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지금 뭐하세요?①]에 이어) "저는 '개그 콘서트'에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아요."
지난 2003년 KBS 2TV '개그 콘서트'에 혜성같이 등장해 개그 무대를 평정한 오지헌은 가정을 꾸린 뒤 가장으로의 삶에 집중하며 아내와 세 딸을 돌보는데 주력하고 있다. "난 민이라고 해~"라는 한마디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그는 '개그 콘서트'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다.
하지만 '개그 콘서트'는 인기 하락세와 함께 최저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최근 진행된 900회 특집은 프로그램에 헌신했던 개그맨들 대신 잘나가는 셀럽들을 초대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오지헌 역시 친정이나 다름없는 '개그콘서트'의 위기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 요즘 눈 여겨 보고 있는 개그맨 후배가 있나요.
"이수지가 정말 잘하더라고요. 연기를 잘하는데 저는 연기를 잘 못했ㅇ요.그래서 연기 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김준현이나 이수지는 연기를 잘 살려요. 전 그런 개그를 잘 못해요. 개그 자체를 아이디어로 하는 스타일이지 연기를 잘 살리는 친구들이 꽤 있더라고요. 제가 못하는 부분이라 더 잘한다고 느껴진 것 같아요."
- 친정인 '개그 콘서트'가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전 그때와 지금이 방송 환경이 달라서라고 생각해요. 그때 당시 케이블이 활성화 된 것이 아니라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만 있던 시기였잖아요. 현재 제약도 케이블보다 더 많아서 자유롭지 않고요. 후배들이 아이디어 못 짜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러가지 총체적인 것들도 있지만 새로운 것도 나오니까 'SNL 코리아' 등이 '개그 콘서트'을 대신하는 대안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개그 콘서트'밖에 없었어요."
"전체적으로 방송이 좋다가 내려갈 때가 있는데 지금은 개그 프로그램이 내려갈 때인 것 같아요. 지금은 개그보다 버라이어티를 많이 보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전 '웃찾사'도 재미있는 코너를 많이 봤어요. 재미있는데 시청률이 안 나와서 안타까웠죠. 흐름이라는 건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과거 박준형 형이 개그로 대상을 타던 때가 있었어요. 개그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웃찾사'가 없어진 게 마음이 아프고 아쉽죠."
- '개그 콘서트' 900회 특집 논란이 있었어요.
"전 '개그 콘서트'에 많은 수혜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아요. 그래서 할 말이 없어요. 개그맨으로서 이만큼 성공하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보면 평범한 학생이었고, 군대 제대하자마자 얼마 안 됐었는데 '개그 콘서트'라는 무대가 있어 이만큼 됐고, 능력에 비해 잘 된 것 같아요. 감사해요. 시청자들이 좋아해준 것은 능력 때문에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박준형, 정종철 형 모두 감사하고, KBS 자체도 감사해요. 꿈 같은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뛰어나서 잘 된 것 같지는 않아요."
- 원래 꿈이 개그맨이었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그냥 개그맨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길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안에 여러가지 면이 있는데 재미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이었어요.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를 안 한 상태에서 개그맨이 한 번에 되고, 갑자기 떴죠. 다른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고, 10년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갑자기 떴어요. 그래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은 더 오래할 힘이 적었던 것 같아요. 간절함이 남들보다 덜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를 알고 겸손해졌어요.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이 있고, 인간적으로 성장된 시간이었어요. 여유도 있어지고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자연스러워졌어요."
- 개그맨이 안 됐으면 뭘 했을까요.
"아버지가 학원 강사였어요. 저도 말하는 직업을 했을 것 같긴 해요. 카운슬러를 했을 수도 있고, 그런게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니까 웃기기만 한 직업이 아니고, 말하는 직업을 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감사해요. 이면에 방송에 잘 안 나오는 개그맨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다 잘하고 싶고, 하고 싶지만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고, 준비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 친구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꿈인데 안 됐을 때 좌절감이나 웃기는게 직업인데 웃기고 있지만 우울함도 있는 피에로 같은 존재죠."
- 활동하면서 슬럼프가 있었나요.
"'개그 콘서트'를 나왔을 때 힘들었다기보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문이 돈을 많이 받아서 MBC로 옮긴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아니었어요. 전 그저 즐거웠던 사람과 개그하고 싶었어요. 박준형, 정종철 형이 떠나려고 하니 불안함이 있었나봐요. 그런 것 때문에 갔지 돈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그때 고민을 가장 많이 했죠."
- 2003년에 데뷔해 벌써 15년차예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2003년도에 개그맨이 되고, 신인으로 방송활동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활동했던 것 같아요. 유재석 선배가 10년 무명 후 잘됐는데 전 3~4년 잘 되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러다보니 개그맨 친구들 마음을 더 잘 알겠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제가 인지도라도 있으니 절 부러워해요. 무명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마음들이 생겼어요. 오히려 10년동안 전체적으로 보게 됐어요. 힘든 사람들도 많고, 인기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교만해서는 안되는구나 그런 마음을 갖게 됐어요. 인성적으로 깎이고 다듬어졌어요. 30대에 인성적으로 발달했죠."
([★지금 뭐하세요?③]에서 계속)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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