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배우 김석훈은 “내가 의외의 일을 많이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가 잘됐을 때 섭외가 많이 왔는데 이상하게 다 하기 싫더라고요. 그때 클래식 라디오 진행자 제안이 왔고 재밌겠다 싶어서 3년간 했어요. 뮤지컬 역시 의외라고는 하지만 낯선 장르는 아니에요. 보는 걸 좋아하고요.
쇼코미디보다는 심오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했는데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관객이 더 좋아하고 때로는 심오한 작품들보다 좋을 수 있겠다 싶었죠. 최순실 사건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라라랜드’를 재밌게 본 기억이 나요. 사회가 복잡할수록 가볍고 재밌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IMF로 힘들 때 조폭 코미디 영화가 유행했듯 세상이 무겁고 어려울 때 쇼코미디가 좋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화려한 탭댄스 군무와 함께 담은 작품이다. 1980년 뉴욕 윈터 가든 극장에서 초연한 뒤 브로드웨이에서만 5,000회 이상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1996년 초연 이래 20년 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시골 소녀가 하나의 스타가 되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아요. 우리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요. 탭댄스가 주는 희열도 있고요. 줄리안 마쉬는 냉혈한이고 피 한 방울 나올 거 같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페기 소여를 혹독하게 트레이닝시켜서 스타로 만들어놓죠. 여기 있는 배우들이 페기소여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다 겪어봤어요.
저는 페기소여처럼 갑자기 스타가 됐어요. 중고신인을 찾던 PD가 연극을 보러왔고 ‘홍길동’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국립극단의 단원으로 연극을 하다가 조연 생활을 한 번도 안 거치고 바로 주인공을 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했죠. 페기 소여는 스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저는 한 번도 텔레비전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황당하기도 했고요.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좋았어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되면 안 돼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게 돼 있는데 맡을 수 있는 그릇이 되면 다 담을 수 있다고 봐요. 준비 안 된 사람은 아무리 좋은 역할을 줘도 안 될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42번가’ 역시 김석훈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기회다. 뜻밖의 도전을 한 그는 신인의 자세라며 겸손해했다.
“경험치도 없고 이끌 능력이 안 되다 보니 따라가기 바빠요. 지난해에 했던 배우들도 많은데 저는 작품을 몰라서 정신없이 따라가고 있죠. 14년 전에 ‘왕과 나’를 할 때는 국내 초연이어서 함께 풀어가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등퇴장이나 노래 부분에서 신인의 자세로 임해요. 마치 이등병 같아요. 노래를 못하고 못 한다고 믿었는데 음악 감독님이 잘할 수 있다고 해줬어요. 깨우쳐 나가는 과정이에요. ”
페기 소여를 스타로 키우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맞춤옷 입은 듯한 연기로 소화할 계획이다.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의 반응을 받았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너무나도 완벽하고 뜰만한데 안 된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결과는 인간의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감상이나 댓글을 잘 안 보는 타입이에요. 관객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는 걸 인정해요. 이번 뮤지컬은 공연을 아직 안 해봤지만 85점 이상이었으면 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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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