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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란 이름의 용병, '계륵 토마스'

기사입력 2008.09.30 01:35 / 기사수정 2008.09.30 01:35

김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환 기자] 유비와 한중땅을 놓고 힘겨운 전투를 벌이던 조조는, 닭갈비를 먹다가 군호를 묻는 하후돈의 물음에 문득, '계륵'이라고 답한다.

그날 밤 군호를 접한 양수는 철군 준비를 했다는 고사, 계륵.

9월 28일 일요일. 삼성은 두산을 상대로 10-9 짜릿한 한 점차의 승리를 거머쥐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일구어냈다. 삼성의 전패, 한화의 전승이라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던 한화의 구상도 무위로 그치는 순간이었다.

시즌 초, 한화를 4강권으로 구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충격의 5연패를 당하며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도 쉬어가는 한 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한화는 4월부터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클린업 쿼탯이라는, 국내에는 낯선 이름까지 소개하며 연일 홈런을 뿜어내, 전반기 56승 46패로 두산과 승차 없는 3위를 랭크,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꿀맛이 될 것 같았던 올림픽 휴식기 이후 한화의 날개는 추락을 위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4연패 후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 1승, 또다시 4연패 후 류현진의 1승. 난조를 보이던 한화는 후반기 6승 16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끝내 다시 비상하지 못했다.

이 기간 클락은 슈퍼맨이라 하기에 믿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팀에서 가장 많은 타석과 타수에 들어서서 (96타석, 89타수) 타율 .124 출루율 .179 장타율 .225라는 처참한 기록에 그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영민, 양준혁, 송지만 등 각 팀의 핵심 타자들보다 높은 .775의 OPS를 기록해 그의 전반기가 얼마나 뜨거웠나를 반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후반기 클락이 연방 헛방망이를 돌려댔음에도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는 것에 있었다.

2007년 한화의 중견수는 조원우였다. 조원우는 데뷔 후 15년 동안 주로 좌익수를 맡은 선수였다. 통상적으로 중견수가 다리가 느려지면 코너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변동하는 것에 비해, 이전 네 시즌 동안 좌익수로 뛰던 만 35살 외야수를 중견수로 기용한 것은 한화 외야수비의 얇은 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시 후반기에 추락했지만 호성적을 기록했던 크루즈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외야수비의 문제 때문이었다. 시즌 초 클락이 공수 양면에서 크루즈의 그림자를 깨끗하게 잊게 했지만, 그가 흔들거리자 대안이 없었다. 2007년 한화의 외야 이영우-고동진-조원우-크루즈-연경흠 중에서 2008년에 주전으로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나마 외야는 송광민, 연경흠 등의 젊은 타자들은 보유하고 있어 한결 전망이 밝은 편이다. 오프시즌동안, 시즌 중반에 우익수로 종종 출전했던 김태완의 수비력 향상도 꾀할 수 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곳은 내야의 센터수비 키스톤 콤비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한상훈은 입대를 하게 된다. 한화 유일의 FA 김민재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 만 36세가 된다. 한상훈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여상은 아직 한 시즌을 뛰어본 경험이 없다. 이 셋을 제외하고 한화의 내야자원 중 (코너 내야수 제외)올해 1군에 가장 많이 얼굴을 비춘 선수는 27타수의 오선진이다. 내야수로 입단했으나 수비 불안으로 외야로 주로 출장한 송광민의 내야 복귀도 조심스레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화의 몰락은 선발투수진에서 비롯되었다. 2007년 가장 많은 이닝을 가장 뛰어난 방어율로 막아준 한화 선발들은 한 해만에 리그 중하위권의 선발진이 되었다. 2005년부터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오다 작년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던 문동환은 올해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민철의 회춘도 2007년으로 머무는 듯하다.

한화 용병 투수 사상 최초로 10승대 투수가 되었던 세드릭은 재계약을 통보받지 못했다. 올해 에이스 류현진의 뒤를 이어 팀 내에서 2,3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42세의 송진우와 36세의 정민철이다. 그나마 후반기에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한화팬들을 유혹하기 시작한 유원상이 위안이다.

비단 선발진만이 한화의 문제는 아니다. 선발진의 부진은 고스란히 불펜에 부담이 전가된다. 2~3년간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았던 안영명은 구위가 예전 같지 않고 부상으로 돌아와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윤규진도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마정길은 올 초 팀의 핵심불펜은 아니었다. 주로 패전처리로 등판하거나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등판했다. 4월 24일 13-1로 대승한 LG 전에 등판해서 4이닝을 막고 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그가 누적 스탯을 기록한 것은 '6월 11일 삼성전 홀드'가 처음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외국인 농사를 비교적 잘 지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클락이야 전·후반기 성적이 워낙 갈려 평가를 보류할 수밖에 없지만 토마스는 시즌 중반까지 오승환과 마무리 경쟁을 벌이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구원왕의 자리를 넘봤었다. 30개의 세이브 숫자와 이닝 당 1개 이상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 150Km의 강력한 포심을 가진 마무리 투수. 과연 그는 한화에 필요한 선수일까.

토마스는 30세이브로 이 부문 2위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6개의 패배로 시즌 중반 마무리에서 탈락한 우규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패전을 기록했다. 터프 세이브는 세 개뿐으로 세이브 숫자 대비 순도가 떨어진다. 터프 상황에서 가장 많은 세 개의 블론을 기록한 것도 역시 토마스다. 많은 삼진과 더불어 9이닝당 3개가 넘는 볼넷, 게다가 생각보다 높은 2.74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연계 받은 주자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비율도. 313으로 마무리의 기록으로는 높은 편이다.

물론 토마스는 좋은 투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올 시즌 단지 62.1이닝만을 투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후반기 들어 한화가 연패를 거듭할 때 토마스가 할 일은 없었다. 주지하듯 한화가 보강해야 할 전력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에이스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줄 투-펀치의 보강이 시급하다. 계륵. 좋은 선수임에는 분명하나 누수를 막아야 할 한화의 전력이 비단 마무리뿐이 아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다른 팀에 영입되어 부메랑이 될 것이 두렵다면, 웨이버 공시나 트레이드와 같은 방법도 있다. 옥스프링, 랜들, 레이번. 한 시즌 동안 외국인 투수가 선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팀들은 공교롭게도 상대적으로 허술한 뒷문에 속병을 했어야 했다.

조조는 양수를 죽이고 다시 한중을 얻기 위해 전투를 했으나 패퇴하고, 양수의 말이 맞았음을 깨달으며 한중을 유비에게 넘겨주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한화의 선택은 무엇일까.

[사진=토마스 (C)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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