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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더빙판 논란] "최선으로 가기 위한 선택의 과정"

기사입력 2017.06.23 15:20 / 기사수정 2017.06.23 15:0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국내 더빙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일본에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1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2위에 오르는 등 크게 흥행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4일 개봉, 누적 관객 수 365만 명을 불러 모으며 겨울 극장가를 장악했다. 이후 한국어 더빙판 제작 소식과 함께, 이 작품에 참여할 지창욱과 김소현, 이레 등 배우들이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 팬들을 비롯한 누리꾼의 다양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 "'너의 이름은.' 한국어 더빙판 제작 소식 확정

1월, '너의 이름은.'이 한국어 더빙판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알지도 못하는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서로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판타지와 어우러지며 스크린 속에 흥미롭게 담겼기에,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호응 역시 뜨거웠다. 국내에서도 이들을 연기할 캐스팅에 대해 단연 높은 관심이 모였다.

▲ 지창욱·김소현·이레…더빙 참여로 불거진 이야기

이후 지난 16일, '너의 이름은.'의 수입사 미디어캐슬은 '너의 이름은.'의 더빙판이 7월 13일 개봉한다는 소식과 함께 지창욱과 김소현, 이레가 각각 타키와 미츠하, 요츠하의 목소리 연기를 맡는다고 전했다. 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등의 메가폰을 잡은 김성호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났다. 앞서 미디어캐슬 측이 고지했던 '한국어 더빙 재개봉의 목소리는 오디션을 통해 신인 성우를 기용해 국내에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던 내용이 아닌, 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점에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오디션을 할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음에도, 홍보를 위해 연예인을 캐스팅했다'면서 '노이즈 마케팅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정재헌, 심규혁, 강수진 등 성우들은 이에 대해 "라이브로 공개 오디션을 보겠다고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더니 결국 그 유명세와 이름으로 홍보하고 티켓을 팔겠다는 연예인 캐스팅. 그보다 더 충격인 건 전문 더빙 연출이 아닌 영화감독의 연출", "타인의 연기를 따라 움직이는 그림에 감정과 타이밍을 맞추며 동시에 주도적 연기를 해내는 더빙은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다. 타 매체 연기와는 또 다른 훈련과 접근이 필요하다.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가 다를 거란 생각은 하면서 마이크는 왜 쉽게 무시하는가"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미디어캐슬 강상욱 이사는 "'너의 이름은.' 한국어 더빙판 제작이 확정되고, 5월을 염두에 두고 더빙 오디션을 준비 중이었다"고 되짚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토호(TOHO)가 본래 예정돼 있던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일을 8~9월에서 7월로 앞당기며 미디어캐슬 쪽에 "한국어 더빙판 개봉을 7월 26일 블루레이디스크 출시 이전에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며 일정을 전면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강 이사는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오디션을 통한 신인 성우 발굴 작업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미디어캐슬 측이 5월 초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한 내용이기도 하다.

▲ 日 제작사 "타키·미츠하 목소리, 배우 쪽 검토" 조언

미디어캐슬 쪽에서는 '너의 이름은.'의 톤과 매너에 가장 적절할 수 있는 느낌을 찾아 캐스팅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이어갔다. 일본 제작사 쪽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제작사 쪽에서는 배우 쪽 캐스팅을 제안했다.

강 이사는 "'언어의 정원', '괴물의 아이'처럼 우리 영화와 톤앤매너가 맞는 목소리를 찾고 있었다.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제작사 쪽에 조언을 구했더니, '('너의 이름은.'은) 풋풋한 남녀의 감정 연기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애 감정을 품게 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연기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떠냐'라고 얘길 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중 배리어프리 버전을 같이 작업하던 관련 업체 쪽의 추천 속에서 지창욱과 김소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의 이름은.'은 시각, 청각장애인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화면 해설과 한글자막이 더해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도 제작된다. 배우들이 작품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한 것은 이 같은 좋은 취지에 공감한 부분이 가장 크다.

15살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나이 폭을 오가는 타키와 미츠하를 연기하기에 지창욱의 진한 목소리와 허스키함이 섞여있는 김소현의 목소리는 발성과 딕션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한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창욱과 김소현의 연기 영상을 본 일본 코믹스웨이브필름 쪽에서도 '좋다'는 답이 왔고, 프리 레코딩 이후 다시 듣게 된 이들의 목소리에서도 "느낌이 좋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 "'한국의 성우들이 과장된 연기를 한다'고 인식한 부분은 오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은, 한국 더빙판 캐스팅을 함께 의논했던 '너의 이름은.'의 제작사 코믹스웨이브필름 측이 밝힌 내용이었다.

16일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서 코믹스웨이브필름 측은 "원작의 느낌을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일본과 같이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한국 더빙판 배우들의 과거 출연작을 살펴보니 이미지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출중해 기대가 컸다. 이번 작품도 목소리 톤과 연기가 과장되지 않고, 실사 영화 속에서 연기를 하듯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목소리 톤과 연기가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고 말한 점이 '기존 성우들의 연기는 과장됐다'라는 다른 문맥으로 읽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강 이사는 이에 대해 "프리 레코딩 파일을 들려줬을 때, 일본 쪽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베테랑 성우님들은 일부러 약간 과장되게 하는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지창욱, 김소현이 연기한 것은 진짜 타키, 미츠하처럼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이 공식 프레스에 보도된 부분이고, '한국의 성우들이 과장된 연기를 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말한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전문 더빙 연출이 아닌 영화감독의 연출'이라는 점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성호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더빙 전문 PD가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진화됐다. 강 이사는 "좋은 뜻으로 참여한 감독님과 지창욱, 김소현 씨의 뜻이 왜곡될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102명 출연진 중 베테랑 성우들 포진…완성도 높인다

초반 계획했던 오디션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최선'의 상황에 다가가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 필요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의 완성도다. 그 결과물을 판단하는 것은 영화의 티켓을 구입해 직접 관람에 나서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는다.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인물은 102명. 지창욱, 김소현, 이레를 제외한 나머지 99명은 전문 성우들로, 여기에는 박지윤(사야카 역), 최재호(테시가와라), 이진화(미츠하의 할머니), 김도영(미키), 사성웅(신타), 이현주(후타바), 곽윤상(토시키), 권도일(테시가와라의 아버지) 등 베테랑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다.

강 이사는 "성우 분들의 파트 녹음은 끝났다. 정말 열심히 해주시고, 그 분들도 지창욱 씨의 목소리를 많이 칭찬하셨다. 중간 상황을 점검한 결과, 믿어준다면 최고의 퀄리티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미디어캐슬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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