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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를"…'포크레인' 5.18 가해자가 된 엄태웅의 절규 (종합)

기사입력 2017.07.20 18:49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1980년 광주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중심이 됐다. 

2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앞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들은 철저히 광주 시민이라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했다. '26년', '화려한 휴가'등이 그랬다. 반면 '포크레인'은 시위 진압군들의 광주 그 이후를 다뤘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당시 신군부의 수장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고통스럽게 외친다.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진압군으로 투입되었다가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가 된 강일(엄태웅)의 이야기를 담았다. 광주 민주화 운동 20년 이후를 배경으로, 그는 굴삭 작업을 하던 도중 깊숙이 묻혀있던 백골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불현듯 그날 그곳에 자신이 가야했던 이유를 묻기 시작한다. 자신의 동기부터 하사, 사단장, 여단장 등을 찾으며 누가 왜 자신들을 그 곳으로 보내야했는지를 찾아다니며 묻는다.

그의 등장을 반가워하는 이도,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불쾌해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강일이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전하지 않다. 외상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그날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포크레인'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 제작에 나선 일곱 번째 작품으로, 앞서 영화 '붉은 가족'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한 차례 작업했었던 이주형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엄태웅은 논란 이후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복귀하게 됐다. 5년 전부터 이 작품을 염두에 두었던 김기덕 감독은 지금은 나오지 않는 때가 탄 포크레인을 구입해두고 기다렸다. 엄태웅은 '포크레인'의 제안을 받고 수 차례 거절했으나 설득 과정을 거치며 합류하게 됐다. 

촬영시점은 지난 2월에서 3월에 거쳐 12회차로 힘든 스케쥴로 해낼 수 없는 미션이라고 생각했는데 200배 이상 잘해주셨다. 이런 결과물이 나온 건 이런 힘든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이주형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에 문자로 엄태웅에게서'김강일?'하고 문자가 왔다. 동영상이 와서 보니 아는 지인을 찾아가서 포크레인을 아무 말없이 연습하는 장면이더라. 너무나도 기쁜 회답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그때부터 영화가 시작됐고, 그날부터 엄태웅이 포크레인을 몇 주에 걸쳐 연습해서 대역없이 끝날 때쯤엔 포크레인 기사님 수준까지 해냈다. 대역없이 촬영했다"고 엄태웅이 영화를 위해 노력한 것을 언급했다. 

이주형 감독은 엄태웅의 복귀작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영화가 잘 나왔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엄태웅 배우의 복귀라기 보다는 영화에 대한 '포크레인'을 만드려는 열정들이 모였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엄태웅은 논란을 의식한 듯 언론시사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주형 감독은 엄태웅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히며 그가 영화의 분위기 등을 모니터링해서 알려줄 것을 연락해왔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온전한 정신을 지닌 이들이 드물다. 엄태웅이 맡은 강일은 무덤덤함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이를 말없이 표정만으로 연기해낸 엄태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강일은 포크레인을 직접 몰고 다니며 함께 광주로 갔던 공수부대원들을 찾는다. 이 감독은 "느린 포크레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설정은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거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포크레인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라며 "탱크의 궤도와도 닮아있다. 거친 상처를 내면서 가학적이기도 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숨겨지는 숨기고자 했던 진실을 꺼내기도 하는 복잡한 감정을 포크레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의 여정이 빛바랜 포크레인과 질감도 잘 어울려서 해석했다"고 밝혔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피해자인 시민들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이면을 표현한 이유가 모두가 피해자고 가해자 피해자의 양벽을 없애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좋은게 좋은 거라고 묻어두면 안되냐는 극 중 말에 주인공은 시작하자마자 꺼낸다. 표면 위에 올라온 불편한 이야기들을 느껴보고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치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모두가 피해자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군이 아우슈비츠를 탈환할 당시 독일군들이 도망간다. 우리들 생각에는 독일군들이 도망간 점령지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환희를 보이고 러시아군이 만세를 부르며 들어갈 것 같지만. 러시아군은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눈을 마주보지 못해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고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멍한 눈으로 서있었다고 들었다. 영혼이 모두 죽은 피해자들이 남은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광주도 그러지 않았을가. 정작 우리가 무엇때문에 싸웠고, 원인, 그쪽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이 풀리지 않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포크레인'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김기덕 필름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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