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비밀의 숲' 이창준을 싫어하는 시청자가 있을까?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유재명은 서부지검의 실세이자 한조그룹의 사위 이창준 역할을 맡아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많은 사람의 의심을 받았지만 끝까지 그의 속내도 정체도 밝혀지지 않아 의문의 중심에 섰던 이창준은 '비밀의 숲' 속 영원한 괴물이자 다크나이트로 남았다.
'비밀의 숲'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한여진(배두나 분)이 15회에서 말한 것처럼 선과 악으로 나누기 어렵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황시목(조승우)조차도 범인으로 의심받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이창준은 가장 비밀스러운 인물이었다. 검찰청의 어두운 곳을 들춰내려는 황시목을 격려하는 듯하면서도 아는 것도 숨기는 것도 많아 용의선상의 가장 앞줄에 위치했던 캐릭터다.
유재명의 다양한 무표정과 은근한 사투리는 그런 이창준의 비밀스러움을 더욱 배가시키는 동시에 '악'에 가까운 이창준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했다. 절대 웃지 않지만, 눈썹이나 얼굴 근육 등을 이용해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연기력이 돋보였다. 또 유재명의 존재를 많은 대중에 각인시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동룡이 아빠' 캐릭터처럼 사투리를 쓰지만, 서울 생활로 인해 억양이 뒤섞인 말투는 현실감을 살리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감정의 동요가 없는 황시목마저도 카리스마로 압도할 수 있는 이유였던 아우라는 유재명의 큰 키와 남자다운 몸에서 나왔다.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본 시청자라면 알았겠지만, '응팔'만 봤다면 절대 알 수 없는 유재명의 매력이 '비밀의 숲'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항상 곧게 세운 척추와 넓은 어깨는 누구에게도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 같은 기개를 암시했다. 비리 검사 중 한 명이지만 결국에는 내부 고발자이자 모든 상황을 설계한 인물이라는 설정에 잘 어울리는 외양이었다.
이밖에도 아내인 이연재(윤세아)를 바라보는 눈빛은 시청자들이 대본에도 없는 멜로를 부르짖게 했다. 한순간도 당당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 이창준이 자살을 앞두고 황시목과 대화하며 흔들리는 눈동자나 목소리의 떨림 등 섬세한 부분을 유재명은 놓치지 않았다. '응팔', '힘쎈여자 도봉순'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담당했던 유재명의 반전 이미지에 배우의 연기력이 더해지며 한국 드라마에 깊게 남을 악역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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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