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0 03:32 / 기사수정 2008.09.20 03:32
[엑스포츠뉴스=이상엽] 19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작은 축제가 열렸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창설 75주년을 기념하는 두 경기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이 경기들이 축제였던 이유는 1차적으로는 무료입장이었기 때문이고 모두가 열광했던 8,90년대의 스타들과 미래의 스타들을 만나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개인적으로 왜 75주년을 기념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에, 이번 이벤트에 신경을 그다지 많이 쓰고 있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공짜를 좋아하는 저는,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제가 좋아하던 '왕년의 스타'들의 경기라기에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암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앞서 열렸던 청대의 경기는 0대 0으로 끝났습니다. 비록 친선 경기였지만, 승리욕에 불타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숏 패스 게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선수들이 미래에 국가대표를 짊어질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니 잘 모르는 선수들이었지만, 왠지 더욱 친근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벌어진 메인 이벤트, OB전 이었습니다.
90년대의 한국축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열광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죠. '쌕쌕이' 정재권, '적토마' 고정운, '날쌘돌이' 서정원, '독수리' 최용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든 추억의 스타들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선수를 인지할 때마다 과거의 그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모두 예전의 그 날렵하고 멋진 모습들은 아니었지만 관중은 선수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경기는 70분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살이 찌고 배가 나온 그들을 보며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정운의 질풍 같은 드리블을 볼 때마다, 서정원과 정재권의 돌파를 볼 때마다, 윤정환과 홍명보의 정확한 패스를 볼 때마다, 그들이 한팀의 일원으로서 그라운드에 섰던 모습을 떠올라 그 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경기장의 관중은 환호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원한 숙적 일본을 1대 0으로 이겼기에 경기장은 더욱 축제의 분위기를 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경기장에서 이 날 경기에 출전한 강철 부산 코치를 볼 때마다, 91년 청소년 대표시절의 애 띈 모습을 기억날 수도, 윤정환과 최용수, 김도근 코치를 볼 때마다 96년 올림픽 대표시절의 찰떡궁합을 떠올릴 수도, 고정운과 홍명보 코치를 볼 때마다 94년 무더웠던 델라스의 여름을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추억이 때론 현실의 자신을 붙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경기는 지나간 옛 추억을 돌아보며 흐뭇해 할 수 있는 그런 고마운 행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이들과 앞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이들을 동시에 본 오늘,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지나간 추억과 앞으로의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를 종종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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