 다양한 군상들이 있잖아요. 저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찾아서 듣곤 하거든요. 그러다 이 시대에 음악을 했었던, 하지만 본의 아니게 친일 행적을 해야만 했던 대중 예술가들이 있던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이렇게 안락한 삶을 살던 사람이 속아서 군함도에 도착해 몸으로 뭔가 자신의 생존위협을 느끼고 부딪힌다고 하는 것이 관객에게 전달되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또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본래 뮤지컬 배우잖아요. '부당거래'와 '베테랑'을 촬영할 때 황 선배가 가끔씩 탭댄스도 추고 그랬거든요. 악기 연주도 하고 그런 것이 정말 좋았었고요. 그래서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평소 이런 모습을 영화 속에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제 한 쪽의 생각과, 영화를 준비하면서 생긴 지점들이 맞아떨어졌죠.

무엇보다 주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서 극 속에 녹아들 수 있기를 바랐어요. 최칠성의 경우에도 그 때 당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김두한 같은 인물들이 있잖아요. 징용자 분들의 증언이나 이 때 당시의 자료를 봐도, 일본인들이 야비하게 조선인 노무계를 세우거든요.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을 세우죠. 조선인 노무계와 충돌할 때 육체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될 것 같았어요. 종로 깡패가 자기가 살기 위해 그 완장을 쟁취했는데, 그 안의 배신과 암투를 통해서 이 완장이 정말 불필요하고 오히려 나를 무너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게 나타날 수 있는 변화가 흥미롭게 다가왔고요. OSS 요원은 장준하 선생이 모델이었어요. 극 중에서도 박무영이 어떤 경로로 군함도에 오게 됐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장준하 선생이 걸었던 경로기도 해요. OSS 요원이 어떤 특수한 임무를 받고 들어가서 뭔가 자신의 임무를 펼치려고 하는데, 그것이 그 때 당시 해방직전 정세에서 얼마나 우리의 이념 갈등이 심했는지, 해방을 예측하는데도 얼마나 그 혼란을 두려워했는가 하는 점이 고려됐죠."

-배경뿐만 아니라 소품 같은 영화 속 곳곳의 디테일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 미술, 소품, 의상팀이 정말 고생했죠. 예를 들어 신발 같은 경우는 옛날 일본 인부들이 쓰던 것인데, 천의 재질 같은 것까지 재현을 해야 했어요. 또 그 때 당시의 자료 사진들이 흐리고 상태가 좋은 것이 잘 안 남아있어서 알아보면서도 엄청나게 고생했고, 결국 일본에서 공수도 하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웃음) 소품이 한 두 개가 아니잖아요. 우리 미술, 소품, 의상, 분장팀들 고생한 것 생각하면 정말 박수 받아야 해요. 세트나 CG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이들은 눈에 안 보이는 디테일을 완성시켜 준 사람들이죠. 또 제작부들은 허리에 다 병이 났어요. 블루 스크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스크린을 대려면 일반 영화보다 훨씬 범위가 크니까 중장비로 올려야 했거든요. 또 스크린 천이 바람에 휘날리니까 쇠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데 사람의 힘이 필요했고요. 또 바다도 까맣게 만들어야 하니 아침마다 연탄재도 뿌려야 했고, 정말 그들이 그렇게 세팅을 해줘서 제가 촬영을 할 수 있었죠."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음악부터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테크닉 중 하나가 역설적으로, 아주 격렬한 순간에 느린 음악을 쓰거나 오히려 감정을 잡아줘야 되는 순간에 경쾌한 음악을 써서 화면에 집중시키는 방식을 선호해요. 오프닝에는 군함행진곡이 등장하는데 이게 일본의 군가거든요. 행진곡이라는 자체가 약간 사람의 감정을 마취시키는 그런 효과가 있잖아요.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가는 방식이 저는 더 무서웠어요. 또 조선인들의 기를 누르게 하는 일본인들이 '동기의 벚꽃'을 부르는 장면도 있죠. 일반적인 방식으로 슬픈 음악을 깔면 자극적으로 전달은 빠르겠지만 증발이 쉽게 될 것이라고 봤거든요.

음악감독님과 소리적인 접근, 멜로디의 접근이 아니라 소리로 접근하자고 말했었어요. 처음에 탄광 안에서 '웅웅' 소리가 나는 것들도 갱도 안의 울림을 청각적인 이미지로 재현하려고 했던 것이고요. 설정된 음악들 말고 다른 것들은 음악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빠지는지 인지 못하게, 음악이 리드해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에 훨씬 음악으로, 비극적으로 눈물 나게 할 수 있는 버전의 음악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면 이건 그냥 자극적인 방식일 뿐이니 이것을 조금 더 객관화시킬 수 있는 음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죠. 중요한 것은 비극의 공기가 더 중요한 것이지, 이 비극적인 상황 자체를 슬프게 반응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비극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군함도'를 작업하면서는 어떤 것들을 얻었던 것 같나.

"제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단계의 화면 구성 방식들에 대한 노하우는 확실히 쌓인 것 같아요.(웃음) 전경과 중경, 후경의 굉장히 깊은 거리감을 화면 안에서 구사하고, 또 그 폭 자체도 블로킹의 동선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들이 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몹신의 연출 같은 화면의 구성들, 또 디테일한 체험적인 사운드까지도요. 총격전 같은 경우도 등장하는 총은 하나이지만 총의 소리가 공간에 따라 울림들이 다 다르게 처리돼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런 것이 할리우드에서만 되는 것 인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현재 한국영화의 스태프들과 기술진들이 가진 최대치의 기술력을 이 영화로 확인한 것이니까요. 그 점은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죠. 다음에 어떤 영화를 만들더라도 이만큼의 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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