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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군함도'③] 송중기의 박무영, 재미와 의미 그 이상의 도전 (인터뷰)

기사입력 2017.07.26 11:30 / 기사수정 2017.07.26 08:4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이든, 자신의 생각을 꽉 눌러 담은 이야기 속에 솔직함이 있다. 그 표현이 때로는 직설적이어서 누군가에게는 까칠함으로 다가간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조차 결국은 앞뒤가 다른 모습은 아닌 어떤 면에서든 '한결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배우 송중기가 데뷔 후 10여 년 동안 꾸준히 쌓아올린 필모그래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제 역할의 크기를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다"는 말 역시 그가 데뷔 이후부터 꾸준히 갖고 있던 소신이다. 그리고 이는 국내, 그리고 아시아에서까지 두루 높은 인기를 얻게 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의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역시, 그런 생각과 함께 선택한 작품이었다.

'군함도' 개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가 굉장히 묵직하게 와 닿았어요. 영화적으로도 탄탄했고, 그 재미도 보였죠. 제가 캐스팅이 되기 전에 황정민 선배님만 출연을 확정하셨었는데, 선배님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고, 이렇게 훌륭한 영화의 구성원이 되면 영광이겠다고 생각했어요. 할 가치는 충분했죠"라고 '군함도'와 함께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렸다.

류승완 감독이 캐스팅에 대해 언급했던 것처럼, '군함도'에 출연하는 송중기를 비롯해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은 각 개인으로도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들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담긴 '군함도'에서 송중기는 군함도에 잠입하는 OSS 소속 광복군 박무영 역을 맡았다.

송중기가 해석한 박무영은 임무 수행이 가장 중요한, 인간병기 같은 느낌을 가진 인물이었다. 가장 중요한 상급자의 명령을 따르는 군인. 하지만 군함도의 현실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또 그 중 이강옥(황정민 분)의 딸 소희(김수안)를 통해 인간을 향한 측은지심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중반이 가까워질 무렵 등장하는 박무영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이기도 한 탈출 시도의 중심에서 그 존재감을 더욱 자랑한다.

역할의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 영화 속에서는 30여 분이 흐른 후에 박무영의 첫 모습을 만나볼 수 있지만,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한 시간 후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라고 얘기했다.

지난 해 6월 17일 크랭크인해 12월 20일 115회차의 촬영을 마치기까지, 길었던 대장정이었다. 크랭크업 후 6개월여의 시간이 또 흐른 후 '군함도'의 완성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절반이 넘어갔을 때 제가 등장했는데, (영화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나왔어요.(웃음) 제가 초반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편하게 보지는 않았죠. 제 영화지만, 영화 자체가 굉장히 무겁잖아요. 참여한 사람도 이런데 보는 사람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초반에는 제가 촬영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못 본 장면들이 있어서 더 집중해서 봤어요. 제가 중간에 등장했을 때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까, 놓친 것은 없는지 그런 것을 더 살피고 보려고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저와 배우들 모두 똑같이 처음 봤지만 그렇게까지 긴장을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또 촬영하면서도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30회 차,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어 완성했던 후반부 탈출 신이었다.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가장 압도적인 신이었어요. 한신이 정말 엄청난 양이었거든요. 그 장면만 한 달 반을 찍은 것이니까, 저희 스태프들도 (그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나 궁금해 했었고요. 안 힘든 현장은 없다지만 정말 힘들었고, 힘든 만큼 또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함께 한 선배, 동료 배우들과 류승완 감독이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이 이번에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웃은 송중기는 "사람으로도 그렇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는 더욱 그랬죠. 머리  속에 온통 영화 생각뿐인데, 정말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려면 저 정도로 미쳐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옆에서 여실히 느꼈어요"라며 "제가 저희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경험이 적은 편이잖아요.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죠"라고 되짚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까지도 일본에서는 2년 전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약속했던 강제동원 정보센터 설립이나 안내판 설치 계획이 연내에 없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중국의 신화통신에서는 군함도와 관련한 일본의 태도에 "고의적 역사 은폐와 왜곡"이라며 날선 시선을 보이며 다양한 말들을 낳고 있다.

영화의 개봉일이 정해지고, 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금도 작품의 한 구성원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있는 시간이다.

"가장 부담감이 큰 것은 감독님이시겠지만, 저희도 마찬가지로 홍보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렇게 진지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즐겁게 홍보를 하면서도,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더욱 진중하게 되더라고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으로도 더욱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을 많이 한 것 같고요. 소재에 기대서 영화가 바라봐진다면 그건 싫잖아요. 배우로서, 또 류승완 감독님이기 때문에 저희끼리도 더더욱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있어요. '군함도'라는 영화를 본 분들이 이런 이슈, 저런 이슈도 있었구나를 또 알게 되신다면 그것은 저희들에게는 더욱 기쁜 일이 되겠죠."

공교롭게도 송중기에게는 실제 군 복무 후 이어진 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 '군함도'까지 두 번의 군인 역할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오랜 시간 고민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전한 송중기는 "주위에서 질문하거나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들으면 결과적으로 (계속 군인 역할을 한다고) 그렇게 비춰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의도한다고 그렇게 되지도 않고요. 과감하게 선택했던 것이 그렇게 보여지는 것 같아요"라고 답을 내놓았다.

"'무조건 나만 돋보이고 나만 원톱할거야' 그런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그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역할이 작더라도 제가 연기하는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찾으면, 그게 또 연기를 즐기는 저만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죠. 현명해지고 싶어요. 그게 제 방법인 것 같고요."

2011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주연의 입지를 다진 그가 초반 4회에만 등장했던 '뿌리깊은 나무' 속 젊은 세종 역을 택해 호평 받았던 것처럼 '군함도'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던 생각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힘을 발휘한다.

그 사이에 스스로 느꼈을, 연기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것 사이의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송중기는 "제가 연기를 하든, 영향력 있는 배우로 행동을 하든 당연히 그에 따르는 평가들이 있고 또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행동을 더 진중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진중하기 이전에는 솔직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죠. 솔직하게 안 하고 있어 보이려고 척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저만 더 힘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 둘러싸이게 되기 때문에, 그 딜레마에 빠지기 싫어서 더 솔직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려 노력하죠. 그런 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제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지금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 그 과정을 즐기고 또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연일 '군함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시간들 속에서, 송중기 역시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연기의 재미와 의미,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한 송중기의 또 다른 도전의 한 페이지가 넓혀지는 순간이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또 대중문화의 매력이기도 하잖아요. 다양한 평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니까,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영화의 힘은 엄청나죠. 누군가에게는 킬링 타임용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배우를 하고 있고, 제 생활이자 직업이니 영화의 중심에 있잖아요. 각자, 또 모든 직업이 소중하지만 저는 그래서 제 직업이 하면 할수록 더 소중한 것 같아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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