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배우들의 명연기와 눈 뗄 수 없는 빠른 전개, 검사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등 디테일한 연출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비밀의 숲'에서 모든 캐릭터는 각자의 목표와 야망을 품고 주도적으로 움직인다. 배우 신혜선이 연기한 서부지검의 당찬 수습검사 영은수도 마찬가지다. 누명을 쓰고 명예를 실추당한 아버지 영일재(이호재)의 복수라는 확실하고 유일한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인 황시목(조승우)에 힘을 더하기도, 때로는 반목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영은수의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영은수가 또' 혹은 '영은수 또라이'를 줄인 '영또'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죽을 걸 알면서도 불 속으로 날아가는 '불나방' 역시 영은수를 표현하는 좋은 단어다. 그는 22일 방송에서 살해라는 결말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은수가 죽지 않고 끝까지 갔으면 좋았겠죠. 열심히 살았는데 죽는 것도 그냥 죽는 게 아니라 흉기에 찔리고 둔기 맞고 죽다니. 배우 입장에서는 임팩트가 있어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은수가 불쌍했어요. 가상이고 연기일 뿐이었지만 정말 느낌이 이상했어요." 신혜선의 중도 하차 소감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 '아이가 다섯', '오 나의 귀신님' 등에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작품 중간에 죽은 건 처음이라며, "약간 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모든 캐릭터가 다 자기 목표를 갖고 있지만, 은수는 더 특이한 느낌을 받았어요. 일상생활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느낌이죠. 다른 캐릭터도 다 애착이 가지만, 은수는 더 애틋한 게 안타까워서인 거 같아요. 91년생인데 저보다 어리지만 또래잖아요. 20대 여자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닌 아버지 복수 그것만을 위해 살아가잖아요. 검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것도 결국 아버지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고요. 힘들고 어려운 걸 아버지를 보면서 참아내고, 또 서부지검에 모든 사람이 다 아버지를 밀어내는 데 동조한 사람들인데 그 사이에서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칼을 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신헤선은 처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땐 영은수를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이수연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영은수가 처한 상황에 이입하려고 노력했다. 이수연 작가는 신혜선에게 "너랑 제일 가까운 매니저가 너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고, 그 사람과 단 며칠이라도 같이 일한다고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거다"고 조언했고, 신혜선은 덕분에 영은수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고. "표정도 없고, 감정도 메마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속에 감정이 쌓여있고 소용돌이치면서 꽉 차 있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란 걸 알게 됐어요. 영은수의 가슴 속에는 복수심이 불타오르고 다 죽이고 싶을 텐데, 현실은 햇병아리 검사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실수하기 싫어서 욕심부리는 모습이 나온 거 같아요."
그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1, 2회에 황시목이 아닌 서동재(이준혁)의 말을 들었고, 이는 결국 강진섭(윤경호)이 자살하는 원인이 됐다. 신혜선은 "욕먹는 건 각오했다. 다 이해가 된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더 답답하게, 더 신입처럼 할 걸 후회된다"고 웃었다. 반면에 영은수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다. 신혜선 때문에 '비밀의 숲'을 본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신혜선은 시청자들이 붙여준 별명(영또, 불나방)을 알고 있다며 "너무 잘 어울리고 잘 지은 거 같다. 특히 불나방은 정말 와닿았다. 결국 직진만 하다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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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